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보는 세상 : 21 세기 한국 사회의 그림자 (4)
보스톤코리아  2011-01-31, 14:44:53 
필자는 지난 글에서 한국식 경쟁 교육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일차적인 폐해로 스트레스를 들었다. 스트레스가 주는 정신적인 해악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겠으나, "아이들을 위해서" 라는 명목으로 주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키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탠포드 신경학 교수인 Robert M. Sapolsky는 쥐와 원숭이를 통한 연구끝에 스트레스가 뇌 구조물중의 하나인 해마 (hippocampus)를 손상 시킨다는 것을 밝혀 냈다. Hippocampus는 뇌중에 기억력과 학습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쥐들은 hippocampus의 사이즈가 작아졌다. 실제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서 미로(maze) 를 찾아 나가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흔히 한국사람들이 하는 얘기중에 한국아이들은 고등학교까지는 세계최고인데 대학교 부터 떨어진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얘기는 아니나 어느정도 통계적인 근거는 있는 얘기다. 구태여 한국 대학의 성취도를 논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미국대학에서 한국인 또는 한인 학생의 중퇴율은 평균에 비해 훨신 높다. 2008년도 박사과정 사무엘 김씨의 논문에 의하면 한인 대학생의 중퇴율은 44%로 유태계와 비교하면 3배에 달하고 중국계 (25%) 인도계(22%)와 비교해 봐도 월등히 높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고, 다음에 쓸 글들에서 더 다룰 것이다. 그러나 교육철학을 논하기전에 가장 일차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어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표현이 있으나 한국아이들은 성장기에 뼈를 깎기전에 두뇌를 깎아 가면서 공부하기에 성인이 되어서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트레스로 Hippocampus와 심장에 손상을 입은 실험실 쥐들처럼 한국인은 성장해가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 생각은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지만 적어도 의학적인 측면에서 근거가 전혀 없는 가설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글에서는 지난글에서 언급한 "획일화"의 원인과 문제에 대해서 논해보고 싶다. 경쟁에도 좋은 경쟁이 있고 나쁜 경쟁이 있다면 "획일화"된 경쟁은 그 후자의 대표적인 예라 생각된다. 흔히 다윈의 “종의 기원”이 “적자생존”이라는 현대 경쟁 철학을 낳았다고 알고 있으나, “적자생존”만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다윈을 반밖에 이해 못한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적자생존만큼 중요한 개념은 “다양성”이다. 이점은 다음글에서 더 다룰것이다.

한 한국인 석학은 한인 학생들의 중퇴율이 목적의식의 결여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이 중요한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언제까지 “남이 하니까” 따라해야하는 경쟁에 우리는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인가 반문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목표의식을 줄수 없기 때문이며 진정한 인재를 발굴하기전에 손상된 정신을 양산할수 있기 때문이다.

남궁이삭 (prometheus.boston@gmail.com) 필자는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톤 지역에서 오랫동안 IT 분야 전문 연구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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