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 White Mountain 48-4,000 Footers를 마치고서
보스톤코리아  2010-06-28, 11:36:25 
New Hampshire 주에 있는 White Mountain에는 4,000피트(약 1,200미터) 이상의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는 산이 48개가 있다. 실제로는 더 되지만 인접해 있는 산과 연결되는 능선의 낮은 곳에서 200피트를 높지 않으면 포함하지 않은 숫자이다. 범위를 뉴잉글랜드로 넓히면 Maine 주에 14곳, Vermont 주에 5곳을 합쳐 67곳이 된다.

필자는 지난 6월 18일, Mts. Willey (4,285ft.), Field(4,340ft), 그리고 Tom(4,051ft)를 오르므로 마침내 the White Mountain Four Thousand Footers를 마쳤다. 처음부터 완등 목표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숫자를 세기 시작한 것은 작년 늦여름 같은 산악회의 김혜순씨 완등 소식이후였다. 일단 정해놓은 목표를 완성하고 나니 후련한 마음이 생긴다. 그동안 함께하거나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제는 좀 더 자유스럽게 Katahdin, Baxter Peak(5,268ft)를 비롯한 Maine 주와 Vermont 주의 산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Rockey Mountain과 미서부 쪽에 있는 고산을 향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산에 오를 수 있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십수 년 전에 떠나 8년 전 이곳, Appalachian Mountains 언저리에 살게 된 것은 필자를 산으로 부르시는 그 분의 은총이리라. 소백산과 지리산을 수십 번 오르내리며 닳고 닳은 헌 K2 등산화를 미국 땅에서 다시 꺼내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흥분된 마음으로 왁스를 칠하고 처음 찾은 곳은 Franconia Ridge였다. 필자가 사는 곳에서 I-93번을 타고 북쪽으로 두 시간 이내에 닿는 곳이다. 그 곳 Mt. Lafayette과 Mt. Lincoln에 걸쳐 above-treeline으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능선은 계속해서 필자를 불렀고 필자는 이에 응답하여 그 해에 매달 한 번씩은 가게 되었던 산으로 이제 그곳은 필자의 미국 땅 고향이 되어 버렸다. 향내 나는 하늘 바람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산에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필자가 산을 찾는 이유는 한마디로 산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왔노라! 보았노라! 감동했노라! 똑같은 산이라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코스마다 감동을 주는 맛과 멋은 아주 다르다. 환한 미소로 반기는 야생화, 짙은 녹음으로 덮고 있는 거대한 숲, 거대한 숲을 어루만지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바람소리와 가슴 속으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불타오르는 홍엽, 황홀경을 연출하는 설원, 아름다운 새들의 사랑의 노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산과 산의 파노라마, 골짜기의 바위들을 얼싸안고 흐르는 시냇물과 물소리는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더욱 신명나게 해준다. 작년 8월에 Mt. Washington을 오르고서 남긴 산행후기에 필자는 산에 오르는 마음을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지금도 그 마음 변함이 없기에 옮겨본다.

