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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제517회
보스톤코리아  2015-10-12, 13:58:06   
무엇인가 차라리 하나면 괜찮을 것을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 짝지어진 것은 골칫덩이다. 그 이유는 둘 중 그 하나가 생명(수명)이 다되면 다음 것을 고르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집에서 골동품이 몇 있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세탁기이다. 가장 가까우면서 소홀히 대하고 있고 홀대를 받는 것이 세탁기가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새집을 짓고 이사해 이 집에서 살아온 지 언 23년이 되었다. 그 23년 동안 세탁기를 2번밖에 바꾼 기억이 없으니 오래 사용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다른 가정에서도 그 정도는 사용하는지 그것도 모른 채 우리 집에서 골동품이라 여기며 산다.

처음 새집으로 이사한 후 Laundry machine과 Dryer를 함께 사고 몇 년을 사용했을까. 세 아이가 있으니 빨랫거리는 늘 많은 집이었다. 그렇게 사용하다가 런드리 머신이 먼저 고장이 났다. 지금 생각하니 아마도 드럼세탁기 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던 때인가 보다. 그럼 이번에는 드럼세탁기를 사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한데, 정작 세탁기를 보러 여기저기 다니고 있었지만, 집에 남은 드라이어와 어느 정도 짝이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래 그 드라이어 브랜드 네임이 뭐였더라 하면서 같은 아이보리 컬러로 사들이고 말았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탈 없이 잘 쓰고 있어 빨래하다가 문득 혼잣말로 우리 집의 골동품이라니까 하면서 피식 웃기도 한다. 그 중간에 Dryer도 한 번 바꾸게 되었는데 그때도 여전히 옆에 남은 Laundry machine과 맞추어 사고 말았었다. 그리고 이번에 드라이어가 고장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역시 살림꾼은 아닌 모양이다. 다른 물건들은 비싼 것도 잘도 사는데 왜 이렇게 주부가 제일 가까이에 두고 사는 물건을 대충 편안한 것으로 맞춰 고르는지 말이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색깔로 보더라도 알뜰한 주부는 아니니 그저 무늬만으로도 제자리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이번에도 결국 오래 쓰고 있는 런드리 머신에 컬러를 맞춰 비슷한 드라이어로 골랐다. 이제는 '드럼세탁기'에 대한 그 어떤 마음도 없었다. 이제는 세 아이도 모두 훌쩍 떠나고 가끔 막내 녀석이 집에 올 때 가득 담아오는 빨랫감 외에는 그리 많지 않은 세탁물이니 그럭저럭 깨끗하게 빨아지고 말려지면 최고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다른 알뜰한 주부들의 얘기를 듣다가 문득 주눅이 들어 입을 다물 때가 가끔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도 줄어들었다. 어쩌면 모두가 사는 모양과 색깔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안 까닭이다. 그저 자기한테 맞는 삶이면 족한 것이다.

드라이어를 산지 한 일주일 되어 빨래를 새 드라이어에 넣고 몇 번 말려보았는데 역시 새것이라 기분이 상쾌해 좋다. 이렇게 하나를 남겨놓고 색다른 것으로 짝채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훌쩍 던져버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또 깨닫는다. 이렇듯 우리네 인생살이에서의 그 어떤 것일지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가족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그 외의 어떤 관계이든 물건이든 간에 말이다. 참으로 소소한 일상에서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 이처럼 너무도 편안하고 익숙해서 소홀히 대하는 것들이 내 곁에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내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 더욱 그리운 날이다. 철없는 막내딸이 염려스러워 그러셨을까. 어머니는 어린 시절 가끔 그런 말씀을 들려주셨다. 우리 삶에서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헌 것이 있어야 새것이 있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마도 작은 것을 아끼라는 말씀이셨을 게다. 그때는 그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모르고 흘려보냈다. 아니 늙은 엄마의 잔소리쯤으로 흘려보냈었다. 오늘따라 '내 어머니' 더욱 생각나 마음이 뭉클해 온다.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흐르니 더욱이 보고 싶은 날이다.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그토록 일러주셨던 내 어머니 그리운 날이다.

집안의 세탁기(드라이어)가 고장이 나 무엇으로 고를까 망설이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머물렀던 하루였다. 그 하루 속에 세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이 지냈던 내 삶도 잠시 들여다보았다. 그 시간 속에서 행복했던 시간과 버거웠던 시간을 만나며 혼자 잠시 시간 여행을 다녀왔다. 그 덕분에 마음이 더욱 맑아졌다. 그래, 무얼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고 살 일이 있을까. 조금은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고 느껴보면 저절로 평안함이 찾아온다. 삶에서 괜스레 조급하게 생각하고 안달하는 마음에서야 어찌 평안함을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서로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인생 여정이길.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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