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운전면허증
보스톤코리아  2016-06-06, 12:16:45 
  여름이 닥쳤다. 날이 후덥다. 봄을 즐길만 틈새도 찾을수 없다. 며칠 사이에 봄은 저멀리 가버린 듯 싶은 거다. 그래도 눈오는 겨울보다는 낫다. 여름채비는 하셨는지.

  그날 오후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심지 계단에 앉아 있었다. 오고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던 거다. 점퍼차림 중년사내가 내게 다가왔다. 주민증 좀 봅시다. 당황한 나를 향해 그가 표정으로 다구쳤다. 사내는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혔다. 내가 주민증이 있을리 없다. 내가 말했다. ‘여권이 있다. 여권을 보여주겠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여권을 꺼내들었다. 그때 친구가 왔다. 그 친구가 내 대신 앞뒤 사정을 이야기 했다. 내가 참 평범하지 않은 차림새 였던 모양이다. 형사 얼굴에선 어색한 미소가 흘렀다. 

김포공항을 떠날 때 나는 등 뒤에다
모든 것을 두고 떠나왔다
남편의 사진은 옷장 속에 깊이 숨겨두었고
이제는 바다처럼 넓어져서
바람소리 숭숭 들려오는 넉넉한 나이도
기꺼이 주민등록증 속에 끼워두고 왔다
그래서 나는 큰 가방을 들었지만
날을 듯이 가벼웠었다
(문정희, 할머니와 어머니 중에서)

  미국에 오면서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았다. 푸른색 종이에, 십수페이지에 달해 거의 팜플렛에 버금갔다. 그걸 오륙개월 사용했다.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받기 전에 말이다. 늦은 밤에 경찰이 내 차를 세웠다. 당연히 경찰은 운전면허증을 보자 했다. 푸른색 내 국제 면허증을 보여줬다. 황당한 표정의 경찰이 말했다. 한참을 뒤적이던 끝이었다. “나도 이런걸 본적이 있다. 신호위반인데, 그냥 가라.” 난감한 경찰은 훈방도 막연했을 게다. 이젠, 매사추세츠 면허증을 가지고 한국에서도 운전할 수 있다던데. 글쎄, 서울에서 운전할 수 있을까. 여기서 얻는 실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참, 나는 운전면허증을 삼수끝에 간신히 합격했다. 아내 앞에서 체면구겼음은 말할것도 없다. 

  어느 교포가 겪었다는 사건이다. 갓 이민을 와서 운전중, 신호위반에 걸렸던 모양이다. 경찰에 의해 차는 멈췄다. 경찰은 당연히 면허증을 요구했다. 운전자가 멍때리는 표정을 지었다. 말을 알아 들을 수없는 운전자에게 경찰이 답답했을 게다. 한참 손짓 발짓이 계속되었을 텐데. 지친 경찰이 물었단다. 

 - 교통경찰: 도대체 언제 미국에 왔느냐.
- 운전자: (한참 머뭇거리다가) 투모로우. 
- 교통경찰: (머~엉, ??) 그냥 가라. 
- 운전자: 땡~큐

뭐 그렇다고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엉뚱한 대답했던건 부지기였으니 말이다. 그냥 웃기만 했던 경우는 더 많다.

  사족이다. 한국신문에서 읽었다. 기사를 얼핏 옮긴다. ‘가장 황당한 것은 미국 매사추세츠의 교통법규. 고릴라를 차에 태워도 된다. 단, 조수석에만 탈수 있다. 뒷자리에 태우면 벌금형에 처한다. 왜 고릴라 규정이 있는 건지, 왜 꼭 앞자리에만 태워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조선일보, 윤희영의 뉴잉글리쉬, 2015년 7월 9일). 

한국에서 오히려 미국을 더 많이 안다. 매사추세츠 주에 사는 나도 이런 교통법규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모른다 해도 별 지장없다. 동거가족중 고릴라는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고릴라를 애완동물로 키우지 않는다. 참, 우리 작은아이는 킹콩마냥 컸다.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누가 10:3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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