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것을 인정해주는 용기
보스톤코리아  2008-09-15, 21:09:35 
미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곳은 다양한 인종과 언어와 종교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연합되어만들어진 나라이다. 열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는 다양한 민족의 특성이 모여 한 나라의 연합을 만든 것이다. 미국에 20여 년을 살며 세 아이의 학교 교육과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조화'라는 것을 배운다. 각양각색의 인종과 피부색 알아들을 수 없는 각 나라의 말이 처음에는 혼란스럽긴 해도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보면 결국 다양함 속에서의 어우러진 조화이다. 그 많은 것 속에서 내 것만을 주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 것이 중요하기에 남의 것도 귀하고 값진 것임을 인정하고 나눌 수 있을 때만이 연합의 큰 의미는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민 생활이 그리 쉽지 않음을 반증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한인들이 모인 장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민 2세들이야 미국의 학교 교육과 가정에서의 헌신적인 부모님들의 보살핌으로 염려없이 자신의 꿈을 키우고 당당히 미국 사회에서도 자리 매김을 하고 산다. 하지만, 이민 1세대들의 특징은 미국에 살면서 생활의 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과 생활에서 부딪히는 언어의 장벽으로 깊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다 풀어내지 못한 울화가 쌓여 화병이 되고 그 답답했던 속을 후련하게 내놓을 수 있는 곳이 한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모인 장소이다. 그러니 한인들이 모인 장소가 서로의 답답함을 해결해주는 곳이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상처도 주고받는 쓸쓸하고 시끄러운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그랬듯이 열심히 자녀를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이민 1세대인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과 헌신으로 키운 자녀가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성공하면 그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이 된다. 하지만, 이민 온 세월만큼 가정의 안정이나 자식의 성공이 채워지지 않은 일도 있기에 때로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또한, 자신의 걸어온 타국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는 뒤안길에서 그 무엇하나 제대로이지 않은 경우는 20~30년 전의 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의 현실에서 과거를 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내가 왕년에 어떤 사람이었는데..."하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에는 안타까움이 일기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고 내일의 꿈이 있어 오늘이 있음을 인식해야 할 일이다.

미국에 살면서 안타까운 것은 나 자신마저도 점점 도태되기 싶다는 생각이다. 자신을 위해 시간을 마련하지 않으면 주변의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내 것이 아니다. 말이 좋아 미국에서의 생활이지 생활고에 시달리고 가족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매일 일터에 새벽에 나가 늦은 밤 돌아오는 일이 허다한 것이다. 제아무리 아니라고 또 아니라고 도래 질을 쳐도 때로는 허탈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의 직장이나 사업에서의 성실함과 열심은 미국인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강인한 생활력이고 사회력이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지급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에는 걸인도 많고 재력가들도 많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이제 내게 있는 것을 펼쳐 다른 이에게 소개하고 선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한인 이민 1세대가 내 조국을 떠나 먼 이국땅에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디며 내 가정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희생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 이민 1세대의 아름다운 헌신이 빛을 발할 때가 온 것이다. 주변의 가까운 곳에서 굶주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열악한 상황에서 막 이민 온 다른 나라의 이민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어떨까. 그 오래전 이민자로 고생했던 일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동안의 힘들었던 세월이 그리 안타깝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제 이민 2세대인 자녀가 미국 사회에서 당당히 서서 일하고 또 이민 3세 아이들의 꿈은 더 넓고 높게 펼쳐지기에 가슴 뿌듯한 기쁨이지 않은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기에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다양성에서의 조화를 배운 것이다. 서로 튀지 않는 하모니의 조화를 말이다. 서로 다른 인종과 언어 그리고 문화와 종교 속에서 내 것만을 주장하지 않고 네 것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줄 수 있는 너그러움은,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미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이민자로 살면서 만나고 느끼고 배웠던 일이다. 나와 다른 피부색과 나와 다른 종교 그리고 언어와 문화가 그 어떤 차별을 말할 수 없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내가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을 때 먼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해 주고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주고 존중해 줄 때만이 내 것의 가치가 더욱 귀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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