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20회
보스톤코리아  2009-10-26, 16:13:48 
며칠 전 동네 친구와 점심 약속을 했다가 서로 바쁜 일이 생겨 그만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월요일 - 10/19/2009)는 Panera에서 그녀와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 요즘 친구는 남편과 함께 한 곳에서 비지니스를 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편 따로 아내 따로 비지니스를 할 만큼 씩씩하고 열정적인 멋진 여자이다. 친구는 딸 둘을 키우며 열심히 자기 일을 해왔고 올가을 작은 아이도 대학에 입학했으니 이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친구는 들어주기 좋아하기에 자분자분 얘기하기 좋아하는 나와는 궁합이 잘 맞는 친구이다. 우선 서로 마음이 잘 통하기에 말이 잘 통하는가 싶다. 서로 마주하고 있어도 마음이 통하지 않을 때의 답답함이란 경험해본 사람은 알 일이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은 늘 교감하기에 오랜만에 만나도 늘 행복한 느낌을 주고받는다. 이 친구는 서너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긴 시간을 한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는 편안한 친구이다.

서로 약속을 정하며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 떠오르는 곳이 바로 "Panera 커피"이다. 한국 식당은 서로 아는 얼굴들이 많고 좁은 공간에서의 대화가 그리 편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파네라'는 한국 사람보다는 많은 미국사람이 오가고 안의 분위기도 깔끔하고 얘기 나누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만으로도 긴 시간(약 서너 시간)을 앉아 얘길 나눠도 눈치 보이지 않아 더욱 편안한 곳이다. 이 친구랑은 삶의 얘기를 인생의 얘기를 깊이 있게 나누는 편이다.

둘은 나이가 비슷하고 아이들의 나이가 비슷하니 얘깃거리가 많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아이들 얘기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으나 언젠가부터 우리는 '멋진 여자 나이 50을 꿈꾸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로의 인생관을 꾸밈없이 내어놓고 '삶의 가치를 어디에다 둘 것인가?'를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 그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누구의 아내도 아닌 그리고 누구의 엄마도 아닌 '여자의 이름'으로 만나 나누는 얘기는 달콤하고 자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 집 남자가 조용하고 믿을만해 좋아하는 '동네 아줌마'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한 그녀는 내게도 큰 '크리딧'이기도 하다. 어제는 그녀와 조금 구체적인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었다. 서로의 남편이 두 아내를 믿어줄 수 있으니 또한 편안하고 고마운 일 아닌가. 서로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 서로의 눈빛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고 살림 꾸리느라 여가의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도 시간을 마련하고 정성을 들일 수 있는 삶이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친구라면 더없이 좋을 일이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어 만나 서로의 가슴을 열어 함께 나눌 수 있기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정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한 여자로서 마주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또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살면서 쉬이 친구를 사귀지 않는 내게는 그저 오래 묵은 친구들이 곁에 몇 있다. 거의 20년 동안을 묵묵히 곁에서 바라보고 마주하던 싫증 나지 않는 '어머니 된장 맛' 같은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어제 Panera에서 즐긴 그녀와의 '달콤한 데이트'는 참으로 행복했다. 그녀가 행복한 모습으로 활짝 웃는 모습이 내 가슴에도 오래 남아 흘렀다. 곁에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괜스레 나도 행복해진다. 그녀는 늘 나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언제나 부족한 내게 꿈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귀한 친구이다. 조용하지만 힘이 있고 열정이 있는 그녀는 다른 사람이 가지지 않은 큰 에너지의 원동력을 갖고 있다.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길 이 이른 아침에 마음의 기도를 하면서 그녀의 환한 얼굴을 떠올려 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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