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에 부르는 감사의 노래
보스톤코리아  2006-11-15, 02:23:13 
십일월의 시작은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마련해 주는 달이다. 일년동안의 시간들을 돌아보는 나의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고, 또한 새로운 계획으로의 준비를 마련해 주기도 하는 귀한 날이기도 하다. 가을 단풍과 낙엽 그리고 스산한 바람은 꼭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시인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인생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들여다보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특별히 사십의 불혹(不惑)의 언덕을 넘어 오십의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는 나이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짚어보고 싶은 때이기도 한 것이다.

아마도 이 가을은 나 자신을 깊은 묵상으로 안내하는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가고 겪어가며 만나는 경험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의 이해관계에서 많은 경험들로 삶의 지혜를 얻게되는 것이다. 또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며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그 상처가 아물기도 하고 때로는 채 아물기도 전에 더 깊은 상처로 남아 몸과 마음의 고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이 모든 것들이 잃기만 한 일일까. 더욱 더 마음과 몸에 지혜가 생기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다보면 이해의 마음도 커지고 깊어지는 것을 만나게 된다. 그 속에서 나의 부족함을 바라볼 수 있기에 또한 감사인 것이다. 누구의 탓에서 이제는 남의 탓이 아닌, 바로 나의 탓으로 옮겨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되는 것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의 길에서 어찌 나만 옳다고 남을 탓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약점을 찾아 들추자면 어찌 흠 없는 사람이 있을까. 덮어주는 일은 보이지 않는 싹을 틔우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집 곁에는 큰 도토리 나무가 몇 그루 서있다.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인가 보다. 뒤뜰 잔디밭에 가득 도토리 알들이 굴러다니니 그 곁에 다람쥐들이 즐거운 함성을 낸다. 한 번 주어서 도토리 가루를 만들어 묵을 쑤어 먹어보리라 마음을 먹지만, 해마다 하지 못하고 가을을 또 보내고 있다. 그래, 저 도토리 알들을 낙엽들이 떨어져 덮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람쥐들도 찾아와 양식을 삼고 이름 모를 들짐승들이 찾아와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이 가을은 이렇듯 넉넉하고 풍요로워서 더욱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가 싶다. 자연과 동물들과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부르는 아름다운 하모니의 합창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꼭, 성경 적이라 말하지 않아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의 그림을 보노라면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 아름다움 속에는 농부에 대한 고마움과 신에 대한 경건함이 그대로 남아 흐르는 것이다. 그림 속에서 만나는 가을 들판이 그리고 넉넉히 쌓여진 곡식들이 남아 있는 이삭들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깊은 의미를 주는 것이다.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나 아닌,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이들을 챙기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듯 깊은 생각 속에서 마음과 몸을 들여다보며 주신 것들이 감사하여 드리는 마음의 기도가 있는 것이리라. 그 감사의 기도가 힘겹고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기쁨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욱 깊은 감사가 될 것이다. 이 깊은 가을을 만나며 잊었던 사람들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 하나 나눠 가질 수 있다면 더 없는 감사이고 더 없을 축복인 것일 게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도 들판의 곡식들을 남겨두는 숨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너른 들판의 벼이삭도 그랬거니와 밭 가운데 있는 다른 곡식들(땅콩, 고구마...)도 그렇게 남겨두는 미덕이 있었던 것이다. 가난한 이들과 들짐승들에게는 겨울 양식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손 벌려 달려가지 않아도 구할 수 있었던 그 양식은 그 사람의 자존심마저도 세워주는 아름다움이었으리라. 말없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그 마음이 큰복이 되어 돌아갔을 것이리라. 이렇듯 이 가을에는 나를 깊이 들여다보며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큰 감사가 넘쳐나는 십일월이면 좋겠다. 나의 부족함을 바라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갖고 남의 탓이 아닌 나의 탓임을 깨닫는 날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추수하고 남은 들판의 곡식들을 모두다 거둬들이는 야박한 삶이기보다는 넉넉히 남겨줄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이면 좋겠다. 주어서 넉넉하고 행복한 그런 풍족한 삶의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면 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으로의 가는 길이 그리 섭섭하지 않을 삶 일거란 생각을 해본다.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을 뵈면 욕심 없는 말간 얼굴빛이 그렇듯 아름다울 수가 없다. 아마도 이렇듯 인생의 언덕을 오르고 또한 내리막길에서 내려놓고 나누며 걸어오신 길임을 알기에 더욱 그 빛이 아름다울 것이리라. 이렇듯 내어주고 나눠주는 일,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 어우러져 걸어가는 길이면 축복의 삶일 것이리라. 모두가 넉넉하고 풍요로운 이 가을, 십일월에 부르는 노래는 혼자서 부르는 독창이 아닌, 너와 내가 어우러져 함께 부르는 감사의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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