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대란, 한인들 어떻게 대처했나
보스톤코리아  2010-05-10, 16:33:53 
수돗물 대란으로 물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수돗물 대란으로 물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보스톤을 비롯한 인근 29개 타운의 수돗물 오염 사태는 한인들에게 자연재해에 대한 심각성을 피부로 겪게 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낳았다.

수도관 파열로 식수 공급이 중단된 1일 저녁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지역 마켓에는 생수가 품절, 물을 찾기가 불가능했고, 일회용 용기와 수저, 포크마저도 구하기가 힘들었다. 많은 한인들은 당황, 물 구하기 전쟁에 시달렸으며, 일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지나치기도 했다.

MA주 정부의 재빠른 대응으로 4일 화요일 아침 정상적인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수돗물 대란’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지난 한 주는 2-3명이 모이는 자리면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4일간의 물 비상사태를 겪은 일부 한인들의 이야기다.
웨스톤 소재 송수관이 파열, 물이 솟아나고 있는 모습
웨스톤 소재 송수관이 파열, 물이 솟아나고 있는 모습
 
렉싱턴 지역 김용하 씨
7개월 된 아기와 7살, 5살짜리 세 아이를 두고 있는 김 씨 가족은 토요일 낮에 시청으로부터 안내 전화를 받았지만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염된 물에 밥을 지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저녁으로 해결했다.

자녀들 때문에 슬슬 물 걱정이 된 김 씨는 인근 마켓 바스켓으로 물을 사러 갔으나 물이 하나도 남아 있질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분유를 먹는 아기와 어린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물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곳을 찾았다.

스톤햄에 있는 BJ까지 갔으나 그곳에는 물을 사려는 사람들이 50m 이상 늘어서 장사진을 쳤다. 김 씨는 한 시간 가량 기다린 후에야 물을 사올 수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시청으로부터 물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달려 나갔으나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교통체증이 심각했다.

물을 확보한 후 김 씨는 한국 마켓에 가서 햇반과 만들어 놓은 반찬 몇가지를 사왔고 이 것으로 3일 동안 식사를 해결했다. 김 씨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매사추세츠 주도 자연재해를 피해간다는 보장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스톤햄 지역 박정윤 주부
이번 수돗물 사태로 가장 곤욕을 치른 한인들은 유아를 둔 부모들. 갓 백일을 넘긴 아기가 있는 박정윤 주부는 태어나서 처음 생수로 아이를 목욕 시키는 해프닝을 겪었다. 오염되었을 지도 모르는 물로 차마 어린 아이를 목욕시킬 수 없었던 것.

식수를 아기 목욕물로 모두 사용한 박 주부는 인근 마켓의 물도 동이 나자 조바심이 났다. 결국 인근 지역에서 물을 구하지 못한 박 주부는 뉴햄프셔까지 가는 해프닝을 겪었다. 다행히 모유를 수유하는 관계로 젖병 소독 후 처리 등의 문제는 없었다.

베드포드 지역 이미영 씨, 교인들 점심 간단 해결
수돗물 비상사태 지역에 있는 한인교회들 중 점심을 제공하는 교회에서도 해프닝이 일었다. 식사 당번들이 곤욕을 치른 것. 베드포드에 거주하는 이미영 씨는 웨이크필드에 위치한 한인교회의 점심 담당 조장. 일요일 아침 전화로 통보를 받은 이 씨는 교인들의 점심 식사를 고민했다.

전화를 받은 즉시 움직였으나 빌러리카까지 가서야 겨우 물을 구할 수가 있었던 이 씨는 교인들의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생각해 냈다. 빵과 야채와 치즈를 대량으로 구입, 재치 있게 교인들의 점심을 해결했다.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히 때운 교인들은 평소에는 상당수가 남아 친교를 나누었으나 이날만큼은 물을 사기 위해 바삐 교회를 떴다.
추후 베드포드 지역은 해당 지역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그럴 줄 알았으면 아이들 목욕은 시킬 걸 그랬다. 하루 씻기지 않았더니 애들이 꾀죄죄했다”며 웃었다.

올스톤 이종하 유학생, 메드포드 남덕윤 유학생 부부
한편 외부와의 접촉이 없어 비상 사태를 알지 못한 채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한 한인도 있었다.
토요일 종일 뉴스를 보지 않고 일요일 아침에도 늦잠에 빠져 소식을 접할 길이 없었던 이종하 유학생은 뒤늦게 월요일에야 사태를 안 것.

평소와같이 브리타 정수기로 거른 물을 먹은 이 군은 “물맛이 좀 이상했다”며 “배가 좀 아픈 듯해서 정로환을 먹고 가라앉혔다”며 수돗물 사태를 모르고 오염된 물­을 먹은걸 안타까워 했다.
또한 메드포드에 거주하는 남덕윤 유학생 부부도 일요일 교회에 가서 뒤늦게 소식을 접한 경우. 이들 부부는 평소와 다름 없는 식생활을 했지만 별탈은 없었다.

베이비 샤워 진행 유학생 성수영 씨 부부
손님을 초대하기로 약속했던 스케줄은 모두 취소 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베이비 샤워를 진행, 잊을 수 없는 이벤트를 가진 한인도 있다.
아내가 임신 9개월을 막 넘긴 예비아빠이자 유학생 성수영 씨는 선배들이 베이비 샤워를 하러 오기로 예정 된 날이 일요일이었다. 당연히 취소하거나 뒤로 밀어야 했지만 바쁜 스케줄을 맞춰 날을 잡은 것이라 행사를 진행했다.

음식은 선배들이 몇 가지 준비해 오기로 했지만, 이들 부부는 “다녀간 손님들이 탈이 나면 안된다”는 일념으로 야채와 과일 등을 생수로 닦아댔다. 성 씨는 물통을 날라대느라 온몸이 땀으로 젖는 지경까지 겪었다. 차량이 없어 도보로 물을 나른 때문. 성 씨는 “베이비 샤워인데 내가 땀으로 샤워를 했다”며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hckim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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