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보스톤코리아  2011-03-28, 14:28:39 
은퇴한 뒤 운동 삼아 근처에 있는 메사비식 lake로(집에서 5mile) 자전거를 탔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자주 타다 보니 제법 익숙해 져서 몸도 가벼워 지고 달리면서 보는 주위 경치가 무심하게 쳐다 봐 지던 것이 차차 주의를 기울이며 보게 되더군요.

Lake에 도착하여 bench에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담배 한 대 물고 연기를 뿜으니 그렇게 흐믓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떨이가 없어 주위를 살펴보니 담배꽁초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비닐 봉지 하나 들고 하나 둘 주웠더니 미국인 부부가 물어 봐요. “what are you doing?”
그래서 저는 “ I am picking up the minds”라고 답변했습니다. 담배를 줍는 게 아니라 버려진 마음들을 줍고 있다고요.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It makes sense”이라고 하면서 같이 주워 담았습니다. 엷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말입니다.

구태여 공공 도덕을 들먹일 필요 없어요. 버리는 건 담배꽁초가 아니었어요(자기가 시작 한 일을 매듭 짓지 않고 남에게 시키는 게 싫어서였습니다). 그건 마음을 버리는 거였습니다. 다해 놓고 보니 주위가 말끔하고 시원해 보였습니다.

달리는 차에서 버리는 건 담배꽁초 뿐 아니라 먹던 음식, 심지어 비닐 봉지도 있더군요.
그 사람들을 원망하기보다는 내가 살면서 내어 놓은 얼마나 많은 짓, 말, 행동들이 있었나 반성해 보았습니다.
상대방의 뜻을 살피지 않고 내 맘대로 한 일, 책임질 수 없는 말. 거칠게 대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일들 살펴보니 꽤 많았습니다.

저도 별볼일 없는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는 반성. 반복되는 훈련 수양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살펴본다는 말은 삶의 여정에서 꼭 필요한 말입니다. 몸에 때가 끼면 사흘에 한번 목욕하듯 마음의 때도 반성회개라는 목욕을 해야 가뿐해 집니다.

한번 먹으면 다시 먹지 않아도 되는 밥은 없습니다. 한번 닦으면 다시 닦지 않아도 되는 목욕은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여전히 있습니다. 만물이 연결 고리가 있어서 그 알맹이만 취할 수 없게 되어 있더군요.

몸이 찰 때 뜨거운 물 마시면 더워지죠. 온도를 얻기 위해서 뜨거운 물을 이용하듯 매체를 꼭 써야되죠. 그걸 어떻게 구하냐, 힘들게 일한 보수를 지불해야죠. 공짜는 절대 없습니다 (도덕을 빼놓고) 어떻게 보면 더불어 사는법인 것 같아요. 내 주장만 하고 남의 이야기 안듣는 사람 (귀가 없는분 내가 보는 것만 옳고 남이 보는건 틀리다고 하는 분)

이런 분들이 꽤 많아요. 평생을 주워 모으다 가시는 분, 남에게 베풀줄 모르고 저 세상에 가져 갈 수 없는 물질의 노예로 사시는 분 꽤 많더군요.

반드시 마지막 날 후회하십니다. 빨리 깨달으십시오. 내가 남에게 절하는 건 내가 나에 절하는 거랍니다.내가 버리는 것은 담배꽁초가 아니라 흩어진 초라한 내 모습 내 마음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서일
(뉴햄프셔한인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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