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이 자랑스럽다는 식당에 들어섰다 - San Francisco 1
보스톤코리아  2008-04-14, 13:28:04 
들어오는 물길은 있어도 흘러나가는 곳이 없는 신비의 호수 Salt Lake를 뒤로하고, 서부를 향해 달린다. 시커먼 땅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드넓은 대평원(大平原)은 풀한포기 없는 사토(死土)처럼 느껴지는데, 한참만에 들어선 구비길은 높고 깊은 석산뿐이다. 산높고 골 깊으면 흐르는 물줄기라도 있을 법한데 모두가 건천(乾川)이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강산 North Nevada의 외통길 I-80(w)도로는 뜨거운 태양에 달구어져 아지랑이가 피어나듯 이글거린다. 똑같은 풍광의 사막길이 지루해 정신없이 달린다. 저멀리 보이는 강을 찾아 가보면 멀어지고 또 사라지는 신기루(蜃氣樓)의 장난에 홀린 듯이 달렸던 대여섯시간은 공황장애(恐慌障碍)에 빠진 사람처럼 사물의 감지(感知) 내지는 조절능력까지 흐트러지는 듯 하여, 잠시 차를 세워 작달만한 향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가졌다.

다시 출발해 도착한 곳은 사막속의 계곡. 계곡의 호수가에 자리한 조그마한 마을 Humboldt라는 곳인데, 달려오던 도로가에 호수와 숲, 온천이 있다는 입간판을 보고 찾은 곳이다. 길게 뻗은 호수 한켠에 모여사는 집들이 조용하다. 허술한 여관이지만 둥근 통나무의 욕조에는 뜨거운 온천물이 넘실댄다. 흐르는 온천수를 받아 쌀을 씻어 밥을 앉혀놓고 뜨거운 사막길을 별탈없이 달려준 애마(愛馬)를 점검한 뒤, 시장한 김에 얼른 밥솥을 열었다. 마지막 남은 포기김치를 죽죽 찢어 윤기 흐르는 밥 위에 얹으니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 같다.

식사 후 돌아본 호수는 가뭄탓인지 물이 많이 줄었지만 굵은 자갈이 많이 깔려 있어 시원한 아침에 낚시를 할 요량으로 그냥 돌아왔다. 참나무로 만든 욕조는 오래 되었지만, 나무향이 은은하다. 몇개의 통이 뒤뜰 여기저기에 물은 채워져 있지만 손님은 없다. 원래 검은 토질이라 둘러처진 산들은 어둠에 더욱 검지만, 정수리에 얹혀진 하늘만은 너무 밝아 금방이라도 쏟아 내릴것 같은 별들이 가득하다. 천문학 쪽은 문외한인 필자가 북두칠성 뿐, 어릴적 고향집 뒷산에 걸쳐있던 북두칠성을 보며 부모님과 함께 삶은 옥수수를 먹던 생각이 난다. 마당 한 켠 화로 위에 얹어 놓은 생쑥의 매운 연기를 피해 이리저리 멍석 위를 옮겨 다니던 철부지 어린 시절. 눈이 따겁다고 짜증을 부리면 “그놈 참” 하시며 연기를 막아주시던 아버님. 어머님 무릎에 누워 보았던  그 별자리를 이역 만리 외진 곳에서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먼동이 뜨기 전인데도 새소리가 요란하다. 이놈들도 새벽의 움직임이 부산한 것을 보니 뜨거운 한나절 보다는 지금이 좋은가 보다. 체비를 하고 호수에 가보니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다. 의아해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인사를 하며 다가서니, 다짜고짜 “너 Fishing License가 있느냐?”고 묻는다. 사실 Nevada에서는 낚시 계획이 없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들이 잡는 고기는 초어(草漁)였다. Florida의 Sarasota에서 잡은 초어는 은색이 선명했지만, 이 곳의 초어는 모든 지느러미의 끝부분이 짙은 갈색을 띠고 있어 무척 강하게 보인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판다고 한다. 그러니 이방인을 경계하는구나 생각하고 돌아왔다. 그들이 일러준데로 생선가게를 찾아가보니 청어처럼 smoke를 해서 진열해 놓았다. 조금은 짠듯하지만 구수한 맛은 일품이다. 몇 마리를 사서 넣고 부지런히 여관을 향했다. check out을 하고 덜 달구어진 도로에 올라섰다. 굽이굽이 돌고도는 민둥산 계곡들은 Rocky 산맥의 진수를 보여준다. 간간이 보이는 Truck들 외에는 한산한 도로다.

한나절이 되서야 Nevada의 서쪽 끝 Rono에 도착해 백년이 자랑스럽다는 식당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 오래된 목조건물은 조명은 밝지 않아 침침하고, cowboy 모자를 쓴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인접해 있는 California 때문인지 싱싱한 야채와 Home made Dressing이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양고기 갈비를 구워 발린 살에다 구은 통감자, 살짝 데친 Brocory-Tomato에 Anis를 잘게 썰어 넣어 진한 향이 입속 가득하다. 투박한 접시에 가득하던 음식을 개눈 감추듯 비우고 나니 진한 커피향이 당긴다. 마지막까지 심술을 부리던 Rocky 산맥의 고봉들을 뿌리치고 나니 내리막 길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 높은 고원을 지나 서쪽 벽을 타고 내려오니 따뜻한 기온에 환경이 확 바뀐다. 기름진 풍요로움이 굽이마다 배어나온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최석천 (전문 낚시인)
최석천씨는 뉴욕지역에서 낚시 가이드와 미주, 남미, 유럽 등지에서 전문 낚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의 330-774-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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