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꼬 가와시마 왓킨스의 <대나무 숲 저멀리서>에 관한 지영선 총영사의 연합뉴스 인터뷰
보스톤코리아  2007-01-23, 00:25:50 
`대나무 숲'의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 책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일본의 한국 침략 및 강점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도외시한 채 한국인은 가해자, 일본인은 피해자로 묘사함으로써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어린 미국학생들에게 정반대로 왜곡된 역사적 시각을 갖게 하는 역사왜곡의 문제입니다. 특히 이 책이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미국인들이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는 이 책을 공부하는 미국내 한인학생들이 받는 직접적인 피해입니다. 저자 가족은 일본 고위관료였던 아버지 때문에 한국군에 의해 쫓기는 처지가 되었다고 하면서, 탈출과정에서 한국인에 의한 일본인 살인, 강간, 강탈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미국내 6-7학년 수업교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11-12세 어린이들에게 적당하지 않은 살인, 폭력, 강간 및 성희롱 장면도 수 차례 등장하여 한국인에 의한 일본여성 학대가 일반적이었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즉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일본인은 선량한 피해자로,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괴롭히는 가해자로 묘사되어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을 수업교재로 사용하는 학교의 한인학생들에게 심한 정신적 충격과 괴리감, 자괴감을 주며 한인학생들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하려 하게 되기도 합니다.

'대나무 숲'을 배우고 있는 미국 내 중학생들이 얼마나 되고, 이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이 책을 가르치는 중학교들이 미국내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수업교재를 선택하는 것은 각 학교, 교사들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 책을 배우는 학생들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특히 저자가 거주하는 뉴잉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학교들에서 이 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희 총영사관의 조사에 응한 매사추세츠 주내 23개 학군 중 적어도 9개 학군에서 이 책을 필수도서로 지정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배운 대부분의 중학생들에게 이 책은 동아시아 문화와 역사를 접하는 첫 번째 계기가 됩니다. 따라서 동아사아 역사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고 한국역사 및 한국인을 알게 되는데, 이 책에 나오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잔인하고 냉정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사람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2차 대전 중 가해자가 독일과 한국이라고 알게 되는 학생들마저 생기게 되었습니다. 많은 어린 학생들이 왜 나쁜 한국인들은 착한 일본인들을 괴롭혔냐고 질문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셨습니까.
저희 보스턴 총영사관은 지난해 9월 한인 2세 학부모들을 통해 이 책이 이 지역에서 수업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 후, 이 문제를 피해학생과 학부모들의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미국내 한인사회, 나아가 한국정부가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우선 학부모와 당지 한인단체들 그리고 매사추세츠주 재무차관 등 주정부 한국계 고위인사들의 모임을 주선하였습니다. 한인학부모들이 학교에 이를 정식으로 항의한 도버-셔본 중학교의 특별위원회에는 담당영사가 직접 참여하여 영사관의 우려를 표명하고, 총영사 명의 서한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보스턴 글로브지에 이 책의 문제점에 대해 수 차례 언급하고, 한국인들의 우려를 대표하는 편지들을 보내 실리도록 하였습니다.
지난 11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주지역 총영사회의에서는 제가 이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전 미국지역 총영사님들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하여, 영사관간 협조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현재 미국 전 지역에서 이 책을 얼마나 가르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7일 Romney 매사추세츠 주지사 방한시에는 조중표 외교통상부 차관(당시 장관대리)께서 직접 이 문제를 Romney 주지사에게 언급하고, 관심과 시정을 촉구하였습니다.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요.
이번 1월2일 도버-셔본 지역교육위원회에서 이 책을 다시 가르치기로 한 것은 한인학생 및 학부모들에 대한 인종차별이자 인권침해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한인 학부모들은 연방 교육부 및 주 교육부에 정식 항의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저희 영사관에서는 연방 교육부와 주 교육부에 정식 항의서한을 발송했으며, 매사추세츠 주지사, 상원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또한 보스턴글로브 등 언론에 이 책의 문제점과 허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려고 합니다. 또 한인회, 한글학교, 한인교회 등 각종 한인단체를 통해 전체 동포사회가 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잘못을 바로잡는데 어려운 점이나, 유의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한국인들은 학교 수업문제나 학교 정책에 대해 공공연하게 항의하지 않는 문화에 익숙합니다. 이 책이 거의 15년간 미국내에서 수업교재로 사용되고, 저자가 뉴잉글랜드 지역의 학교들을 방문하여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였지만 여태까지 이를 문제 삼거나 정식 항의한 한인 학부모나 학생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저자가 지난 10여년간 교사들과 맺어온 인맥을 이용하여 이 책의 수업교재 사용 중단에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미국지역의 한인학생들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한국인 뿌리에 대한 정체성을 갖을 수 있도록 동포사회가 이런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당당하게 대처해 나갔으면 합니다.
끝으로 국내 여러분들의 지원을 부탁드리면서, 이 문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논리적으로 미국사회를 설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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