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으로 정규 영어수업 파행
보스톤코리아  2013-07-29, 11:24:20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한국의 영어 조기교육 열기가 학교 영어수업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잘하는 아이들에겐 시시하고, 못하는 아이들은 주눅드는 영어. 초등학교 영어시간은 둘로 쪼개져 있다. 수준 높은 영어원서를 막힘없이 읽는 아이들과 6학년이 돼도 알파벳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서 지겨움과 열패감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영어전담 교사 K씨는 학교의 영어시간은 아이들 간 격차를 속수무책으로 확인하는 비교육적인 시간이 되고 있다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영어 출발선이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의 단어 수준이나 발음, 문장 구사,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까지 영어시간엔 그동안 받았던 사교육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전했다.

지난 학기 K교사의 눈엔 영어를 잘하는 아이가 모르는 아이에게 어려운 단어를 말하면서 “넌 이것도 모르니”라고 무시하는 장면이 유독 많이 띄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꾸중을 했지만 사회 전반의 영어 우대 분위기가 초등학생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이미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선망의 대상이고,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영어가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한국 정규교육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수업을 처음 받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 영어경쟁은 이미 한 살 때부터 시작되고 있다.

“하루라도, 남보다 더 빨리 해야 한다”는 욕심과 강박관념,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아직 한글도 떼지 못한 아이들을 영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은 그 틈새를 놓치지 않는다. 작년 사교육비 19조 중 영어가 6조원을 차지해 최다를 기록했다.

경기도에서 4년 동안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로 일해온 K씨는 “학생마다 학습능력과 발전속도가 다르고 시험 자체도 여러 변수가 작용되는 불완전한 평가임에도 한국에선 오로지 시험만으로 결과를 확인하려 하다보니 평가가 정확하지 않고 제한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영어를 그저 공부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좋아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환경을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soh@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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