“북한에 억류 되었던 여 기자들이 그리운 집과 모국으로 돌아오면서 행복에 겨워 잠을 이루지 못하였듯이, 나도 나를 불러주는 그 분의 사랑에 감격과 행복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토요일 새벽 4:00에 집을 나섰다. I-93과 16번 도로를 연결하는 25번 도로를 달리고 있을 즈음에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며 왼 편 쪽으로 우뚝우뚝 솟아 난 산들이 그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16번 North Conway 지나면서, 아! 나는 보았다. 대서양으로부터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 빛을 받고 그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큰 산 Mt. Washington을 본 것이다. 언제부터 저 산은 저기에 있었던 것일까? 지난 3월말 경만 해도 모진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치던 그 곳, 지금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나무와 생명체들이, 심지어는 바위, 흙, 바람, 그리고 지금 비추는 햇볕이 서로 어우러져 생명의 원천이 살아 숨 쉬고 있을 산이다. 아! 내가 꿈꾸는 산은 시세나 자기 이해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행동하고 움직이지 않는 저런 산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무엇이든지 넉넉해지고 사람들에게 감동과 애정을 주는 사람이 산 사람이고 산사나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산을 꿈꾸며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산을 오르내리며 넓고 너른 대 자연 어머니(Mother Great Nature)의 품에 안기는 법과 언제 가보아도 흔들리지 않고 떠나지 않고 계신 믿음의 아버지를 가까이 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인간의 때 묻지 않은 창조의 원형에서 숨을 쉬어보기도 하였고(백설로 뒤덮힌 Turkerman Ravine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Lion Head에서 맞으면서), 하늘과 땅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서 노래하며, 춤추며, 웃으며, 기도까지 할 수 있는 은총을 받기도 하였다(Franconia Ridge, Mt. Lafayette-Mt. Lincoln). 세 번에 나누어 걸었던 25.5 Miles의 Presidential 종주(Mt. Madison - Mt. Adams - Mt. Jefferson - Mt, Washington - Mt. Monroe - Mt. Eisenhower - Mt. Jackson)는 감히 신의 정원(God's Garden)을 걸은 것 같은 황홀하고 거룩한 경험이었다. 아래쪽에는 빨갛게 타오른 단풍과 위쪽에는 설원으로 오직 그 분만이 연출해 내실 수 있는 신비의 Mt. Jefferson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서 꼬박 하루(낮 12시간)를 발품을 팔았던 19,7miles의 Bond Series 종주는 지금까지도 생각할 때 마다 가슴 벅차고 설렌다. 같은 산악회 회원 네 명의 팀워크 결과였다.

Mts. Willey(4,285ft.), Field(4,340ft), 그리고 Tom(4,051ft)을 48곳 완등 마지막으로 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Willey 정상 부근 전망대에 서자 그동안 올랐던 산들, Mt. Washington이 위용을 떨치고 있었고, 북동쪽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Willey 정상을 돌아 Field과 Tom 정상에 닿는 곳까지 걷자, 서남쪽에 있는 산들도 결코 북동쪽에 있는 산들에 뒤질 수 없다는 듯이 빼어난 풍경을 선사하고 있었다.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어 부를 수 있는 산들의 이름을 모두 불러본다. 가까이 있는 Carrigain으로 시작하여 Bonds를 거쳐 Liberty와 Flume, -------

3년 전 이곳에 산악회가 생기기까지 주로 나 홀로 산행에 나섰다. 그러나 이제는 주로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서게 된다. 착한 사람들이 산에 다니는 것일까? 아니면 산에 다니면 사람들이 착해지는 것일까? 산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산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그 분의 은총이다. 새 기운과 힘을 주어 인생을 즐겁고 신명나게 걷게 해 준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산악회 말고도 다른 산악회도 회원을 늘려가며 열심히 산행을 한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반갑고 좋은 일이다. 심신을 단련하려는 목적으로도 산을 찾는 것도 귀한 일이다. 이에 필자도 참여 하고 있는 산악회 말고도 뉴잉글랜드 목회자 산악회를 구성하여 그 분들을 산으로 안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떤 분이 "선(仙)은 사람이 산에 들어가 도(道)를 닦는 모습을, 그리고 속(俗)은 사람이 골짜기에서 술을 팔아 돈을 버는 모습"이라고 풀이하였다. 아! 우리는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가? 신선(神仙)과 같이 도(道)를 붙잡고 몸부림치는 쪽인가? 아니면 속물(俗物)이 되어 군중의 욕구에 영합하여 인기몰이나 자기 세력 확장에 열중이며 돈만을 세워가며 자기 자랑에 빠지는 쪽인가? 어느덧 나에게 산행은 순례가 되어 버렸다. 순례의 길을 떠나는 마음으로 시작된 나의 새로운 산행은 앞으로 하늘 끝을 걸어서 닿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필자와 함께, 우리를 부르시고, 인도하시는 그 분과 함께 순례의 산행을 떠나지 않으시려는가?

뉴잉글랜드 산악회 산사랑 김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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