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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545회
보스톤코리아  2016-05-09, 11:40:27   
생각해보면 참으로 까마득한 날이 되었다. 시골 작은 집들이 산과 강을 끼고 하나둘 모여 마을을 이루며 살던 어릴 적 고향은 지금도 여전히 내겐 그리움이고 설렘이고 기다림이다. 그래서 또 내게 어울리는 '삶의 무늬'를 놓으며 새로운 꿈과 희망을 만지작거리는가 보다. 작은 시골 마을 중학교에 젊으신 남자 국어 선생님이 부임하시게 되었다. 선생님의 멋진 넥타이와 양복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머플러는 40년이 다 지나도 작은 소녀의 마음에 여전히 고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 멋진 국어 선생님은 바로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멋쟁이 시인이셨다.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선생님께서 국어 시간에 만해 한용운 님의 <님의 침묵>을 선생님의 깊은 목소리로 낭독해 주셨다. 그 이후 님의 침묵 시편의 참뜻은 고사하고라도 머릿속에 담으며 외우려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한용운 님의 시편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생각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특별활동반을 선택할 때 무엇보다도 국어 선생님이 좋아서 문예반을 들어간 것 같다. 지금도 선생님께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안부를 여쭙곤 한다. 스승과 제자는 아무리 오래도록 헤어졌다가 만나도 여전히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반갑고 재미있다.

선생님께서는 남자 고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으로 계시다가 은퇴하시고 지금은 대학원(평생교육원)에서 국문학 강의를 하고 계신다. 이제는 칠십 고희(古稀)를 넘기신 연세지만 여전히 맑고 밝으신 긍정적인 성품에 제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선생님을 찾아뵌 지가 몇 년이 훌쩍 흘렀다. 다음 한국 방문 때에는 꼭 선생님을 뵙고 와야겠다. 한용운 님의 시편을 만날 때면 선생님 생각이 떠오르고 어릴 적 추억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선생님의 제자가 글쟁이가 되었다는 소식에 선생님께서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그날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이렇듯 어릴 적 국어 선생님께서 읊어주셨던 그 깊고도 심오한 <님의 침묵>의 시 한 편은 그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청소년기를 맞으며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관찰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게 했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머릿속에 외우는 시편은 몇 되지 않지만, 그중에서 좋아하는 시편이 몇 있다. 김춘수 님의 <꽃>, 소월의 <진달래>, 만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과 <복종> 등이다. 세상 나이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만해의 <복종> 시편은 내게 감동이라기보다는 영혼 깊은 곳에 찾아와 나를 흔들기도 하고 저 깊은 바닷속 수면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만해 한용운 님의 <복종>은 독립운동가로서의 조국과 민족에 대한 간절하고도 애틋한 절대적인 헌신의 조국애가 담긴 시편이다. 어디 그뿐일까. 지난 3월과 4월 두 달간에 걸쳐 우리 교회에서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교회의 성경공부(교재:에베소서 / 박승호 목사 지음)를 듣게 되었다. 에베소서를 공부하면서 기독교적인 입장에서의 시편 <복종>은 내게 또 하나의 깨달음을 주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라(엡 5장)는 말씀에 대해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해되지 않았던 '복종'의 의미가 가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복종'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진정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과 신뢰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서로 희생과 헌신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진정 나는 내 남편에게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복종'을 해 본 일이 있었는가.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실한 마음의 복종으로 남편을 존중하고 신뢰한 적이 있었는가 하고 묻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묵상하며 남편과 마주하니 그렇게 귀할 수가 없었다. 그 귀한 마음의 뿌리에 존중과 신뢰의 '복종의 싹'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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