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대회를 참가하고 나서
보스톤코리아  2009-05-18, 15:08:33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몇 년 살다가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다가 약 1년 전 외국인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미국에서 산 기간은 6년 정도 되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기에 미국에서 자란 다른 한국 학생들보다는 한국어에 자신감이 있는 편이다.

지난 금요일 우연히 그 다음날 한글 학교에서 글짓기 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 주최를 하는 것인지, 학생들이 얼마나 오는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수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토요일, 편안한 마음으로 뉴잉글랜드 한글 학교에 간 나는 조금 놀랐다. 뉴잉글랜드 한글 학교 학생들만 온다고 생각했던 대회에는 퀸지 한글 학교나 다른 지역의 한글 학교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고, 로드아일랜드 한글 학교에서 온 학생들까지 보였다.

재미한국학교 뉴잉글랜드 지역협의회가 주최하는 글짓기 대회여서 뉴잉글랜드 지역 한글학교 학생들이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학생수에 떨리기 시작했다.

대회 시작하기 전 참가 학교들을 기다리는 동안 몇 몇의 유치원생들이 무대에 나와 가나다라를 외웠다. 너무 조그만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또랑또랑한 발음으로 가나다라를 외우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가슴 졸이는 부모들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도 작고 순수한 아이들을 보니 나도 저럴 때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고 너무나도 까마득한 옛날 같기만 했다.

글짓기는 학년 별로 나뉘어 각기 다른 교실에서 글을 썼다. 학년들마다 글짓기 주제도 조금씩 달랐다. 우리 10학년은 나의 꿈, 내가 좋아하는 책, 그리고 평화통일 중 하나를 골라 쓰게 되어 있었다.

나의 꿈에 대해 쓰자니 아직 확실히 정하지 않은 나의 꿈에 대해 쓰기가 두려웠고 내가 좋아하는 책은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나는 평화통일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세히 알지 못하는 통일 문제에 대해 글을 쓰려니 떨리고 주어진 한 시간이 모자랄 것만 같았다. 다행히도 나는 정확히 한시간만에 글짓기를 끝내고 나름대로 나의 글에 만족했다.

당일에 시상식까지 모두 끝내는 행사이므로 학생들은 심사위원들이 채점을 하는 동안 준비된 핫도그를 먹으며 기다려야 했다. 글짓기를 끝내고 나니 초조했던 마음이 차분해져 편안하게 시상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시상식 시간이 되니 상을 못 받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던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나는 3등으로 입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망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으니 실망할 이유가 전혀 없는것 같았다.

한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물론 글 쓰는 숙제가 많겠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글짓기를 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이러한 글짓기 대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한국에서는 거의 매달 있는 이런 글짓기 대회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얼마나 있을 것인가? 수상하는 데에 의미를 두지 않고 경험을 쌓는 목적으로 대회에 참여한다면 모든 학생들에게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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