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선비의 품격
보스톤코리아  2016-02-29, 11:22:58 
  급격히 냉각했다. 자동차 온도계는 화씨 -20도를 찍었다. 사상초유의 추운 날씨라고도 했다. 지난 주말 보스톤 날씨였다. 그날 아침엔 콧물도 얼어붙는듯 했다. 추운 날씨엔, 양반이건 선비건 양민이건 콧물이 흘러나온다. 예전엔 뭐 그닥 콧물이 많았던지. 이희승 선생의 남산딸깍발이 글 중에 한대목이다. 

‘두 볼이 야윌 대로 야위어서 담배 모금이나 세차게 빨 때에는 양 볼의 가죽이 입 안에서 서로 맞닿을 지경이요, ....사철 없이 말간 콧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진다. 그래도 두 눈은 개가 풀리지 않고, 영채映彩가 돌아서, 무력無力이라든지 낙심의 빛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아래•윗입술이 쪼그라질 정도로 굳게 다문 입은 그 의지력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 (이희승, 딸각발이 중에서)

  어느 방송에서 봤다. 한국대학 교수는 스스로 민초라 했다. 글쎄. 민초의 본뜻을 내가 알지 못하는 겐가. 한술 더 떴다. 한국 국회의원 나으리는 스스로 소시민이라 했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소시민이라면? 어이구, 나오느니 한숨이다. 정치꾼들과 선비와는 서로 맞닿지 않는다. 오히려 소 닭쳐다 보듯 할지도 모르겠다. 대학교 교수라면 학자라 해야 할텐데, 민초(?)학자와 선비는 상호연관이 없는 건가. 

  상급학교에 처음 입학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 스승님, 학자들의 성명을 들을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듣던 외솔 최현배, 위당 정인보 선생. 성함을 듣는것만으로 가슴뛰는 일이기도 했다. 몇년이 흐른뒤, 위당의 평전을 읽었다. 선생은 일제 말기에 식솔들을 데리고 시골에 칩거했단다. 일제말기 더러운 물에 물들기 싫으셨다는 뜻이었을 게다. 생활이야 곤궁하기가 짝이 없었을텐데, 덕분에 걸작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정녕 꼿꼿한 선비가 아니었던가. 그렇다고 선생이 겨울이면 콧물을 흘리셨을거라는 말은 아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한다. 문사철文史哲도 있다. 선비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현대에는 과학과 예술도 포함되어야 할지 싶다. 예술이 문文이라 한다면 할말은 없다만 말이다. 종교를 철학의 범주에 넣는다면 그것도 할말은 없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런데, 자연과학을 공부했던 옛선비는 없는가?  정조대왕 시대에 홍대용이 있었다. 그는 역학歷學과 산술과 천문에 능통했다고 들었다. 

  한마디 덧 붙인다. 직이불사直而不肆라 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다. 스스로 꼿꼿하면서도, 남에게는 거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선비의 덕목중에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갑은 갑이로되, 갑다운 갑이 되어야 한다는 말일게다. 자기 스스로에게 엄격한 갑인게다. 선비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 쉽지는 않다.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 (이희승, 딸깍발이 중에서)

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선비가 어디 있느냐  (고린도 전서 1: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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