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와 엘리자베스여왕의 의문
보스톤코리아  2010-11-22, 15: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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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두고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극도로 갈리고 있다. 마치 앓아 누운 환자에게 약처방을 두고 의사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는 것과 같다. 앓고 있는 미국 경제는 실험 대상인 마루타 같은 위치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가 갈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정말 기가 막힌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미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은 지난 3일 6천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준이 재무성 본드를 내년 6월까지 매달 7백50억달러 규모로 매입한다는 것.

사실 연준의 양적완화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번이 두 번째로 앞자 만을 따서 QE2라고도 부른다. 연준은 이미 2009년초부터 2010초까지 1조7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비록 미국정부와 연준은 독립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재무성 본드를 연준이 구입하는 것은 결국 자기가 발행한 본드를 새로 찍어낸 돈으로 자신이 사는 것이기 때문에 ‘printing money’라고 불린다. 양적완화는 사실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재무성이 많은 양의 돈을 풀어 장기 이자율을 떨어뜨리게 하는 이 처방은 보통 단기이자율이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제로 금리에 가까울 때 실시한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더블딥’의 상황과 디플레이션을 막고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 독일, 브라질 등에서는 미국이 달러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장려하려는 환율조작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일부 보수 경제학자들은 이 조치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사라 페일린, 차기 하원의장 존 베이너 등 공화당 정치인들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정책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정치인들이야 뭐 그럴 수 있다고 칠 수 있지만 경제의 당사자들인 미국의 유명경제학자들의 이견은 뭔가 기댈 언덕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노벨 수상자이자 후생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영국의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양적완화가 미 경제문제에 해답일 수도 있지만 혜택보다는 대가가 더 클 것”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2001년, 이자율 인하는 초반 효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투자를 유도하기 보다는 부동산 버블만 키워 결국 금융위기를 일으켰다. 자유시장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연준은 단기 이자율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유지했어도 실패했고 장기 이자율을 인하해서 경제를 진작시키려 하고 있지만 성공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대기업들은 이미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자율이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정말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는 대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스티클리츠 교수는 연준은 과거실패가 엄청난 대가를 치렀는데 이번 정책의 실패는 더 심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10대 경제학자 중의 하나이며 레이건 시절 경제자문위 회장을 지냈던 마틴 펠드스틴 하버드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낸 기고에서 “QE2는 위험하며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QE가 작은 효력에 비해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는 자산 거품을 만들어 내는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거품이 그렇듯 이자율이 정상화 됐을 때 큰 위험이 닥치며, 거품의 가장 큰 위험은 빌린 돈으로 자산을 구입한 개인들과 장기 증권을 보유한 은행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부동산 폭락으로 일어난 과거 거품의 위험은 반복하지 않아야 하는데 아주 유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버드에서 펠드스틴 교수 뒤를 이어 경제학 원론을 강의하는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박사는 좀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맨큐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많은 그의 독자들이 왜 양적완화를 비난하는 보수경제학자들의 공개 편지에 서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이번 양적완화가 좋은 생각이라고 믿는다고. 맨큐박사는 버낸키 의장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일본 스타일의 디플레이션을 우려한다고 말하고 장기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전체 수요를 증대시킬 것으로 봤다. 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이자 진보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가장 큰 우려는 양적완화가 너무 적은 성취를 이루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번 양적완화 규모로는 실업률에 약간 작용하는 정도밖에 이자율을 충분히 낮추지 못했다고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라는 처방을 둔 경제학자들의 4색 예측이다. 양적 완화 정책의 출발은 좋았다. 주식가격도 올리고 소비도 늘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의 효과가 과장되어서도 안되지만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와 관련 또 다른 QE2이야기도 유명하다. 영국의 현 여왕 엘리자베스 2세(QE2라부른다)는 2008년 11월 런던 경제대학을 방문했다. 루이스 카리카노 교수가 금융위기에 대해 발표한 후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아무도 이런 일을 예상 못했지요?” 그 후 세계의 경제학자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사실상 해답을 찾지 못했다.

추후 QE2 가 다시 ‘왜 QE2 의 효과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죠?” 묻는 날이 오질 않기 바랄 뿐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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