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의 날"과 색동저고리
보스톤코리아  2007-01-14, 00:34:41 
윤희경 (본지 칼럼니스트)

설이나 명절에 한국의 어린 아이들이 입는 색동저고리는 우아하면서도 화사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우리의 전통 의상이다. 두 팔에 감겨져 있는 무지개 색들이 각기 그 특유의 빛갈을 자랑하면서도 다른 여러 색들과 조화를 이루기에 옷의 아름다움을 한층 돗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각각의 색들을 내는 물감들을 한데 풀어 섞어 만든 물감으로 만든 저고리는 아무도 입으려 하지 않을 검정저고리가 된다는 평범한 상식을 우리 코리안아메리칸들은 명심하였으면 한다.
2007년 1월 13일은 코리안아메리칸들이 두번째로 맞이하는 "미주한인의 날" (Korean American Day) 이다.  104년 전, 1월 13일에  최초의 한인 이민선조들이 하와이에 도착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제 대다수의 코리안아메리칸들에게는 상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주한인의 날"이 제정된 배경과 경위, 그리고 이 날이 선포되었다는 것이 우리 현 세대와 후손들에게 주는 진정한 의의를 알고 있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코리안아메리칸은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미주한인의 날"이 제정된 그 시작은 미주한인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 전국총회에서 이민선조들이 미국에 도착한 날을 영원히 기념하고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코리안아메리칸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2 백만이 넘는 인구로 성장한 미주한인사회가 미국에서 새역사를 창조하고 있음에 비추어 "미주한인의 날"을 미주류사회에서도 인정 받게 끔 격상시킬 것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뜻을 같이 하는 코리안아메리칸의 1.5세와 2세들이 미국 국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여러 캠패인과  로비활동을 펴는 등 최일선에서 활약하였다. 드디어 3 년 만에 그 열매가 맺히게 되었다. 미국의 상원과 하원이 "미주한인의 날"을 제정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후, 부시대통령이 2005년 12월에 이를 서명함으로 법으로 제정되어 첫 번째 "미주한인의 날"을 2006년에 기념하였다.
상원과 하원의 두 결의안 내용 중에서 우리 코리안아메리칸들이 반드시 알아야 사항은 "미주한인의 날"을  결의하게 된 가장 큰 동기가 코리안아메리칸들이 과학, 의료, 경제, 더우기 한미간의 우호증진등 여러 분야에서 미합중국에 기여하였다는 것이라는 점이다.  "미주한인의 날"의 제정은 우리 이민 1세들이 언어등 문화의 장벽을 근면함과 강한 신념으로 극복하여, 미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우수한 우리의 2세, 3세등 후손을 키웠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 코리안아메리칸이 미주류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었다는 것을 연방정부차원에서 전 미국에 공포한 것이다. 이제 코리안아메리칸은 가난과 전쟁을 피해 이주한 어느 조그만 집단이 아닌 미국사회에 공헌하는, 그리고 존경 받는 소수민족으로 발돋움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주한인의 날"의 선포로 코리안아메리칸은 미주이민 역사의 새로운 장을 시작한다는 데 그 큰 의의가 있다. 아이리쉬에게 3월 17일 쎄인트패트릭데이가 있는 것과 같이 코리안아메리칸에게는 1월 13일 "미주한인의 날" 이 있게 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1월 13일 첫 번째 "미주한인의 날"을 축하하는 서한의 첫 마디에서 "미국이 받은 축복은 바로 미국시민의 다양성에 있다"고 하였다. 이 짧은 한마디를 풀이하면 코리안아메리칸이 미국에 공헌한 그 근본 이유를 코리안아메리칸이 한국의 언어, 생활관습, 문화, 전통 그리고 가치관등을 포함한 정신적 유산을 물려 받은 미국시민이라는 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전 지구상의 모든 인종과 문화가 집합된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에서 이들 다른 문화권과 매일 매일 어깨를 비비며 생활하고 있는 소수민족이지만, 한국의 정신적유산을 계승하였기에 미국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었고 따라서 미국사회에 공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받은 축복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과 국회는 미국을 구성하는 여러 민족들이 각자의 정신적유산을 지키고 계승하는 것을 지지하며 이길이 미국을 돕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거대한 주류사회에 흡수동화되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힘은 세계 도처에서 이주해 온 여러 민족이 각자의 전통과 문화, 생활풍속들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서로 타민족의 유산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조화를 이루는 데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사회는 다민족, 다문화권으로 이루어진 다양성(diversity)에 그 근본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코리안아메리칸이 앞으로도 미국사회에 지속적으로 보다 큰 공헌을 하고 타민족으로 부터 존경받기 위하여 취해야 할 행로는 한민족의 정체성(identity)을 지켜 한국의 전통과 문화등 정신적유산을 물려 주고 받아 이를 계승해야 하는 것이다. 각개 구성 성분의 정체성이 유지되는 다양성사회의 강점은 바로 이글의 서두에 언급한 무지개 색의 색동저고리가 각개의 색의 특성과 그 조화로 그 아름다움을 더 한층 뽐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미주한인의 날"의 이상이다.
그러나 한인사회가 발전하고 동시에 미국사회에 큰 공헌할 수 있도록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숭고한 이상은 말하기는 쉬우나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는 많은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한 이민 1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후세에 지속 계승하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미국은 거대한 용광로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용광로속으로 빠지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 스스로가 중차대한 이상을 재삼 상기하고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후원하고 독려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미주한인재단( Korean American Foundation)이 설립되었다. 마치 참된 종교인이면 스스로의 믿음을 굳게 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뿐 아니라 이를 격려하고 인도하는 교회, 성당 혹은 사찰이 있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100년 후, 그리고 또 먼 그 훗날까지도 우리의 자손들이 명절에 검정저고리가 아닌 그 시대에 어울리는 색동저고리를 입게하자는 것이 "미주한인의 날"의 진정한 의의라는 것을 대다수의 코리안아메리칸이 인식할 수 있게만 되어도 "미주한인의 날" 이 제정된 목표의 큰 몫을 이루어 내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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