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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534회
보스톤코리아  2016-02-22, 11:44:47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은 중년에 든 이들은 많이 들어봤을 옛 어른들의 말씀이다. 그렇다, 우리는 만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이다 보니 헤어지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어쩌면 영영 헤어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마음으로 산다. 물론 만나서 헤어질 것을 먼저 생각한다면 어찌 그 만남이 오래도록 유지가 되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모두 서로 헤어질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헤어짐과 이별이 두려워서 자신도 모르게 자꾸 밀어내는 것일 뿐이다.

지난 1월 말, 보스톤산악회의 조촐한 신년회가 있었는데 신년회를 시작하며 부회장의 축사가 있었다. 그 축사 중에는 '회자정리 거자팔반'의 얘기가 들어있었다. 자리에 앉아 축사를 듣던 산악회 회원들이 큰 감명을 받았다. 그 길지 않은 축사의 시간은 산을 오르는 듯 고요함과 함께 숙연함마저 들게 했다. 사람은 누구나 눈에 보이는 것에 더 집중을 한다. 그 어떤 모임이라 할지라도 인원의 수가 많아야 번창하는 것 같고 수가 적으면 의기소침해지는 그런 느낌들 말이다. 더욱이 책임자의 자리에 있다면 더욱 그런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가는 흐름일 뿐이다. 그 어떤 걱정과 염려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조급하게 초조해야 할 일은 더욱이 아닌 것이다. 자연의 법칙 또는 현상이듯 썰물처럼 우르르 사람이 모여들고 밀물처럼 우르르 씰려가듯이 그저 현상일 뿐이다. 그 현상에 우리의 마음만이 파도처럼 철썩거릴 뿐이지, 그것으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별히 산이라는 그 어떤 자연을 놓고 본다면 더욱이 그렇지 않겠는가. 산은 언제나 그곳에 말없이 있으니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오를 뿐이고 내려올 뿐이다. 그렇게 오고 가는 길목에서 서로 만난 인연에 감사하고 고마움을 나눌 뿐이다.

가끔 생각해보지만, 무엇에서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로 내게 다가온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하지 않던가.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그 어떤 일이 되었든 간에 그렇다. 마음 안의 생각과 마음 밖의 행동은 어찌 이리도 힘든지 말이다. 무엇인가 나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을 해놓고도 마음이 수선스러운 것은 아직도 살아온 날에 비해 생각의 깊이가 얕은 까닭인 게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고 또 아니라고 우겨도 그 마음 안에는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게 분명 하다. 그래서 마음을 준 사람이나 기대에 찬 사람에게는 은근히 무엇인가 바라는가 싶다.

그 어떤 대상에 대한 이 바램을 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안하고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나 자신이 그 어떤 대상을 움켜쥐고 가둬두는 순간 바로 상대가 아닌 내가 그 자리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 흐르는 물을 어찌 막을 수 있겠으며, 떠도는 구름을, 바람을 어찌 잡을 수가 있겠는가. 흐르면 흐르는 대로 떠돌면 떠도는 대로 가만히 놔두고 바라보면 그만인 것을 말이다. 그렇게 저렇게 흐르고 떠돌다 때가 되면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면서 엮어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겠는가. 그 무엇을 잡으려 애쓰지 말고 정작 내 마음을 잡아야 하거늘.

어찌 보면 우리도 자연의 한 일부분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호흡하고 상생하며 공존 공생하는 까닭이다. 자연을 보면서 더욱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겸허해지고 숙연해지는 마음은 바로 서로 호흡하는 이유일 게다. 그토록 장엄하고 웅장한 자연을 보면서 그 속에서 우주만물을 창조한 창조주를 만나는 까닭이다. 그 자연 속에서 창조주인 신(神)을 만나고 그 속에서 너무도 작고 나약한 피조물인 나를 만나는 이유이다. 이렇듯 본질의 것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면 작은 것들에 대한 불필요한 욕심이나 포장으로 쌓인 허상들을 하나둘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나를 제대로 보고 만나려면 나 밖의 나를 만나는 데서부터 시작이다. 내 안에서 제아무리 나를 들여다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나 자신이 나를 제일 모르는 까닭이다. 나 자신을 자연의 한 일부분으로 놓고 보기 시작하면 내 마음을 잡고 있었던 것들이 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것으로부터의 시작은 객관적인 마음의 눈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며 그것은 곧 마음의 눈이 떠져 혜안이 열리는 까닭이다. 이렇듯 자연과 하나가 되어 호흡하며 느낄 수 있다면 인간관계 속 작은 부질 없는 것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만남과 헤어짐에서 조금은 여유로워지고 넉넉해질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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