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도 따고 님도 보고
보스톤코리아  2011-10-17, 14:26:18 
요 며칠째 저희 집 반찬이 푸짐해졌습니다. 왜냐구요? 가을철 접어들며 소나무, 전나무, 참나무 숲 밑에 축축하게 잎이 썩어들면 (최소한 3,40년) 버섯이 앙증맞게 솟아올라 겁도 없이 고개를 내밀기 때문이죠. 워낙 촌 동네니까 그렇겠지만 몇 군데 몇 년째 눈 여겨 본 데가 있어요. 매년 이 맘 때쯤이면 동네잔치를 합니다. 집에서 2.5마일 떨어져있어 자전거 타면서 운동되고 버섯 줍고 뽕도 따고 님도 보고 한창 재미있습니다.

원래 버섯은 찬 식품이죠. 고혈압, 당뇨, 식이 요법에 좋고 소화도 무난한 건강식품 입니다. 단지 독버섯만 조심하면 되죠. 동의 보감에도 나오지만 이조 때 문종께서는 병약하셔서 송이 버섯을 상식 하셨다 하더군요.

그냥 날것으로 드셔도 되지만 전부 쳐드셔도 되고 된장찌개 하실 때 쪼개 드시면 그 맛이 느긋합니다. 쫀득쫀득한 게 꼭 고기 맛도 나고요. 연하고 부드러워서 치아가 부실하셔도 소화에 무리가 없다고 해요.

단지 잎만 따셨으면 잘 다듬으셔서 삶으신 다음 물에 담아 그 독한 물을 울궈 내시면 됩니다. 어떤 것은 푸석푸석한데 그런 것은 버리시고 우산 같은 윗부분을 뒤집어서 줄이 있고 신선하면 좋아요. 색깔이 요란스럽거나 줄도 없고 스폰지 같은 건 버리세요. 그리고 구린내가 나거나 미끄덩거리면서 좀 꺼림칙 하면 버리세요.

옛날에는 버섯이 신선식품이라 했습니다. 그만큼 깨끗하고 영양가도 풍부하다는 이야기죠. 의심이 가시면 버섯에 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시거나 버섯 사전 같은 것도 찾아 보면 좋겠지요. 그리고 다람쥐 혹은 조금 쌀쌀해지면 사슴도 먹는다 해 사슴버섯이라 하는데, 정말 보양 식품으로는 최고라고 봅니다.

버섯을 따려면 허리를 굽혀야 되고 넓은 공간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제 생각에 운동이 되는 것 같아요. 금년에는 비도 많이 오고 기온도 그렇게 춥지 않아서인지 버섯이 풍년인 것 같습니다.

현지 미국인들은 질겁을 합니다만 슬라브 계통 분 들은 잘 아시고 즐겨 드시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 통조림 계통은 첨가 식품을 꼭 집어 넣어야 하기 때문에 (부패방지) 건강에 좋다고 볼 수 없어요. 누군가 현대인의 식품을 100년 사람들은 먹을 수 없대요. 그만큼 달라져서 그렇겠죠. 더구나 동양인들은 서양 사람보다 창자가 길답니다.

욕심 같아서는 송이 버섯을 따고 싶은데 북쪽으로 더 올라서 화이트 마운틴을 가봐야 겠습니다. 누군가 캐나다 국경 쪽에도 있다더군요. 따다가 이웃집에 나눠주고 전도 부쳐먹고 찌개도 해먹고 날 것으로 고추장까지 찍어 먹으면 고향 생각이 납니다.

왜 그렇게 없이 살던 때가 정답게 오손도손 했었는지 스트레스에 찌들어 모두들 변비 환자 같은 얼굴을 하고 눈만 빼꼼해진 현대인들의 모습 속에는 그 자연의 여유로움과 푸짐함이 빠진 것 같아 아쉽군요.

버섯을 따면서 겸손을 배웁니다. 허리를 굽혀야 되니까요.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모습 속에는 분명 우리가 배워야 할 깨달아야 할 지혜가 보입니다. 쓰고 남을 만큼 푸짐하게 주는데 그걸 나만 먹고 혼자 독차지 하려는 어리석은 저 같은 사람에게 혼자만 먹지 말고 더불어 살아라 하고 얘기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죠. 자기는 성인에 가깝다고. 왜냐하면 욕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그래요 작은 것에 감사하고, 적은 것을 보살필 줄 알면 욕심이 줄어들어 버리기도 쉽고 그러면 그 안에 자유가 있습니다.

서일
(뉴햄프셔한인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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