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보는 세상: 21세기 한국경쟁사회의 그림자
보스톤코리아  2010-12-20, 13:20:52 
같이 실린 그림은 미국 인기 만화영화 The Simpsons의 한 장면이다. 정확히 2010년 3월 14일에 방영된 “Postcards from the Wedge” 에피소드의 한 장면이고 원래 대사는 “I want him to be Korean by the time he's done” 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한국아이들이 어릴때부터 공부에 시달리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명박 정권은 경쟁을 최선과 최고의 가치로 부각시키며 출범했고 한국 사회는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심화 된 사회가 되었다. 필자는 지난글에서 어째서 이런 경쟁식 교육이 한국을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 수 없는 가를 얘기했다. 다시 정리하면 한국은 정작 공정한 경쟁이 꼭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피와 처절한 경쟁이 벌어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번글과 다음글에서는 다시 다른시각에서, 경쟁자체가 만드는 폐단을 짚어보려 한다.
Game Theory 라는 학문분야가 있다. 수학과 사회학의 양다리를 걸치면서 수학이론을 통해 사회학적인 현상을 분석하려는 학문의 분야이다. 이 게임이론에서도 한가지 유명한 예가 Prisoner’s Dilemma. 즉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 딜레마는 다음과 같다. 2명의 죄수가 있는 데, 서로 격리된 후 다른 죄수에 대한 증언을 하면 증언을 한 죄수는 풀려나고 증언하지 않은 죄수는 10년형을 받는다. 둘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둘다 6 개월형만 받고 풀려난다. 만약 둘다 서로에 대해 증언하면 둘다 5년형을 받는다. 여기서 두 죄수에게 최선책은 서로 협력해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실 다른 죄수를 배신 하더라도 얻는 이익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나만 묵비권을 행사하고 다른 죄수가 증언을 한다면 나는 10년형을 뒤집어쓰게 된다. 서로를 믿고 협력을 하면 6 개월 형으로 끝나지만 그러지 못해 둘다 증언을 하면 둘다 5년형을 선고 받는 최악의 상황에 도달한다.

또 한가지 비슷한 예를 스포츠에서 찾을 수 있다. 유명한 야구선수 배리본즈는 스테로이드 복용이 들통남으로써 큰 파문을 일으켰고, 위증죄까지 부과되어 내년 재판이 예정되어있다. 그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이유는 당연히 약물을 복용하면 복용하지 않은 선수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물은 장기적으로 자기 몸을 해친다. 그것을 무릅쓰고 한 선수가 스테로이드를 써서 남을 밟고 올라서고 그것이 합법화 된다면 다른 선수들 도 모두 스테로이드를 복용할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두 스테로이드를 쓴다면 아무도 승자가 되지 못하고 다 몸을 망친 패자가 될것이다.

바로 이 Prisoner’s Dilemma는 경쟁의 맹점, 경쟁의 그림자를 얘기한다.
아무도 승자가 될수 없으나 남이 하면 따라할 수 밖에 없는 경쟁을 Game Theory는 이야기 한다. 과거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의 핵경쟁이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였으나, 오늘날 한국의 사교육경쟁만큼 걸맞는 예가 또 있을가 싶다. 한국의 많은 서민층과 중산층 부모님들에게 사교육 경쟁은 핵경쟁 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더 나아가 교육비의 부담은 한국을 세계최저출산국으로 만들었다. 조기 유학 정도 보내줄수 없는 부모는 애도 낳을 수 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으니 보통 사람들은 결혼도 출산도 할수 없고, 한국전 이후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는 코 앞으로 다가 왔다. 그 어느 서방 국가나 일본보다도 더 빨리 노화되고 조로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South Korea인것이다. 이런 미래는 부유층과 기득권층들도 원하는 미래일 수 없다. 결국 과다한 경쟁은 모든 사람이 패자가 되는 망국병인 것이다.

이제 아이들 이야기를 해보자. 아니 그전에 아이들의 현재를 쥐고 있는 한국의 한 정치인의 이야기를 먼저하고 싶다. 경기도 지사인 김문수씨는 아이들의 학원 수업을 밤 10시로 규제하는 법이 제안 되자 노발 대발 하면서 세계 어디서 열심히 공부하려는 아이들의 자유를 가로 막느냐는 식의 논지를 폈다. 그 제안된 법에도 물론 문제는 있으나, 도지사이자 차기 대권후보라는 사람의 교육관은 더 어이가 없다. 과연 10시넘게 공부하는 것이 “자유”인 것인가?

김문수식 한국의 잠안재우기 경쟁교육의 폐해는 많다. 그 무엇보다도 첫번째 폐해는 망가지는 아이들의 몸과 정신이다. 운동 선수들의 스테로이드는 몸만 망치지만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부터 스트레스와 벗삼아 자라는 아이들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황폐해져간다.
다음 글에서는 왜 한국식 교육이 아이들의 교육자체를 망치고 국제사회시대의 경쟁력을 키우기는 커녕 오히려 경쟁력을 잃어버리게하는 지에 대해 더 깊히 논하려 한다. 또 한국경쟁사회의 철학적,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부족한 자격으로 나마 작은 청사진을 제시하고 싶다. 작은 청사진이라도 없으면 조로병에 걸린 한국사회의 미래가 어둡고, 미국 만화영화의 우스개 소재로 남겨두기에는 한국아이들의 현실은 너무나 척박하기 때문이다.

남궁이삭
필자는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톤 지역에서 오랫동안 IT 분야 전문 연구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prometheus.bost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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