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447 회
보스톤코리아  2014-05-12, 12:11:24 
5월의 숲은 싱그러워 좋다. 굳이 숲 속의 풀향을 코로 맡아보려 애쓰지 않아도 솔솔 부는 5월의 바람에 실려 오가며 코끝을 간지럼 태우는 일에야 누군들 도망할 수 있을까. 말간 눈망울의 어린아이들을 만나면 5월의 숲처럼 푸릇하고 5월의 바람처럼 꾸밈없어 좋다. 엊그제(5월 3일)는 재미한국학교 뉴잉글랜드지역협의회(회장 한순용)주최 2014년도 뉴잉글랜드지역 어린이 글짓기 대회가 있어 다녀오게 되었다. 이 글짓기 대회 행사에는 뉴잉글랜드 지역 한국학교 아이들뿐만 아니라 Pre-Kinder 이상 어린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고 대회는 각 학년별로 이루어진다.

지난 것들은 모두가 그리움이 된다고 했던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한국학교 교정과 실내의 교실과 복도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 속에서 문득 우리 집 세 아이가 오버랩되어 흐르는 것이 아닌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을 일주일 내내 학교를 보내고도 모자라 토요일마저 한국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아이도 그러하거니와 부모도 쉬운 일이 아니다. 토요일 아침이면 의레 늦잠자고 싶고 TV 시청하고 싶고 이불 속에 누워 뒹굴며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기 싫다는 아이의 손을 잡고 이른 아침 준비시켜 한국학교에 내려주곤 했었다.

우리 집 막내 녀석은 어려서부터 더욱이 운동(Ice hockey, Baseball, Soccer, Football 등)을 하는 아이라 토요일이면 으레 경기 연습이나 게임이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에 있는 한국 학교에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딱 한 번 등록해 다녔던 기억인데 지금도 한국 식당에 가면 더듬거리며 한국 말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기 그지없다. 딸아이와 큰 녀석은 1학년 때부터 시작한 한국학교에서 배운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한 편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금까지도 한국 학교에서 가르치셨던 선생님들의 얘기를 가끔 하는 것을 보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해마다 이맘때면 치러지는 이 대회는 각 지역의 한국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가 다 참석하지는 않지만, 각 학교에서 글짓기에 관심이 있고 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그에 따른 선생님과 부모님의 특별 지도와 노력 없이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말을 읽고 쓰고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벅찬 일인데 자신의 깊은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내 미국말도 아닌 한국말로 그 낱말들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 글로 엮는 일이란 생각만으로도 기특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아이들 뒤에는 쉼없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대회에 참석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시험 시간에 맞춰 교실 안으로 들어가 감독하는 선생님들과 시험을 모두 마친 후에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 선생님들이 협의회의 간사님으로부터 시험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이런저런 지침과 그에 따른 심사에 관한 시간을 가졌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시험은 1시간 정도 되어 끝이 나고 각 반의 감독 선생님들이 시험지의 철저한 보안을 위해 각 학년만 놔두고 스테이플로 모두를 처리해 놓았다. 각 감독 선생님과 심사 선생님들의 담당 학년이 정해져 있었다. 물론, 각 반의 제목은 그날에 결정이 된다고 하니 퍽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나는 9학년 심사를 맡게 되었다. 9학년 심사를 맡게 된 선생님이 둘이 계셔서 그렇게 셋이서 몇 안 되는 아이들이었지만, 저학년이 아닌 고학년 학생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른 사고 그리고 그에 따른 한국어의 표현력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어 안심되었다. 제목은 '자연 보호'와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에 대한 것'이었다. 특별히 자연보호에 대한 9학년 아이들의 관찰력과 깊이 있는 생각에 심사하던 내게 가히 놀라움을 전해주었다. 글짓기 심사에서 중점적인 것은 글의 내용과 구성 맞춤법 그리고 표현력에 관해 더욱 심사숙고를 했다.

재미한국학교 뉴잉글랜드지역협의회 주최 2014년도 뉴잉글랜드지역 '어린이 글짓기 대회'는 각 학년별로 이루어지며, 대상, 금상, 은상, 동상 그리고 입선의 상이 주어졌다. 또한, 9학년 이상 대상 중 최고 득점자 1명에게는 보스톤 총영사상이 수여되었고, 각 학년별 대상에게는 협의회장상이 주어졌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해 6시가 다 되어 끝나니 아이들의 지루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음일 게다. 몇몇은 시험을 마치고 기다리다 지쳐 시상식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도 있었다. 글짓기 대회에 참석한 아이들의 환한 웃음과 모습을 보며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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