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15) : 기차로 횡단해본 미국(7)
보스톤코리아  2010-12-13, 13:25:45 
하버드대의 도서관과 도토리나무
보스턴에 도착한 다음 날, 즉 7월31일에 하버드대학교 캠퍼스를 구경나갔다. 내가 버클리에서 멀고 먼 여정을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 최종목적지가 바로 여기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먼저 캠퍼스라도 구경하고 싶었다.
하버드대학교 캠퍼스에서 제일 가까운 역인 하버드광장역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붐비고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다. 보스턴지역에 종합대학, 단과대학 합쳐서 60개가 넘고 그 때문에 인구중에 젊은층이 특히 많다고 한다. 역에서 나가니 하버드대학교 캠퍼스가 바로 그 옆이었다. 사람들이 보통 찾아가는 하버드대학교 캠퍼스는 Harvard Yard라고 불리우는 하버드대내에서도 제일 오래된 자그마한 마당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벽돌로 탄탄하게 지어진 붉은 색 건물들이 이 마당을 둘러싸고 마당안에는 넓은 잔디밭과 오래된 수목들이 여기저기 서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정갈하고 그 이상 더 특별해 보이는 곳은 없었다. 천하의 하버드대 캠퍼스가 결국 이런 것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지 처음부터 관광지를 생각하여 캠퍼스를 만든 것이 아닐테지 하고 이해가 갔다.

놀라운 것은 하버드대 캠퍼스에 관광객이 거의 넘치다시피 붐비는 것이었다. 단체관광객들은 길게 줄을 지어서 가이드를 따라다니고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온 관광객도 아주 많았다. 관광객의 얼굴들을 보면 보통의 미국인이나 서양인들이 많았지만 아시아인들도 꽤 많았다. 얼굴을 잘 살펴보고 대화를 들어보면 중국대륙, 대만, 홍콩, 한국, 인도인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일본인이 적었다. 아시아인들은 가족끼리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좋은 자극받게 하기위하여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하버드대 캠퍼스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인, 한국인, 인도인 세계에서 교육열이 제일 높은 민족들이 하버드대 캠퍼스를 제일 찾는 것 같았다.

과연 말로만 많이 듣던 하버드대였다. 내가 1년간 체류하던 UC 버클리도 미국의 명문대학교이고 연구분야에서는 국제적인 평가가 대단히 높은 대학교이다. UC 버클리 캠퍼스도 아주 아름답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구경하러 많이 찾아온다. 그런데 하버드대 캠퍼스는 단지 학생들만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부모, 소문만 듣고오는 일반 관광객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마치고 학력숭배의 성지를 찾아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 일등이 되라고 하고, 일등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물론 나의 의식속에도 이런 일등지상주의, 또는 일등콤플렉스가 있었기에 하버드대까지 찾아온 면이 없다. 일등만 바라보는 것이 과연 옳은 지 하는 회의감이 들고 일등만 찾아가는 모습이 좀 안되기도 했지만 아시아에서 온 젊은이들이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동경과 의욕의 눈빛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일등주의도 하나의 좋은 자극과 발전의 동력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은 하버드대를 찾아보고 이 대학교의 외관상 다른 점이 두가지 느껴졌다. 캠퍼스지도를 보면 도서관이 아주 많다. 하버드대 전체에 90개 이상의 도서관이 있다하는데 대학교에 도서관이 이렇게 많은 대학을 나도 처음 본다. 총장서가 1530만 책이라 하고 세계에서도 네번째로 장서량이 많다고 한다. 물론 대학교의 장서량치고는 세계 제1위는 의심할 바가 없다. 역시 책이 많은 대학교가 좋은 대학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버드대학교에서 주로 공부하게 될 얜칭도서관은 동아시아전문도서관인데 이 도서관을 잘 이용하면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어느 나라에 있기보다 동아시아연구를 하기 쉽다고 한다. 나도 그후에 얜칭도서관에 자주 가봤는데 웬만한 대학교의 중앙도서관보다 크고 동아시아의 도서들이 정말 많이 들어있는데다 귀중도서도 많았다. 그래서 동아시아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 도서관을 선호한다. 이만큼 대학교의 진정한 힘은 우선은 책에서 나오는 법이다.

또 하나 하버드대 캠퍼스에 많은 것이 떡갈나무이다. 수령 수백년이 되는 떡갈나무가 여기저기 서있는데 가을이 되면 도토리가 거기서 와르르 떨어져 내린다. 떡갈나무는 보스턴 지역의 산야에 제일 많은 나무 같고 도시의 가로수도 떡갈나무가 제일 많다. 떡갈나무하면 동아시아에서는 어떤 인상일까? 보통은 도토리나무라고 불리우는데 산림속의 어디에도 제일 흔하게 보이는 나무이다. 나무가 수질이 튼튼하고 도토리 열매를 많이 맺고 땔나무로서 잘 사용되는데 사람들은 보통 관상수목으로서는 누구도 도토리나무를 떠올리지 않는다. 너무 흔하게 보아서 그럴까? 아니면 외관이 수수해서 일까? 아무튼 동아시아에서는 도토리나무가 시내의 가로수가 되거나 대학교 캠퍼스를 장식하는 관상수목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런 도토리나무를 하버드대에서 많이 보게 되니 남다른 감개가 떠올랐다. 동아시아 근대화는 일본의 문호 나츠메 소세키가 일찍히 지적한 것처럼 내발적인 것이 아니고 외발적인 요소, 서구의 문명적인 충격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그 때문에 근대화 과정은 실질적으로 서구화의 과정이었고 그런 과정에서 오래동안 서구적인 것이 숭배되고 토착적인 것이 경시되었다. 오늘의 현실에서도 동아시아의 학문연구의 현주소, 특히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분야를 보면 서양에서 일어나는 학문의 유행을 따라다니기에 급하고 그래서 독자적인 학문체계가 잘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버드대의 캠퍼스에서 자라는 토착적인 도토리나무를 바라보면서 내발적인 발전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드대도 영국의 명문대학교들을 따라만 다녔다면 오늘의 하버드대의 명성이 있었겠는가? 보스턴의 자연속에 제일 많이 자라고 있고, 그런 토착수종을 대학교 캠퍼스의 여기저기 심어놓은, 또는 원래 있던 그대로 자라게 하는 하버드의 모습에 이런 것이 하버드대의 명성을 뒷받침하는 진정한 동력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토리나무는 분명 튼튼하고 허식이 없고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이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guanglin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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