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합창단 공연을 보고나서...
보스톤코리아  2012-05-21, 12:45:38 
딸자식인 내가 엄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내 나이 한번 돼봐라" 며 서운함을 내 비치시는 엄마의 나이가 되려면 아직 30년이나 남았지만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익숙치 않은 엄마가 해외에 있는 딸과 함께 대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이란 생각이 들어서 얼마 전부턴 재미있어 하실 거리를 찾아 다닌다.

5월 13일에 열린 보스턴 한인 합창단 (단장: 장수인, 지휘: 박진욱)이 MIT Chamber Chorus 와 합동으로 MIT Kresge Auditorium에서 자선음악회를 연다는 이야긴 한인매체를 통해 진작 알고 있었고, 그날이 Mother’s day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Mother’s day에 한인들과 현지인들이 어우러져서 좋은 취지로 하는 공연을 보고 나서 고국에 계신 엄마랑 진탕 수다를 떤다는 것이 말이다.
나 같은 유학생에게 외롭지 않게 휴일을 보낼 수 있는 공연이 될 거란 생각과 함께, 가족단위로 모이는 이런 공연은 나에겐 대가족이 다같이 나들이 가는 느낌까지도 든다.

4시30분에 시작하는 공연에 조금 먼저 연주회장에 도착해보니 이제 막 준비를 끝낸 스태프들이 각자의 정 위치에서 간간히 들어오는 관객을 안내한다. 몇몇 교회 성도 분들도 보이고 간간히 안면을 트기 시작한 언니 오빠들도 보여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공연장 위치를 확인하고 근처에서 커피한잔 하고 시작 전 입구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고 보니, 무대가 한 눈에 보인다. 유럽 여행 중 공연을 볼 때의 공연장과 견주어도 좋을 만큼의 공연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뒤에선 가족단위로 오신 분들이 역시 공연장으로 너무나 좋은 곳을 택했다느니, 역시 MIT학교 시설이 참 좋다는 사담들이 들려왔다.

시작은 MIT Chamber Chorus가 포문을 열었다. 정갈한 모습의 검은 복장을 한 단원들이 입장해서 합창을 했다. MIT합창단은 부드러우며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은 음색을 구사하면서, 편안하고 감미롭게 다가 왔다.
이어서 기다리던 보스턴 한인 합창단의 무대로 꾸며졌다. 정말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연령대의 합창단원들이 개인적으론 낯선 음악을 전혀 낯설지 않도록 편하게 들려줬다. 지휘자와 합창단은 곡의 문화적 정서를 우러나는 그윽한 차의 향처럼 작곡가가 의도한대로 잘 표현하여 듣는 이의 마음 속에 차분한 여운으로 잡히도록 내려 앉혀 주고 있었다. 선곡들은 최근에 작곡된 가곡을 편곡한 합창곡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했다.

뒤이어서 보기에도 화려하고 뛰어난 연주를 들려 줄 것 같은 세 연주자들이 무대를 꾸며줬다. 영화 “카사블랑카” 에서 영화 “화양연화”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세분의 젊은 연주자의 열정적인 연주는 가장 화려한 순간을 그리는 화양연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휴식이었다. 재미난 풍경은 지휘자로 보이시는 분이 수트를 벗어 던지고 열심히 다음 공연 세팅이나 악기배치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지휘자의 모습에서 피식 웃음도 나지만, ‘이 합창단이 이런 열정으로 모여서 시작한 곳이구나’란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또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에 자주 보지 못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 모두가 동질감을 공유하는 분들이구나’ 란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옆에 같이 간 선배는 다른 곳에선 만나지 못해도 음악회에서 만나는 분들이 꼭 있다며, 기다린 듯이 내려가서 인사 드리고 있었다.

이어 시작된 후반부의 합창곡은 듣기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곡으로 들어도 외국인에게 좋을 듯 하다고 생각되었다. 한국가곡과 민요들은 노래의 흐름에 따라 역동성 있지만 잔잔하게 흘러서 관객의 귀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물놀이에 쓰이는 역동적인 악기들과 어우러진 합창 그리고 아리랑은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며 눈가가 뜨거워 졌고, 미국인 합창단과 chamber 앙상블의 악기와 함께 어우러져서 가슴 묵직한 감동으로 빠져들게 한 멋진 하모니였다.

한복 입고 부르는 모습에선 눈물도 글썽이게 되고 내가 왜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나에게 한국의 가족이란 무엇인지 되새기게도 했다. 얼른 한국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 각 연주마다 조심스레 방해 되지 않게 찍은 사진을 보내드리고 싶은 맘이 들었다.

보고 나니, 지휘자들은 뭔가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 관객에게 어떤 다양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느냐 하는 고민에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시도해본다거나 한 연령대가 좋아할 곡만을 선곡하지 않고 전부를 아우르는 공연을 고심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런 고민들이 우리 관객에겐 더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줄 거라고 믿고 있다.


유학생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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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math717
2012.05.21, 16:44:48
유학생들, 젊은 부부가 초딩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경우, 교회의 목사님과 전도사님들과 교회성도들,
또 학교 동창들, 총영사님 내외분, 350명의 관중은 합창단 정기공연의 2-300명 수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미국분들도 50분쯤 되었지요. 역시 어머니 날엔 가족들의 모임이 있어서 표를 사고도 못온 경우가 있었고 파킹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어 안타깝구요.
MIT학생 앙상블로도 이 많은 청중이 모인 경우가 없답니다. 크레스지홀의 위의 천장에 있는 공명판 덕분도 있겠지요, 공명이 잘 되어 소리가 어우러진 좋은 무대이었습니다.
아리랑의 잔잔한 13 piece의현악 앙상블이 나올때 울음을 참지 못했다고 여러분이 말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우리 한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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