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07회
보스톤코리아  2009-07-28, 16:34:00 
어제는 하루 온종일 비가 내렸다. 비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혼자 즐거워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콧노래도 부르며 흥얼거리기도 한다. 헌데, 어인 일인가. 어제는 남편과 함께 보스턴 시내에 있는 비지니스 공간에서 자리하고 있었다.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어인 일인지, 마음은 즐겁지 않고 걱정이 일어오기 시작한다. 오후 4시가 되었는데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빗줄기가 더욱 굵어진 게 아닌가. 여느 날과는 달리 마음 한쪽이 짠 해 오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큰 녀석이 올 9월에는 대학 입학으로 엄마, 아빠 곁을 떠나 타주(펜실바니아 주)로 가게 된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용돈이라도 벌고 싶어서 여기저기 Summer Job(썸머 아르바이트)을 찾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 방학에도 대학 입시 준비를 앞두고 공부와 함께 동네의 한 쇼핑몰에 있는 'TEAVANA'(차와 다도에 필요한 물건을 파는 곳)에서 내내 일을 했다. 미국에서 만 17살 정도의 아이들이 썸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마음은 '짠~'한 마음이 든다.

한국도 그러하지만, 미국 경제도 요즘 여간 어렵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전 같으면 고등학생 아이들도 Summer Job을 쉬이 찾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썸머 아르바이트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경기 침체로 말미암아 대학 졸업자들이 Job 잡기가 어려우니 고등학생 아이들이 할 일을 대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한 열흘 전부터 우리 집 큰 녀석이 동네의 Domino's Pizza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녀석이 일주일에 4번을 일을 하는데 오후 4시부터 밤 9시 정도까지 하고 있다. 집에서는 엄마 아빠의 착한 아들이요,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귀한 손자 녀석인데 남의 집을 방문하며 Pizza Delivery를 한다니 처음에는 마음이 쏴 해 왔다. 남의 집 대문 밖에서 벨을 누르고 대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녀석을 생각하니 말이다. 헌데, 어제 오후에는 어찌 비가 철철 내리는지 엄마의 마음은 걱정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처마도 없는 집앞에서 피자 박스를 들고 기다리고 있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아들 걱정을 하며 '비가 많이 오네?" 하고 몇 번을 말을 흐렸는지 모른다. 그러다 문득 마음의 위안을 찾고 싶은 생각에 얼른 마음을 바꾸었다. 남편은 어려서(고등학교 때) 여름 방학이면 식당에서 '접시 닦기'일도 하고 열심히 부모님의 일손도 도와드렸다고 한다. 이 사람(남편)을 보면 아내로서 늘 고마운 마음을 갖는데 그중에서 첫째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철저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어려서부터 자신의 '시간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생각이다.

세 아이 중에서 아빠의 그 부분(책임감)을 큰 녀석이 제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다. 특별히 시간과 돈 그리고 절약에 대한 관리나 책임감을 보더라도 어려서부터 '애들영감'같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이 녀석은 어려서부터 심장병을 앓아왔던 아이라 엄마의 속마음은 더욱 안쓰러웠지만 애써 겉으로는 더 강하게 키우려 했었다. 어릴 적 내게 남은 기억에 아버지 사랑이 자상하고 따뜻했다면 엄마는 엄하고 강직했던 모습이 남아 있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따뜻하고 자상한 엄마가 되려고 했지만 어느샌가 '내 어머니'를 많이 닮아 있었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Pizza Delivery를 하는 아들의 엄마로서 오늘 하루의 간절한 기도이고 바람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의 이 시간이 이 녀석의 인생 여정 가운데 얼마나 값지고 귀한 시간이겠는가. 고마운 마음이다, 잘 자라주어서 고맙고 혼자가 아닌 함께인 세상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대견스럽다. 우리 집 딸아이도 대학생인데 Job을 찾다 그만 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름 방학 동안에 며칠씩 아빠를 도와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집 막내는 고 3이라는 핑계와 만 17살이 채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안한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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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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