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규장각 도서의 수난
보스톤코리아  2013-09-16, 11:30:02 
새학기에 맞추어 도서관이 문을 열어야 하는데 직원이 없었다.  6.25 때 그대로 대학에 남아 부역했다가 면직된 교직원과 사무직원이 1.4 후퇴 후 부산에서 모두 복직되었다. 그런데 복직되어 찾아 온 분은 제본사 안현식과 수위 계병진 씨 두 분뿐이었다. 서울 본관에서 가져 온 도서는 두분의 도움으로 나무 서가에 책들을 배열 정돈해 놓고 도서관을 열었다.  

이병도 박사님이 나를 불러 부산 미공보부에 가서 이우영 씨를 데려 오라고 하였다. 이우영 씨는 일본 중앙대학 출신으로6.25전에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서양서 목록계의 계장이었는데 9.28이후 부산 미공보원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이우영 씨에게 부산에서 도서관을 열게 된 사정을 설명하고 이병도 관장님이 곧 나오라고 하신다고 전했다.  차순영 서무주임이 수의대로 전근하고 수의대 이봉의 사무관이 도서관 사무과장으로 왔다.  서무와 회계 그리고 출납수 약간명이 채용되었다.  그러나 도서 업무에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우영 씨와 나 뿐이었다.  

그래서 이우영 씨는 서양서를 담당하고 나는 동양서에 대한 참고업무와 그 정리를 맡게 되었다.  대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인사 이동이 있었다. 이병도관장이 1952년  9월부로 물러나고 법과 대학의 정광현 교수가 도서관장으로 오셨다. 도서관에도 새로운 기풍이 진작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도서관은 전문직 운영체제라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곧바로 법과대학의 호기현 씨가 사서장으로 왔다.

도서관은 열었지만 학생들이 볼 만한 책은 거의 없었다.  서울 본관에서 가져왔다는 책들은 모두 양서가 아니면 일본책으로 교수용이었다.  거기에 열람실과 사무실 사이의 벽은 판자로 칸막이를 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하는 말소리와 타자 치는 소리가 다 들려 매우 시끄러웠다. 예산이 없어 서적을 구입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기 책을 가지고 와서 단지 열람실의 좌석만 빌리는 꼴이었다. 그런데도 그 열람실이라는 것이 독서실만도 못한 맨 땅바닥의 열람실이었다. 그래도 모두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것은 국군과 유엔군이 반드시 승리하여 언젠가는 환도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소련은 중공군 백만대군을  투입하였음에도 승산이 보이지않아  1951년 5월 유엔대표 마리크를 내세워 한국전쟁을 종결하기위한 휴전회담을 갖자고 유엔에 제안해 왔다.  이때 소련은 미, 소, 중공 그리고 남북한의 5개국 회담을 주장했던 것이다. 연합국측이그 제안을 받아들여1951년 7월 11일 개성의 봉래장에서 회담이 처음 열렸다. 휴전회담은 2대3으로 북한측에 유리하였다. 휴전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쟁은 계속되었다. 북한군과 중공군은 전선에서 최상의 고지를 점령하려고 대공세를 취해왔다.  

전투는 동부전선 의 수도고지, 백마고지, 철마고지 단장의 능선등에서 불을 토하는 백병전이 벌어졌다. 양측에서 수만 명의 전사자가 나왔다.  북한의 김일성을 사주하여 한국전쟁을 일으킨 소련의 스타린은 평화를 빙자한 외교적인 방법과 실전의 양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려고 하였다. 그 술책을 탐지한 연합국은 휴전회담에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회담은 지지부진 시간만 끌어갔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는 동안 국내정세는 갈수록 어두워졌다.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등지에도 계엄령이 선포 되었다.  피난정부의 정국은 더욱 불안했다. 국민방위군사건, 거창사건, 서민호 사건  등이 꼬리를 물고 터졌다. 거기에 내각책임제 개헌안, 정부 불신임안 등이 연이어 상정되더니 국회위원 40명이 헌병대에 납치되는 정치 폭력이 자행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 와중에서도 동대신동의 대학촌은 비교적 평온했다. 1952년도의 신입생모집에 있어서 부산 토성국민학교에서 서울대 입학시험이 행해졌다. 대학강의도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학생의 군사훈련도 실시되었다. 1952년도는 그런데로 큰 변동 없이 보내고 1953년도의 신입생의 입학시험도 끝났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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