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이산가족 상봉, 남북관계 개선 청신호
보스톤코리아  2014-03-03, 11:18:00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꼽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5일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되면서 이제 시선은 상봉 행사 이후의 남북관계로 쏠리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 및 독수리(Foal Eagle) 연습에 북측은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상봉 행사 자체를 중단하는 등 파국으로 끌고 가진 않았다. 남측 역시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북한에 구제역 퇴치를 위한 약품과 장비 지원을 제안하는 등 정부의 대북 지원과 접촉이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상황이다.

40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25일로 모두 마무리됐다. 1•2차 상봉을 통해 우리측 497명, 북측 266명의 가족들이 60여년 만에 가족을 만나 해후했다. 이산가족들은 60여년 만에 재회한 기쁨도 컸지만 사실상 마지막 만남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또 한번 이별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산가족들이 대부분 고령자인 관계로 상봉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되거나 부상을 당해 조기 귀환한 상봉자가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난 상봉장에서 북측 가족들의 체제 선정성 발언과 정치 구호가 이어지자 상봉장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취재기자 등 우리측에 스스럼없이 다가와 '마식령 스키장'이나 축구선수 박지성 등을 화제로 말을 건넸다.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도 표했지만 키리졸브 훈련과 남측 언론에 대한 불만을 직접 토로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고령화, 상봉 정례화 시급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계기로 상봉을 정례화하고 그 규모를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데 따른 지적이다.

이번에 북쪽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들은 상봉 행사가 일회성 만남에 그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정부에서 추후에라도 화상 상봉이나 편지 왕래라도 할 수 있도록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 운영하는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등록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264명이다. 이들 중 5만7784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만 3841명이 숨졌다. 생존자 가운데 70세 이상 노인이 80%를 넘는다. 

이번처럼 매년 2회씩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남측 이산가족들이 모두 만남의 기회를 가지려면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절박함과 긴박성을 감안할 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북관계 긍정적 분위기 조성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규정한 이번 상봉행사가 원만히 끝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남북은 구체적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추가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문제를 논의할 적십자 실무접촉을 다시 열기로 합의해 놓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제재 조치 완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측에서는 쌀•비료 등 대북지원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측의 인도적 지원 요구에 대해선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것과 관련, 북한에 지원 의사를 전달하고 24일 북한에 전격적으로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정부의 북한 구제역 방역 지원 결정은 2007년 3월 이후 7년 만으로 북측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경우 방역에 필요한 소독약품 및 방역기구 등이 지원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핵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남부관계의 근본적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한의 요구에 매우 신중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이산상봉행사 정례화 등 인도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주요 의제로 삼으면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등 장기적인 대북정책 실현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금강산 관광 재개 언급
상봉 행사 내내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북한은 특히,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관계개선의 첫 출발이 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마련한 공동보도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북과 남이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행동에 나선다는 것을 내외에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측 상봉단장인 리충복 조선 적십자회 부위원장은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중대제안을 내놓았으며 그를 실현하기 위한 첫출발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이산상봉 정례화 등을 언급하며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이어져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고 이를 위해 남북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내 언론들의 최근 보도를 언급하며 "금강산관광을 다시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북 경비정 NLL 침범, 낙관은 금물
그러나 주요 현안에서 남북 간 견해차가 상당하고 우선순위로 삼는 의제도 달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은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산가족 2차 상봉현장에서 북측 관계자들은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습 등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출했다. 대부분의 북측 인사들은 "흩어진 가족들이 만나는 와중에 미국이 끼어든 훈련이 진행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표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통일의 당위성과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이 여전히 군사적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방부는 이산가족 상봉행사 기간인 24일 밤부터 25일 새벽까지 북한군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 침범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경비정과 우리 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경비정의 행태를 분석한 결과 의도적인 침범으로 평가했다”며 “훈련이나 검열을 빙자한 NLL 무력화 책동으로 우리 군의 대응을 시험할 목적이 아니었나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hsoh@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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