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그동안의 약세국면에서 탈피해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 달러화는 지난 한 달 새 유로화에 대해 8%나 상승했다. 지난 주말에는 1유로가 1.4673달러까지 떨어졌고 1.4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로뿐 아니라 파운드나 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인플레 압력을 덜어줌으로써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달러화가 최소한 내년까지 점진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통화가치의 변화가 지속되면 금리와 기업이윤, 상품가격, 인수합병(M&A) 등에 여러 가지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다음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분석한 각 부문별 시장에 미치는 달러화 강세의 영향이다.

■ 주식시장 = 달러화 가치의 상승은 수입제품과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미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한다. 이렇게 되면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줄게 되고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시장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준다.
하지만 달러 강세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코카콜라 같은 다국적기업에는 손실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들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달러화 가치로 환산하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들 다국적기업은 이미 미국의 경기부진 현상이 유럽과 일본으로 확산돼 실적 악화를 경험하고 있는 터여서 달러 강세의 여파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달러 약세는 다국적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했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단기적인 영향일 뿐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미국이 최근 수년간 누려왔던 '수출붐'은 끝나게 된다. 미국에서 만든 제품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해외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미국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해당국 통화가치 하락이 주가 상승분을 상쇄하기 때문에 투자 유인이 감소하게 된다.

■ 상품시장 = 상품투자자들에게 달러 강세는 경계해야 할 변수다. 최근의 상품가격 하락은 전 세계 수요 감소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주요 상품가격은 달러화에 좌우되기 때문에 강한 달러는 미국 이외 지역 구매자들에겐 이들 상품이 비싸진다는 의미가 되고, 이는 더욱 수요를 감소시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금 가격도 역시 강한 달러로 인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금 가격은 다른 어떤 상품보다 더 달러화 가치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비등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금 가격의 하락이 멈출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전세계 경제침체가 깊어질수록 안전한 투자대상으로서 금의 매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M&A 시장 =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은 이미 전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궈 놓고 있다.
약 7년간 지속된 달러 약세에 힘입어 미국시장내 M&A의 표적이 될 만한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었지만, 최근에는 갑자기 가격이 급등했다.
크레디스위스 은행의 M&A 부문장인 분 심은 "이 점이 결정을 서두르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수 희망자가 가격이 더 비싸지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현재 시장에 알려진 주요 M&A 건의 진행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