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감성' 3세대 CEO 시대
보스톤코리아  2007-11-18, 00:01:47 
카리스마보다 부드러움으로 승부


샌포드 웨일, 제럴드 레빈, 존 웰치, 마이클 아이스너... 1990년대를 대표하는 기업 경영의 대가들이다. 이들은 씨티그룹, 타임워너, 제너럴일렉트릭(GE), 월트디즈니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왕적 리더쉽이다. 웰치 전 GE 회장은 경영난에 허덕이던 회사를 과감한 사업확장과 부실사업부문 정리를 통해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을 해고하며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웨일 전 시티그룹 CEO도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씨티그룹을 세계 최대 금융회사로 키웠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IT 버블 붕괴와 함께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주가 폭락과 함께 각종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실 경영의 온상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웰치를 비롯한 1990년대 CEO들을 1세대로 규정한다면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 스탠리 오닐 전 메릴린치 회장, 리처드 파슨스 전 타임워너 회장 등은 제 2세대 CEO로 꼽힌다. 2세대 경영자들은 역할은 '교통정리'로 요약된다. 이전 CEO들이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 통합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이른바 구조조정 전문가다. 그러나 경영전문가들은 이들의 시대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는 공격적 경영으로 대표되는 제왕적 리더쉽도, 기업의 사업을 정리, 통합하는 교통정리 역할도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워런 베니스 남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팀 빌더(Team Builder)'를 제 3세대 CEO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앞으로 '6인조 재즈 그룹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팀을 조직할 수 있는 지성과 감성을 갖춘 사람'이 세계적인 기업들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니스 교수의 발언은 현재 맞아떨어지고 있다. 프린스 회장과 오닐 회장은 대규모 자산상각으로 인한 실적악화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 파슨스 회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임기만료에 따른 퇴직이지만 실제로는 주가관리에 실패해 주주들로부터 연임에 대한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니스 교수는 오닐 회장에 대해 "대기업을 이끌어갈 지성은 갖추고 있지만 직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감성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제 3세대 CEO로 적합한 인물은 누구일까. 베니스 교수는 프록터&갬블(P&G)의 CEO인 A.G.래플리와 보잉의 CEO 제임스 맥너니를 3세대 CEO의 전형으로 제시했다. 베니스 교수는 두 CEO에 대해 "수많은 직원들에게 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로 말했다.
래프리 회장과 맥너니 회장은 특유의 소탈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을 뿐 아니라 혁신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년간 P&G와 보잉의 주가 상승률은 S&P500 지수 상승률보다 크게 높았다.
펜실베니아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유심 교수는 "P&G와 보잉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 기업의 주가가 향후 1~2년간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알고 싶다면 경영진을 살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일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인 제프리 손넨펠트는 "3세대 CEO는 제왕(1세대)이나 소방수(2세대)와는 다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넨펠트 교수는 래프리 회장에 대해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서로의 단점에 대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CEO"라고 극찬했다. 맥너니 회장에 대해서도 "어떤 기업을 가든 그곳의 문화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십여년간 GE에서 경영자 수업을 받은 맥너니 회장은 3M CEO 시절 '6시그마'를 도입, 최고의 실적을 올린 후 보잉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넨펠트 교수는 "맥너니는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직원들의 원성을 사지 않은 보기 드문 CEO"라고 말했다.
베니스 교수는 오닐 전 메릴린치 회장에 대해 "내보내지 않았어야 할 사람을 해고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웨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표류했다"고 지적했다.
손넨펠트 교수는 최근 경영대학원들이 3세대 CEO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경우 1학년 커리큘럼에 재무와 마케팅 등 개인능력을 중시하는 과목을 빼고 팀 역할을 강조하는 과목을 집중 배치했다.
유심 교수는 "직원들의 동기를 이끌어낼 줄 아는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CEO가 미래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각 대학 경영대학원들도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홍수 jun@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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