한담객설閑談客說: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보스톤코리아  2015-03-16, 11:46:59 
또 왔다. 설마설마 했는데, 또 눈이 내렸다. 자라보고 놀랜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래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마 내린 눈은 젖었고 곧 녹았으니 말이다. 설마 눈이 더 올까?  눈이 비가 되어 봄비를 뿌릴테지. 하지만 언제 다시 눈의 공습이 올지 한치의 방심도 금물이다. 보스톤의 봄은 아직도 멀었다.

  한국엔 벌써 꽃소식이 왔다. 서귀포엔 이미 개나리가 피었을 게다. 개화 예상일이 이번주라 했으니 말이다. 한반도에 봄기운이 해마다 점점 빨리 오니, 꽃들도 덩달아 일찍 핀다고도 했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보스톤엔 아직도 겨울이다. 쌓인 눈이 그걸 증거한다. 올해 봄 보스톤에서는 개나리는 꽃은 커녕, 눈 속에 망울도 피울 생각도 못한다. 무거운 눈에 눌려 있는 터. 두텁게 쌓인 눈을 뚫고 올라서기에는 너무 무겁다. 보스톤은 봄은 봄인데, 정녕 봄은 아니다. 피천득 선생이다. 

겨울에 오셨다가/그 겨울에 가신 님이
봄이면 그리워라/봄이 오면 그리워라
눈 맞고 오르던 산에/진달래가 피었소
(피천득, 진달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봄인데, 아직도 봄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김종필 총리가 정치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던졌던 한마디라 했던가. 사뭇선문답처럼 들리는데, 절묘한 화법이다. 자의 반 타의 반. 몽니. 황혼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 정치는 허업虛業 등등.  내귀에는 그가 던진 말이 고급스럽다. 명품 화법이라 해야 겠다. 정치는 이미지라고 했던가. 그의 모습과 목소리와 화법은 정치인으로 그를 화려하고 매력적인 색으로 덧입힌다. 그의 목소리에 실린 말들은 느린데, 숨은 뜻은 깊고 강렬하다.

  소이부답笑而不答. 신문에서 봤다. 김총리의 자택 거실에 이 문구를 걸었다고도 했다. 더욱 그의 묘비명에도 소이부답이란 말을 넣었단다. 스스로 쓴 묘비명이라 했는데,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대답 대신 웃는다' 했다. 내가 웃는 것과는 다르고, 그의 웃음은 허허롭기에 틀림없다. 

  한 달여 전 물러난 한국 전직국무총리도 소이부답이란 말을 썼단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소위 2인자는 그저 웃기만 해야 하는 모양이다. 하긴, 하고픈 말은 많을텐데 다 말할수는 없을터. 그저 웃을 수 밖엔 다른 도리가 없을게다. 누가 용龍의 뜻을 감히 거슬린다는 말인가. 김종필씨도 국무총리만 두번을 했다. 

  봄이 언제 오느냐 묻거든, 그냥 웃지요. 

"내년 봄 새싹이 돋아날 무렵, 내가 틀림없이 너를 찾아오리라.” (창세기18:10,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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