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진의 비중 있는 출연으로 국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TV드라마 '로스트'에는 한국말을 하는 배우가 한 명 더 나온다. 김윤진의 남편 역할로 출연 중인 대니얼 대 김이다.
6일 저녁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에서보다 훨씬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부산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집에서는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한국어를 잘합니다. '네이티브'처럼 자연스럽게 하지는 못하지만요. (현재 4시즌을 촬영 중인) '로스트'에서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한국어 실력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연기를 할 때는 평소 대화할 때보다 한국어를 쓰는 것이 더 어려워요. 김윤진 씨가 '인내를 가져야 한다'고 격려해 줬습니다. 3년 동안 함께 작업하면서 윤진 씨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로스트' 시즌1이 처음 국내에서 방송됐을 때 인터넷을 중심으로 '두 배우가 맡은 역할이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비판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윤진이 맡은 역할 선은 순종적으로, 대니얼 대 김이 맡은 진은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것.
이에 대해 그는 "김윤진 씨와 함께 그 부분에 대해 감독과 제작자에게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을 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두 캐릭터가 변화하고 있는데, 선은 점점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시즌4에서도 이들의 관계가 많이 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느냐는 제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에게는 분명 어떤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트'에서 좋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역할은 맡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출연을 제안받은 작품이 있는지 묻자 그는 "아직은 없지만 좋은 작품이 있다면 영광으로 알고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하거나 진출을 추진하는 최근 추세에 대해서는 "영화란 어쨌든 세계화해야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일"이라며 "다만 내가 한국어에 대한 장벽이 있듯이 그들도 영어란 장벽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이나 줄 수 있는지 묻자 정색을 하고는 "그런 식으로는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며 "나 자신을 노력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미국에서는)'배우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명세를 떠나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한국은 저의 고향입니다. 한국의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제게 힘이 됩니다"고 그는 말했다.
연합=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