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면학勉學의 서書
보스톤코리아  2016-01-18, 11:48:40 
  벌써 정월 중순이다. 소한小寒을 거쳤으니 대한大寒을 기다린다. 곧 입춘이 닥칠게다. 올겨울은 그나마 지독하지 않다. 그건 다행이다. 모두 평안하신지.

  기억하시는가. 그 옛적 가을이면 독서주간이란게 있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인데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 했던가. 요샌 가을 뿐 아닐게다.  보스톤 겨울도 책 읽기에는 적당하지 싶다. 양주동 선생의 글을 떠올린다. 면학勉學의 서書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논어의 구절을 인용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공자의  당초當初 소박素朴한 표현이 그대로 고마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말씀이다. 책을 읽으라는 말씀인게고,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질책인게다. 다시 무애선생의 변辯이다.  ‘독서란 즐거운 마음으로 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지설持說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SNS에 올렸단다. 즐겁고 편안한 마음에 부담없이 읽어내려갔을 게다. 오십여 권의 책을 일 년여에 걸쳐 읽었는데, 종이책이라는 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에서는 전자책 프로그램이 없던가. 아하, 그도 환갑이 넘었겠구나. 여전히 그 사람도 종이책 세대겠구나. 어려서부터 종이책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던가 말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했는데, 종이책 가지고 놀던 그도 예외는 아닐 게다. 누가 말한 것 한마디. 책 많이 읽은 걸 자랑하는건, 밥 많이 먹었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나 뭐라나. 하지만 책 많이 읽는 사람은 구태여 티내지 않아도 된다. 서향書香내가 입에서 얼굴에서 행동에서 쉽게 읽히니 말이다.  빌게이츠도 책을 많이 읽은 티가 얼굴에 쓰여져 있는 듯 싶다. 이것도 또 사족이다. 우리 식구는 그와 같은 동네에 산 적이 있다. 그가 같은 동네에 산다고 떡을 돌린 일은 없다. 오다가다 마주친 일도 없으므로 수인사를 나눈 일도  없다. 더욱 그의 집에 초대받아 무지 크다는 그의 집 구경을 한 적도 없다. 그의 소식은 풍문으로만 들었다.

  며칠 전 한국 중앙지 논설위원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이따금 안부를 묻고 좋은 글에 감사하다는 짧은 인사를 나누는 사이이다. 그가 쓴 글이 잔잔했다. 한 구절만 그대로 옮긴다. 

‘ 청나라 문인 김성탄은 행복할 자격이 있었던 사람 같다. 그가 읊은 '내가 행복한 때 서른 세 가지'에 이런 것들이 있다. 겨울밤 술을 마시다 창 밖을 내다보니 함박눈이 펄펄 내릴 때, ….’ (김태익, 조선일보, 병신丙申년의 행복,  1-1-2016)

  한마디 덧붙였으면 한다. 향기 좋은 포도주나 뜨거운 차를 놓고 늦은 겨울밤 책을 읽다가 얼핏 창밖을 본다.  아니면 뜨거운 백화수복 왕대포도 괜찮을지 모른다. 함박눈이 펄펄 내린다면 그보다 멋진 정취와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보스톤 겨울밤이라면 썩 어울릴만 하다. 텔레비젼 커피 광고는 아닐지라도 그림은 그럴 듯 하다. 안성기나 한석규가 어울릴 배우일까?

  이번 겨울엔 미뤘던 토지를 읽어 볼꺼나? 헌데 종이책이 없다. 이북이 편하기는 한데 이곳 저곳에 낙서하고,  밑줄 쳐가면서 볼수 없다는 건 문제다. 그건 아쉽다.  그렇다고 뜨거운 라면 냄비를 종이책 위에 올리지는 않는다. 아내가 질색할게다. 추운 겨울밤에 집 밖으로 내쫓겨 나고 싶지 않다.  날짜 지난 보스톤코리아 종이신문은  짬뽕을 먹을 적에 밑받침으로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편집자는 섭섭해 할게 틀림없다. 

너희는 여호와의 책을 자세히 읽어보라 (이사야 34: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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