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예보豫報의 역설逆說
보스톤코리아  2016-02-22, 11:43:36 
  폭설이 내릴 거라 했다. 강풍도 동반한다 했다. 단단히 준비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천운인지, 예보가 과장되었던가. 눈은 내렸으나 폭설은 아니었다. 바람은 불었으되 미풍微風에 그쳤다. 지난 폭설(?)에 모두 안녕하신지.

  오래 전 이야기이다. 미아리 점쟁이 집이란다. 임신한 젊은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들어섰다. 점쟁이 앞에 앉았다. 한 번 흘끗 쳐다본 점장이 하는 말. ‘딸이야.’ 실망한 시어머니는 당연히 땅이 꺼져라 한숨이다. 그렇다고 점장이들이 뭘 알고 그러는 건 아니란다. 신내림은 쉽지만은 않을 터. 생계형 점쟁이들이 무조건 딸이라고 말해준다는 거다. 그러다가 아들을 낳는다면 기쁠 게다. 점쟁이가 한 말을 곧 잊는 건 당연하다. 딸이라 하더니, 왜 아들이냐고 따지러 가지 않는다. 딸을 낳는다면 씁쓸할텐데, 그저 점쟁이 잘 맞추네 한다는 거다. 아무튼 아들 아니면 딸이다. 요새는 점쟁이들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서 점을 볼지도 모르겠다.  IT로 무장한 점장이들도 있을터.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시어머니가 덧붙여 하는 말이다.  ‘아가야, 네 잘못이 아니다.’ 네 탓이란 말보다 더하다. 며느리 억장이 무너진다. 소설 ‘운수 좋은 날’의 마지막 구절이다.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 ‘운수좋은 날’ 중에서)

  일기예보는 언제고 과장되는지도 모르겠다. 과장된 예보였다면 예보가 틀렸다고,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대신 예측하지 못했고, 예보하지 못한 눈사태라도 왔다 치자.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모두 아우성일 게고,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은 과장해서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예비한다고 나쁠 것까지는 없다. 

  어느 사회학자가 말했다. 사회학에서 예측이 맞는다면, 그건 이미 사회학의 본질을 잃은 거란다. 이 말에 동의한다. 어차피 예측과 예언은 틀려야 정상일 게다. 예측은 들어 맞지 않아야 예측인 게다. 예측이 모두 맞는다면 이미 학문이 아닐 게다. 이런 걸 역설이라 하던가. 자연과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측대로 모든 실험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날씨가 예보대로 따라 주지 않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예측과 예언과 예상은 서로 다르기는 하다. 

  그래도 너무 했다. 경기景氣가 좋아질 거라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한 듯 싶다. 경기에 적신호가 울린다는 소리밖에 못들은 것 같다. 언제 호황이 될 거라는 말을 들었던가. 만약 그런 예상이라면 신문엔 한 구석 일단 기사로 처리될지도 모른다. 언론은 호들갑이어야 장사가 된다. 무조건 딸이다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게다. 

  설날이 지났다. 음력으로 정월이 시작된 거다. 새해가 되었으니, 토정비결이며 일 년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 점占을 보는데 생년월일과 시간을 묻는다. 음력으로 물어보는 건 당연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미국시간을 한국시간으로 바꿔야 하나? 그건 궁금하다. 

‘예언하는 자들의 영은 예언하는 자들에게 제재를 받나니’ (고린도 전서 14:3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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