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 Mt. North Kinsman
보스톤코리아  2010-05-31, 12:23:04 
“산이많이보고싶어”
한국친구와 통화할 때 “한국의 뭐가 그리워?” 하고 물어보면 서슴없이 산이 많이 그립다고 말할만큼 산이 보고 싶었다. 글쎄.. 언제부터 산을 이렇게 좋아했나? 생각해보면 힘든 산 올라가 다시 내려올 걸 뭐하러 타나 하는 사람들 중 하나 였던것 같은데.. 도덕산,왕복거리 한시간 반, 하지만 언덕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높이가 있어 산이라 부르던 바로 집 뒤에 있어 운동 삼아 자주 올랐는데 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 모습에 반하게 되었지.. 오늘은 꽃이 피었던 곳이 연두빛에서 초록으로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낙엽이 되어 사라졌다 봄이 되면 다시 솟아나는 그 생생한 모습들이 어떠한 예술작품들보다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그래서 등산 동호회를 들고 산을 다니고 어떻게 운이 좋아 같이 한결같이 산을 타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미국에 왔지만 현대 문명의 이기 덕으로 거의 매일 인터넷 비디오 폰으로 전화하는 엄마와 싸이로 이야기하는 친구들 덕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그리 느끼지 못했지만 자주 접하지 못하는 산은 언제나 그리움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인 신문에서 보고 가입한 보스톤 산악회는 그런 그리움들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았다.

그리하여 오늘은 클럽과 함께하는 세번쨰 산행 Mt. North Kinsman(4,293ft), 먼저 두번 한 산행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기에 ‘아~ 이거 내 몸이 아직 산을 기억하고 있구나’라는 조금의 자만심과 ‘그래도 이번 산은 조금 높다던데.. 그래 해보자’하는 기대감과 함께 오드리님의 차에 올랐다. 기름챙이님의 재미난 율동 동작과 함께 시작한 산행은 날씨가 조금씩 흐려지는 것 같아 비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뭐~ 비오는 날 산행도 나쁘진 않지 하며 활기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30분쯤 후 도착한 Lonesome Lake, 물결이 없이 고요해서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 들게 했던 호수, ‘야~ 산위에 이런 호수가 있다니.. 백두산 천지도 이런 느낌일까? 아마 더 크고 고요하겠지?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다짐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 뒤 쉬지 않고 달리는 선두그룹을 쫓아 정신없이 걷고 있는데 하얀 눈으로 덮인 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5월인데 아직도 눈이라니 신기하네’ 하면서 따라가는데 점점 눈과 얼음으로 덮인 가파른 산길과 안개로 덮인 험한 산길이 계속 되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서 정상 정복! 하지만 전망은 흐린날씨와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블루님에 말씀에 의하면 Lonesome 호수와 Mt. Lafayette 가 보인다는데.. ‘그래 눈을 감고 상상을 하자’ 했지만 부는 바람과 추위에 이런 날씨를 예상하지 못해 미처 준비못한 얇은 옷들로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점심을 재빠르게 먹고 내려온 산밑은 여전히 따뜻한 봄이어서 이거 내가 눈을 보고 온거 맞나? 하는 이질감을 느끼게 됐다. 언제나 산행후에 오는 가벼운 허벅지의 통증과 추위에 시달려 헐렁거리던 반지가 빠지지 않는 부은 손가락만이 추웠던 정상을 다녀온 흔적을 보여주었다. ‘그래 오늘은 Kinsman이 우리에게 다음에 다시 오라고 본 얼굴을 안보여 주었나 보다’다음에는 꼭 그 하얀 베일를 걷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길 바라며 그 날의 산행을 마무리 했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건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미 사랑하게 된 보스톤 산악회와 미국의 산들! 둘 다 아직은 소소히 알지는 못하지만 회원들은 그저 타국땅에서 만난 동향인이 아닌 가족 같은, 미국의 산들은 한국의 산들처럼 친숙하게 느껴지게 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보스톤 산악회원 박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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