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사의 외로운 길
보스톤코리아  2006-10-19, 00:16:58 
외줄을 걸어야 한다. 보이는 것은 허공 위 외줄 뿐, 볼 수 없는 관중들 사이의 숨죽인 호흡만이 오간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외줄 밑에는 그물 망이 쳐져있다. 한 발, 한 발 외줄 위를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걸을 뿐이다. 걷지 않으면, 가다 멈추면 중심을 잃는다. 걷는 것만이 쉬지 않는 것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 바로 외길 곡예사의 길이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고 외줄 끝까지 가는 길만이 관중들의 박수를 받는 길이다. 너무도 외롭고 쓸쓸한 외줄의 인생인 곡예사의 길인 것이다.
그 삶은 선택일 수도 없는 어쩌면 내림받은 대물림의 사슬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길은 바라본 적도, 바라볼 여유도 없이 자신의 키 높이보다 훌쩍 자라던 공중의 외줄은 운명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강요도, 강탈도 없었던 그의 할아비가 걷고 아비가 걸어왔을 외줄의 질긴 끈의 인생이 이어져 온 것일지도 모른다. 우물안 개구리가 우물에 갇혀서 그 밖의 세상을 바라볼 수도, 바라본 적도 없이 살았던 것처럼 그 세상이 다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말이다. 처음 만난 우물 밖의 세상에서 그 개구리는 눈이 부셔서 하늘마저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눈을 뜰 수 없으니 모두가 그 개구리에게는 자신을 헤치려는 적일 뿐이다. 볼 수 없는 세상에서 무엇이 개구리를 보호해줄까. 아마도 그 개구리에게는 그 우물이 천국이었을 게다.
세상은 온통 시끄럽다. 언제 잠시라도 조용할 날이 있었을까. 여기 저기서의 폭음의 찢기는 소리가 가슴으로 들려온다. 끊이지 않는 전쟁의 소리 속에서 또 한 번의 '핵'소리에 가슴이 철렁한다. 그것도 내 형제가 만들었다고 하니 '악 소리'도 제대로 내볼 수 없는 노릇이다. 귀에 들려오는 자동차 안에서의 뉴스거리도 '핵, 핵'거리고 오고가다 만나는 마켓에서 만나는 신문의 기사가 온통 '핵, 핵'하는 마당이다. 요즘 같이 빠른 현대에서의 사는 일은 눈 깜빡할 사이에 '별 일'이 생기는 세상이다. 이처럼 빠름 속에서 '공간적' 의미는 너무도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저기서 핵을 안고 있는데, 여기의 내 가슴에서 '핵'은 핵하고 터지고 말 일이니 어찌 '가깝고 멀고'의 '공간'을 말할까.
국제사회의 경고도 무시한 채 지난 10월 9일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 외줄 타기의 곡예를 어느 때까지 바라다보기만 할까, 관중들이. 점점 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지금의 실정에서 북한은 어쩌면 그 길만이 최고의 갈 길이라고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 강경세력과 중국은 점점 금융제재를 가하며 북한의 목을 죄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일까. 일본은 덩달아 이때다 싶어 자국의 입장과 국익을 위해 분주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바라다 볼 수밖에 없는 남한의 입장은 이유가 분분하다. 귀에도 걸어보고, 코에도 걸어보는 답 없는 답답한 말들만이 오고가고 있을 뿐이다.
외줄 타기에 곡예사를 바라보는 관중은 마음을 조아리면서 때로는 찬사의 박수도 아끼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은 보고 즐기는 일에만 열중할 뿐, 혹여 저 곡예사가 발을 헛디뎌 떨어져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있지도 않다. 다만, 가족인 사람들만이 가슴 조리며 바라보고 안타까워 애를 타고 있을 뿐이다. 답답한 마음으로 맞는 날이다. 속 시원히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속이 탄다. 제일 현명한 현자는 '지혜'를 '위기'의 상황에서 찾는 사람이리라. 성급하지 않으며, 느리지 않는 마음에서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지혜'를 찾는 일일 것이다.
무작정 바라다보는 관중이면 족한 일인가. 멀리 태평양 너머에서 있을 일이니 나와는 무관한 일일까. 궁지에 몰린 쥐를 생각해 보자. 뒷걸음질 쳐 한 발, 한 발 가다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 많은 나라가운데 이름도 없는 미계한 나라의 문맹국의 일도 아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제4차 모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기문 장관은 상임이사 5개국을 포함한 14개 이사국의 지지를 얻었었다. 또한 그 자리에 유엔의 사무총장이 바로 대한민국의 반기문 총장이 되지 않았는가.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입장은 어떻게 이 시국의 '위기상황'을 잘 대처해 나갈 것인가. 서로가 옳고 그름의 입장이 아닌 앞으로의 북한과 남한의 위기상황은 또 어떻게 잘 극복해 나갈 것인가.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그리고 일본의 재빠른 눈치작전과 함께 국제사회로부터의 북한의 고립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 나갈 것인가. 쉽지 않은 과제이며 쉬이 넘겨버릴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이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대한민국 내 조국의 안보와 국민들이 또한 겪어야 할 불안한 시국이 못내 가슴아픔으로 남는 날이다. 이 어려운 상황들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한 이런 때일 수록 국민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최고의 국민이 되길 바램을 해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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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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