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생각 - 사랑니
보스톤코리아  2008-01-20, 01:03:21 
한동우

사랑니

2005년 작
감독 : 정지우
주연 : 김정은, 이태성

혹시 사랑니 때문에 고생하신 적 있으신가요?
사랑니는 대게 다른 어금니가 다 난 뒤, 성년기에 새로 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특히 새로 어금니가 날 때 마치 첫사랑을 앓듯이 몹시 아프다고 하여 ‘사랑니’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이 서른에 사랑니가 아프다는 여자, 조인영. 열일곱에 만났던 첫사랑과 똑같이 생긴 열일곱 살 남학생과 사랑에 빠졌네요.
서른이란 나이는 시간의 경계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른이 되면 어떻게 사냐고 마치 사형선고나 되는 듯이 호들갑을 떨던 이십대를 지나,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고, 반평생이 다가기전에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시작하는 나이.
하지만 조인영에게 서른은 좀 더 자유롭고 용감해지기 위한 하나의 터널인 것 같습니다. 이 터널을 통과하면 그 동안 얽매여 있던 사회적 규범과 정형화된 상식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시간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조바심, 만끽, 아쉬움, 미련, 후회, 여유, 관조. 이렇게 일곱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눈 뒤, 두 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직업에 따라, 성격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요.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고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은 아마도 어리거나 젊은 층이 아닐까요. 아쉬움, 미련, 후회, 이런 마음은 쾌속 질주하는 시간을 막을 길이 없는 노년층일 것 같네요. 그렇다면, 만끽, 여유, 관조, 이런 것은 과연 누구의 몫일까요? 성공한 사람, 성직자, 철학자, 이런 사람들이 떠오르지요. 이런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는 것에 대해 매 분, 매 초마다 충분히 만끽하며 여유 있게 관조할 수 있을까요?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항의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네요. 누구나 원하지만 잘 되지 않는 자세이기 때문이겠지요. 흔히들 ‘인생, 뭐 있어?’ 하잖아요. 그냥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편안하게 바라보면서 즐기면 될 텐데요. 아, 어디선가 윽박지르는 소리가 또 들리는 것 같네요. ‘누군 몰라서 못하냐고.’
영화 ‘사랑니’에서 조인영은 서른이란 터널을 지나면서 만끽, 여유, 관조, 이런 자세와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조인영이 서른의 터널을 지나 시간의 경계를 지나 더욱 당당하고 자신 있게 삶을 바라보게 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열심히 바꾸려고 시도하고 노력하다보면, 시간에 대처하는 자세, 다시 말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그 순간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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