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1) : 미국에 오게 된 이유
보스톤코리아  2010-08-30, 13:40:30 
동아시아 경험은 풍부했지만
나는 일본에서 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작년 8월말에 미국에 와서 첫 1년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대학 (UC Berkeley)의 동아시아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있다가 이번 8월부터 하버드대학교 중국학연구소에서 2년째 방문학자로 체류하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주로 동아시아의 성씨와 족보에 대한 비교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런 학문적인 연구외에 부차적으로 미국에서 얻는 수확이 있다.

나는 중국 조선민족 출신이다.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나서 자랐고, 중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연변대학교에서 2년간 일본어강사를 하다가 1988년에 일본에 유학하였다. 유학을 마치고나서 일본에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나는 26살에 중국을 떠나 일본에서 21년을 살아왔다.

그 때문에 자기가 태어난 중국 못지않게 유학을 한 일본에서의 생활기간도 상당히 오래됐다. 나는 현재 중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또 일본영주권도 취득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조선민족 출신이기에 코리아에 깊은 인연과 애정을 지니고 있다. 조선(북한)에는 여지껏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지만, 한국에는 수십 번 이상 다녀왔다. 때문에 나의 의식속에서는 코리아(남북조선), 중국, 일본 삼국이 모두 자기의 모국처럼 가깝게 느껴지고 있으며 나름대로 동아시아에 잘 알고 있다는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동아시아권에만 있으면서 내가 진짜 동아시아를 잘 안다고 할 수 있는지 하는 의문이 항상 들었다. 그래서 동아시아를 떠나서 보다 넓은 시각으로, 또 다른 시각으로 동아시아를 관찰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다. 마침 미국은 외부에서 동아시아를 관찰하기 좋은 나라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코리아, 중국, 일본 어느나라와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현재까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미국에 와서 확실히 변화를 느낀 것이 동아시아의 코리아, 중국, 일본이 서서히 등거리로 보여오는 것이다. 중국에 있을 때에는 중국적인 시각으로 동아시아를 바라보기 쉬웠고, 일본에서의 생활이 20년 이상을 넘게되면서 나도 모르게 일본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혈연적인 모국 코리아에 중국, 일본과도 다른 독특한 감정과 애정을 지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동아시아 삼국에 대한 서로 다른 거리감이 서서히 사라지고, 등거리감이 생겨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태평양의 맞은편에 와 있고, 다원문화를 존중하는 나라에 와 있기에 이런 균형감각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미국에서 동아시아를 관찰해보는 것은 아주 뜻 깊은 일이다. 다른 한편, 내가 동아시아적 시각으로 미국을 발견해보는 것도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닐것이다.

영어의 벽에 도전
나는 중국에서 조선민족으로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조선어와 중국어 두 개의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유학하고 오랫동안 일본에서 생활해왔기에 일본어를 모국어 수준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제공용어나 다름없는 영어 실력은 많이 뒤진다.

비영어권에서는 대체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면 중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기 마련이고, 대학교까지 나오면 영어는 꽤 오래 배우게 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이런 상식에 맞지않는 외국어 공부를 했다. 나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기에 중국 연변에서 중등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의 조선족 학교들에서는 외국어교육으로 거의 일색으로 일본어로 배워주었다. 영어를 가르칠 교원이 없는데다, 일본어를 가르칠 교원은 어느 학교에서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일본어가 조선어(한국어)와 언어구조가 비슷하고, 중국의 조선족들은 한자를 잘 알기에 일본어를 배우면, 중국인이나 한국인보다 훨씬 잘 배우는 경향이 있다.

그런 관계로 나는 중등학교, 고등학교에서 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고, 대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전공하였다. 그 덕분에 1988년에 일본에 유학갔을 때 나는 언어장애를 거의 느껴본 적이 없이 일본에서 순조롭게 적응하였고, 일본인들로부터 항상 일본어를 잘 한다는 칭찬을 받아왔다.
그대신 영어공부에는 많이 소홀했고, 지금 와서는 젊었을 때 영어를 많이 배우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나는 2007년 봄에 일본 도쿄에서 어느 국제 심포지엄에 갔다가,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사이에서 내가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로는 다 대화가 통하지만, 그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눌 때는 내가 끼어들기도 어렵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를 다 안다고 하여도 영어를 모르면 국제사회에서 대화가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때 절실히 느꼈다. 때마침 동아시아의 대학들에서는 영어교육이 날로 중시되고 있고, 학생들사이에서는 영어열풍이 불고 있다. 교수로서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자신있게 교단에 설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미국에 체류하는 사이 자신의 연구와 동시에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나이 40대 후반에 하는 영어공부가 생각처럼 시원치 않지만 영어의 벽을 넘어서겠다는 집념만은 불태우고 있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21 Bright Rd, Belmont, MA 02478-3963
Cell:510-915-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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