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들어 있다는 증거
보스톤코리아  2011-07-25, 13:56:45 
깊은 잠에서 깨어나 육신이 멀쩡하더라도 정신이 잠들어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아 여러분과 뜻을 나누고 싶습니다. 혹시 반대하시더라도 결단코 나무라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밝혀두렵니다. 삶의 질(質)이 180도 다르다는 것. 더 밝고, 분명하고 또렷해서 누가 성질을 내고 싸움을 청하더라도 내안이 해인(海印)의 경지에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평정한다는 것. 아울러 육신도 튼실해질 수 있음을 보장합니다. 그러면 질의 응답 형식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자문자답 하세요.

1. 시간이 지배하는 건 육신이지 정신은 아닙니다. 흔히 정신이라는 게 단순히 생각, 분별쪽으로만 보시는데 그것보단 넋이나 영혼에 가깝습니다. 조금 이상하신가요? 이것이 첫번째 관문인데, 이것이 통과 되지 않으면 다음이 더 어렵습니다. 이 간단한 질문 뒤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영원이라는 건 시간을 뺀겁니다.

2. 우리가 가진 것(재산, 학식, 명망 등)은 내 소유가 아니고, 우리는 그저 지배인(manager)일 뿐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건 진실입니다. 이것이 첫 단추인 것입니다. 모든 문제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집착, 미련, 선입견은 뿌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건 분명하고 정확한 신의 명령입니다.

3. 우리는 땅의 주인은 될 수 있어도 경치의 주인은 될 수 없다. 이것 역시 진실입니다. 단지 받아 드리지 않고 계실 뿐입니다. 삶이 허무하다는 거, 한바탕 꿈이라는 것도, 가슴을 치게 되는 것도 이 착각을 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지식은 내가 무엇을 모으는가,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그것을 아는 것이며, 이는 삶의 지혜의 첫 출발입니다.

4. 진정한 지식은 내가 뭘 모르는 가를 아는 것입니다. 과학에서도 불확실의 원리(The principle of uncertainty)한 것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삶을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풀이할 수 없기 때문이죠. 시간을 보탠 4차원으로 보셔야 합니다. 그리도 실수하고 실패하십니다. 그래도 피해는 적어지겠지요.

5. 하늘에는 우리가 조정할 수 없는 비와 바람이 있고 인간에게는 수시로 닥치는 행, 불행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삶은 이런 한계와 시련이 뒤에 버티고 있어 단련되고 훈련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엄연한 현실 앞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는 사실 개인, 사회, 국가를 경영하는 경륜인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전인(全人)으로 가는 성숙의 척도나 마찬가지입니다.

6. 아무리 잘 드는 칼이라도 물을 벨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할 때에 드는 좋은 예입니다. 경험은 지식보다 우월합니다. 경험이 쌓인 것이 지혜이고, 이것이 삶의 나침판입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우기는 것은 어리석음의 표본이고 역사를 보면 이런 어리석음이 되풀이 된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겁니다. 같은 잘못을 뒤풀이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7. 거의 모든 것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불교에서 말하는 불이법문(不二法問) 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주제가 모든 수오자가 걸어가야할 가시밭길인거죠. 이걸 터득하기 위해서 피땀을 흘렸고,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차별지에서 평등지로 가는 길, 그것이 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워낙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살펴보지요.

불이법문
있음과 없음. 선과 악, 빛과 어둠. 부처와 중생.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부자와 가난함과 같은 차별지를 하나로 어우르는 평등지를 알아 차리기는 석가모니로부터 유마힐을 거쳐 달마의 생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불심(불심)이 무엇이냐 묻자, 달마는 “마음이 특수하나 모습을 가지지 않는 것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라 하고,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을 존재의 본질이라 하고, 마음이 지배당하지 않음(超越)으로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남을 해탈이라 하고, 마음 자체가 거슬리지 않고 자유로운 것을 깨달음이라고 하고, 마음 자체가 고요히 안정된 바를 헤매임을 소멸(涅槃)이라 한다.” 하셨습니다.

평등지란 불이(不二, 하나되기) 이고 그 하나 되기는 순리이고, 순리는 가장 멋스러운 자유, 그 걸림 없는 자유를 통해서 본래 자기 참모습에 도달하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지식은 세월 따라 변하지만 지혜는 시간과 관계없이 영원합니다.

결국 말 없는 말. 글 없는 글. 볼 수 없는 그림을 꿰뚫을 때만 우리는 잠에서 깨어났다고 봅니다. 거기에 도달하면 한 송이 꽃 안에서 우주가 보이고 짧은 한순간 안에서 영원이 보이고, 해맑은 아기 웃음 속에 태양이 보이고 삶의 가치, 목표, 수단을 가르치는 대도(大道)가 보이죠. 힘들지만 따라가시면 빛의 세계에 도달하십니다.

서일
(뉴햄프셔한인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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