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기름유출 재난
보스톤코리아  2010-06-28, 12:12:26 
요즘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두 주도 아니고 벌써 두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계속이고. 더군다나, 이 상황으로 가을까지 갈지도 모른다고 한다. 옛말에 한 번 보는 것이 천마디 말로 듣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듯이 4월에 처음 사고가 났다고 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TV 에서 아침 저녁으로 원유에 공해 된 바다와 해변 그리고 기름을 뒤집어쓴 펠리칸 새를 보면 이것 참 보통 일이 아니다 싶다. 오염된 크기가 뉴잉글랜드 지역을 다 합한 것보다 크다고 한다. 그렇게 많이 유출된 원유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한데 우리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원유에는 수천개의 화학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휘발성이 강한 소위 “알케인”들은 휘발성이 높은 가솔린 같아서 해안에 도착하기 전에 대부분 모두 증발한다. 그 나머지는 대부분이 벤진 계통인 PAH라고 하는, 소위 말해서 방향족 화합물로 구성되며 그 중 많은 것이 발암작용을 하는 환경오염 물질들로 알려졌다. 그래서 해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대부분의 찐득찐득한 검댕이(tar ball)는 특히 이런 발암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그들의 화학구조는 담배나 석탄을 태울 때 생기는 물질과 비슷하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BP (Benzo[a]pyrene)인데 아마도 가장 연구가 많이 된 발암물질 중에 하나이다. BP는 지방성이 강하여 물에 녹지 않고 피부나 흡입을 통하여 체내에 섭취되면 반응성이 높아져서 DNA를 변화시키는 발암 유도물로 변한다. 물론 뜻이 다르고 또 우연이기는 하지만 이번 재난을 일으킨 장본인 석유회사도 BP (British Petroleum)라고 한다.

보통 바다에 떠있는 기름을 가능하면 속히 소산시키기 위하여 분산제 (dispersants)를 많이 쓴다. 사진에 보면 보통 오일이 흑색이 아닌 주황색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분산제와 오일과의 화학반응 때문이다. 또는 같은 목적으로 오일을 태우기도 한다. 분산시키든지 태우든지 그 결과로 인하여 생기는 생산물이 얼마나 독성이 있으며 또 얼마나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직접 이것들이 피부에 접촉하거나 흡입을 하지 않으면 크게 건강에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두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재난을 21년 전에 알래스카 해안에서 있었던 (Exxon Veldez) 오일 재난과 비교하는데, 우선 스케일이 훨씬 크고 또 멕시코만의 바다온도가 훨씬 높고, 곧 여름이 오면 뜨거운 날씨에 기름 증발이 가속되어 많은 공해오염 물질이 공수할 것이다. 또, 날씨변화에 따라서 (즉, 태풍) 공수한 공해물질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증발하지 않고 해안에 정착하지 않은 대부분의 기름은 어디로 가겠는가? 결국은 바다 밑의 어류나 패류 (새우, 게, 등) 의 후드체인으로 가라앉아 남을 것이다. 그 결과가 얼마만큼의 피해가 되는지는 예측하기가 힘들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오일 유출은 전례에 없는 스케일이라고 한다. 꽃게(blue crab)를 좋아하여 가족과 함께 몇 년 전에 볼티모어에 있는 식당에 간 적이 있다. 꽃게가 chesapeake bay것이냐고 종업원에게 물으니 그는 웃으면서 대부분이 멕시코만에서 온다고 한다. 아마도 당분간은 그곳에서 나오는 굴이나 새우, 꽃게는 맛보기는 힘들것 같다.

멕시코만 원유 재난을 보고 있으면 우리 인간의 미약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달에 사람을 보내는 능력있고, 인간유전자를 파해칠수 있는 과학첨단 미국이 깨어진 파이프에서 콸콸 나오는 기름을 (물론 바다 깊숙한곳이긴 하지만) 두달이 넘도록 막지를 못하고. 또 보도하는 기름 유출양도 천차 만별이다, 어떤 보도에 의하면 하루에 2만 겔론 정도라고 하고,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하루에 2~3백만(!) 겔론 이라고 하니, 뭘 믿어야할지. 며칠전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특별담화를 통해 노벨상을 탄 에너지장관이 책임을 맡아서 다 잘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걱정 말라고 한다. 뭔가 앞뒤가 잘 안맞는다.

문득 70년대말 유학올때가 생각난다. 그당시 미국은 과학과 공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너무나 배울것이 많아서 신명이나며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을 심어주는 나라였다. 일부 사람들은 이번 재난을 이란 인질사건과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합친 것처럼 심각하다고 한다. 이 재난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말 우리 공학이 한계에 달해서인지 아니면 서로 실랑이나 하는 무능력한 정치인들 탓인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조봉섭
(로드아일랜드 주립대학 약대 교수)
bcho@ur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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