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행 / 후 / 기
보스톤코리아  2010-04-12, 12:30:16 
산행을 하며 나는 나를 알아차린다. 나 라는 육신이 힘들어 하고 있기도 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기도 한다.
또 나를 잃어버리며 산과 조화를 이루어 산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즐거움에 오늘 나는 등산을 간다.

3월 28일 일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산행갈 준비를 한다. 점심에 먹을 것들을 꾸리고 서둘러 집을 나간다. 오늘은 비풍초님이 집앞까지 데리러 온다고 하여 더욱 여유가 있다. 오늘은 어떤 산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많은 기대를 갖고 집을 나와 PARK&RIDE(EXIT2 OF RT93)에서 중간 모임을 갖는다. 일주일 만에 만난 반갑고 낯 익은 산우들을 맞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일요일 산행이라 내가 산행을 시작한 이래 최소 산행 인원이 모였다.

꼭 정예 부대만 모인 듯하다. 8명의 인원이 두 차에 나눠 타고 마운틴 리버티로 향했다. 오늘은 자유의 산이다. 우리에게 더 큰 자유를 주려나 부다. 지금은 아침 10시. 보스톤에서 뉴햄프셔 마운틴 리버티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산 밑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장비를 점검해 본다. 우선 아이젠과 슈패츠가 필요하다. 아하, 문제 가 생겼다. 우리 대원 중의 한 명 엘렌님이 라면은 챙기면서 새로 산 아이젠과 슈패츠를 놓고 왔다고 했다. 겨울 산행에서 목숨과도 같은 아이젠을 놓고 오다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 때 선뜻 자기의 아이젠을 빌려주는 우리의 산악회 회장님! 와우! 나는 나의 한쪽 아이젠도 못 빌려 주고 있었는데. 정말 쉽지 않은 결단력이다.

아무리 경험이 많다 해도 아이젠이 없으면 겨울 산행은 위험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또 배운다. 이것이 리더십이구나. 아직 나는 부족한 것이 많음을 느낀다. 우리 선배님 중에 한 분인 유영모 선생님은 하루 한끼의 식사를 했다는데, 그분 말씀이 내가 적게 먹으면 그 만큼 다른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하면서 평생 사랑 실천을 주장하면서 소식(하루 한끼)을 했다 한다. 이런 인간적인 사랑을 느껴 본다. 우리는 종교를 갖고 일요일이면 종교 집회에 가고, 회개를 하고 새사람이 되고자 하며, 자기의 믿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려 한다.

믿음을 전할 때 이런 이야기가 있다. 말로 전하지 말고 행동으로 전하라고. 우리 보스톤 산악회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신의 사랑을 보여주는 멋진 산악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리버티 산의 초입부분은 눈이 녹아 따스한 봄날의 풍경을 즐기며 산우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 갔다. 약 일 마일정도를 오르니 눈 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년 이맘 때는 초입부터 눈이 수북하고 많았다고 하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눈이 일찍 녹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산은 아직 추워서 얼고 녹고 하여 눈이 약간은 굳어 있다. 지난번 산행은 너무 깊이 빠져서 힘들었으나 이번 산행은 빠지지는 않지만 미끄러운 편이다. 우리는 약 2 마일 정도를 더 가서 텐트 야영지에 도착했다. 지금 12시 15분. 점심시간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정상까지는 1 마일정도 더 가야 하지만 정상은 바람이 세고 식사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황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커피도 한잔하고 모든 피로가 가시는 듯하다. 오드리님이 만들어 주신 김밥은 정말 맛있다. 이런 산행에서 먹는 김밥은 정말 더 맛있다.

이 김밥 속에서 사랑과 정성을 느끼며 산행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더 느낀다. 자! 또 출발이다. 점심 식사 후 몸이 무거워서 그런지 약간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 1 마 일 조금 더 힘내서 가자. 눈꽃과 얼음 꽃이 나무와 풀들에 엉켜 아주 아름답다. 정 말 아름 다운 광경들이다. 겨울 산의 풍경이 좋아서 그런지 힘든 것도 다 잊어버리고 거의 정상에 다 왔다. 겨울의 눈 덮인 산은 일반 산 보다는 힘든 산행이다. 아이젠을 신었기에 위험하지 않게 걸을 수 있으나 그 무게와 거추장스러움에 불편함이 있다. 약간의 마지막 힘겨움을 이겨내고 자유의 산, 마 운틴 리버티를 우리는 다같이 정복했다.

이곳에서의 광경은 아주 웅장하다. 아마도 모세가 느보산에서 가나안 땅을 바라보면서 느꼈을 법한 그런 감동과 즐거움을 맛 보았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아주 멀리까지 보인다. 저 멀리 뉴햄프셔에서 가장 높은 마운틴 워싱턴도 보이고 있다. 다 들 감동에 젖어 정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자연에 도취되어 사진을 찍었다. 이런 시원함과 감동 때문에 산은 매력이 넘친다. 산행은 명상이자 신에 대한 기도 그 자체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기도. 어느덧 오후 2시. 이제 하산을 할 시간. 감동을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 시에는 미끄러움에 더욱 조심을 해야 한다. 나야 아이젠이 있어서 어려움 없이 내려가지만 우리의 회장님은 어떻게 저리도 잘 내려가는지 역시 경력과 경험이 풍부하고 믿음직하다. 내려오면서 보는 풍경은 더 여유가 있다. 올라 갈 때는 보지 못한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으며 여유 속에 바라보니 더 감동적이다. 산 밑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오늘은 산행 난이도에 비해 약간 시간이 더 걸린 편이다. 워낙 자연을 즐겼던 모양이다. 다들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즐거워한다. 멋진 산행이었다. 이제 다시 중간 집결지로 돌아오니 6시 15분이다. 오늘 저녁 뒤풀이는 올스톤에 있는 월남 쌀 국수 집이다. 이곳의 가장 맛있고 한국 사람의 입 맛에 딱 맞는 다는 메뉴 14번. 비풍초님의 강력한 추천. 혹시나 역시나 정말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마지막순간까지
산의 정기를 받아 모두 건강하고 꿋꿋하고 가슴을 쫙 피고 살아가기를 진정 희망한다.
끝으로 뒤풀이에 참석해서 마지막을 빛내주신 블루님, 오드리님에게 감사합니다.

최강덕 (보스톤 산악회원, 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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