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일촌一寸 사이
보스톤코리아  2016-07-18, 15:13:09 
  아니 벌써 7월 중순이다. 청포도가 익어 가는 계절이다. 포도는 적당히 건조해야 달것 인데, 너무 말게 살속에 씨앗도 보인다. 요새 보스톤의 7월은 투명하다. 

  한국 전통에 촌수寸數가 있다. 결혼하면 부부간에는 0촌이란다. 부모와 자식지간엔 1촌이다. 형제간에는 2촌인바. 삼촌은 1+2 가 되니 3촌인게다. 매우 수학적이고, 앞뒤가 맞는다. 부부는 피가 다를 것이니, 부모와 자식이 가장 가깝다. 하긴 우리 민족은 한두다리 건너면 모두 안다. 서너다리 건너면 모두 친척일지도 모른다. 원체 좁아야 말이지. 그러니 사돈에 팔촌이란 말도 있다. 실은 팔촌이라해야 그닥 먼것도 아니다. 사촌에 사촌일테니 말이다. 어디선가 읽었다. 전세계 인구의 1할이 몽고족의 피가 흐른다던가. 칭기즈 칸 시절에 워낙 피를 넓혔으니 말이다. 당연히 우리 모습은 몽고족과는 구별이 쉽지는 않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의 진위공방이 한창이다. 감정가들은 작품이 진품이라 했다. 하지만 화백은 그 그림은 위조작이라 했다. 화백이 던진 말이 의미심장하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어미가 몰라보겠는가?’ 한편, 이우창 화백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반대인 경우다. 작가는 진품이라 했는데, 전문가들은 모조품이라 했다. 도무지 어느 말이 맞는지. 사람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자신의 새끼인지 구별이 쉽지 않을 적도 있을 거다. 일촌간에도 피와 살과 뼈를 주었어도 알아 볼수 없을적도 있는 모양이다. 

  아주 오래전이다. 내 형님은 집에서 토끼를 키웠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꽤 많이 키웠는데, 갓 태어난 새끼를 키우는게 재미있다. 형님이 어린 내게 말해줬다. 배가 다른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방법이다. 제 새끼가 아니면 어미토끼는 정확히 가려내어 물어 죽인다 했다. 그러니 배가 다른 새끼를 다른 어미에게 유모역할을 맡기는게 쉽지 않은 거다. 헌데 알고 보니 일은 쉬운듯 했다. 어미는 제 새끼에게는 자신의 오줌을 발라 놓는다. 오줌냄새로 제 새끼와 남의 새끼를 구별하는 거다. 그러니 남의 새끼를 슬쩍 밀어 넣을 적에, 어미의 코끝에 어미의 제 오줌을 발라준단다. 어미가 아무리 예민한 코를 가졌다 해도, 모든 새끼들의 냄새는 같다. 바로 코끝에서 같은 오줌냄새가 나니 말이다. 형님의 설명에 어린 나도 신통해 했다. 토끼도 일촌 어미와 새끼 사이에 구별이 결코 쉽지는 않다. 
  
문정희 시인이다. 그의 아들에게 시이다.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문정희, 아들에게)

  내 어머니를 오랜만에 뵈웠을 적이다. 마르고 늙은 눈가에는 물기가 서렸고, 붉어졌다. 대신 내 목이 잠겨왔으니, 애써 고개를 돌렸다. 내 아이도 나를 오랜만에 만나면 목이 멜 것인가. 반가운 눈물은 7월의 청포도처럼 입안에서 시다. 

  촌수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썰렁개그 풀어낸다. 요새 이야기하는 부장님 개그 이다. 동네 처녀가 남자친구를 만났다. 지나던 동네 어른이 그걸 봤다. 당황한 처녀가 하는 말. 실은 내 오촌五寸 오라버니. 궁한 나머지 변명으로 내 던진 한마디였는데, 그 어른도 고개를 끄떡였단다. 그 동네촌수는 콩가루 촌수인가? 아니면 애교넘치는 촌수인가? 그건 모르겠다. 

 ‘자기 어머니께 말씀하시되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요한 19: 2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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