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험
보스톤코리아  2006-06-11, 00:22:23 
김영애(브루클라인 거주)

   한국처럼 꽃구경 하러 멀리 안가도 동네 한바퀴만 돌면 집집마다 잘 꾸며 놓은 화단과 나무가지에 여러종류의 예쁜 꽃들이 피었다 지고 있다. 이렇게 거리는 봄기운이 완연한데.. 며칠동안 흐리고 비가 오고 기온이 서늘해 피부에 와닿는 감촉은 봄이면서도 겨울이 다 안풀린 느낌이었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 아이는 기분이 나쁘고 공부가 잘 안된다고 한다. 맑은 날은 아무일 도 없는데 그냥 기분이 좋다면서 가슴 깊이 맑은 공기를 마신다.

“엄마 푸른 하늘 좀 보세요.”

날씨도 아이 기분을 알았는지 오늘은 맑게 개었다. 중요한 시험을 잘 보라고 축복하듯이. 한국에서 말하는 대입학력고사, SAT 시험날.한국의 대입학력고사가 있는 날엔 언제나 추운데도 엄마들은 아이들이 시험 보는 학교 정문에서 열심히 빌고 다 끝날때까지 발을 동동 굴리면서 기다리는 모습과 시험 전날 부처님께 열심히 절하는 많은 엄마들을 뉴스로 볼때 그저 한국엄마들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내게 닥치니 엄마들의 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나도 아이를 학교로 보내고 조용히 기원했다.잘 보게 해달라고. 그리고 이왕이면 아이가 아는 문제만 나와 만점 받게 해 달라고. 다른 엄마들은 어떤 기원을 했을까? 아마도 나와 같은 기원을 하지 않았을까?

시험하면 어느 시험이든 언제나 신경과민이 되어 쉬운 문제도 틀려 시험이 없었으면 좋겠단다. 어떨땐 열심히 했는데도 점수가 안좋으면 아이는 많이 속상해 한다. 실수로 틀릴 수 있는 시험으로 A,B,C.. 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나쁘다는 아이. 언제나 느긋하게 보라고 얘기하지만 아이는 잘 안되나보다. 내 생각엔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앞서 긴장감이 생겨 실수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시험 당시는 이해 못하는 문제를 시험이 끝나면 이해가 된다.

학교에 다니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봄방학에 푹 쉬면서 풀겠다는 아이를 달래서 이번 방학만큼은 몇시간동안  SAT 공부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아이는 잘 지켜 주었다. 큰 문제는 작년부터 새로 추가된 작문. 그것도 선다형 중 하나를 고르는 작문에서 잘 안된다고 했는데.. 단어 하나도 뜻이 많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져 영어공부는 할수록 어렵단다.

미국 아이들도 힘들다는 영어 공부를 내 아이는 이중 언어를 쓰니 더 힘들겠지.언제부터인가 아이는 집 열쇠를 가지고 다니면서도 어느날은 집에 오는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오면서 벨을 울려 문을 열게 해 나가보면 아이 얼굴이 밝다.

어느날은 예정된 시간에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 얼굴은 어둡다. 이렇게 다른 얼굴을 하는날 전에는 언제나 시험을 보았다. 시험으로 아이 얼굴이 밝고 어둡고.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클까? 밝은 얼굴은 시험을 잘 보았고, 어두운 얼굴은 아이말로 열심히 했는데도 점수가 안좋아 속이 상해 학교부터 참고 집에 와서는 자신을 못다스려 쩔쩔 맨다. 숙제가 적은 날은 운동가서 스트레스를 풀지만 숙제가 많은 날은 스스로 풀릴때까지 난 가만히 지켜본다. 내가 괜히 한마디 했다가는 더 속상해 할까봐. 나도 이런 과정을 겪었는데도 내 시절은 까맣게 잊고 아이가 안스러 보여 내가 대신 해 줄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시험이 없는 곳! 어디일까?시험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 난 항상 재미도 없고, 공부해서는 시험만 보는 학교에 가지말라고 말린다. 그러면 아이는 펄쩍 뛴다. 무슨 소리하냐고. 그래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가야 된다나. 공부하는 동안 시험이 없다면 아이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어떻게 평가하지. 시험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오늘 시험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는 아이는 어떤 방식을 택할까? 아들아! 벨을 울려라. 이것 영화 제목 같잖아. 어떤 방식으로 들어오든 공부하느라 수고했다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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