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甕器]같은 사람
보스톤코리아  2006-11-22, 00:26:19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릇은 각각의 크기와 모양 질이 다 다르다.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그 그릇의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요즘이야 보기에 예쁘고 편리한 그릇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정을 꾸려 가는 주부들이라면 어찌 그릇에 욕심이 없을까. 가족들과 함께 쇼핑을 하다가 눈길이 먼저 가는 곳은 여자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릇들이 모여진 진열장이다. 맑고 투명한 크리스탈부터 본 차이나, 도자기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그릇에 그만 매료되고 만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은 어찌 그리도 지혜로웠을까. 이 그릇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바로 그 속에 삶의 철학이, 생활 철학이 들어있음을 깨닫고 만다. 맛과 멋을 알았던 '풍유와 예술'을 삶 속에서 만나고 느끼고 누렸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또한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우리 옛 선조들의 옹기[甕器]들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릇을 만들기 위해 질흙을 사용하고 뜨거운 온도의 불가마에서 굽기를 몇 번을 해야 제 구실을 할 수 있으니, 어찌 이 속에 철학이 없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렇듯 옹기[甕器]를 만들기 위해서는 섭씨 1200도라는 고열의 불로 구워내며, 뜨거운 불 속을 몇 번을 드나들어야 단단하고 견고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옹기[甕器]가 다른 자기나 도기들에 비해 "옹기의 장점은 통기성(通氣性)에 있다. 물은 통과하지 못하지만 공기는 통과되는 그릇이 바로 옹기[甕器]의 장점이다. 주변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옹기[甕器]의 위대한 점이다.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발효식품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듣고 들어도 어찌 이리도 귀한 말씀일까. 우리 선조들의 그 깊은 지혜와 해박한 생활철학에 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 하물며 그릇 하나에도 이렇듯 귀하고 심오함이 들어있는데, 이 온 우주의 대자연과 인간이 생명으로 숨쉬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창조주의 섭리를 그대로 느끼는 것이리라. 옹기[甕器] 하나, 하나에도 쓰여질 목적이 있듯이 우리들 삶의 길에도 맡겨진 목적이 분명 있는 것이다. 때로는 살면서 힘겨운 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할 때도 많다. 어찌 나만 홀로 있는 것 같이 외로움이 밀려들고 삶이 고단할 때가 있다. 남들은 모두가 '행복'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내게서만 그 '행복'이 비껴 가는 것 같은 심정일 때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또 오르는 이치를 생각한다면 오늘의 힘겨운 일들이 내일의 기쁨의 행복의 일들로 이어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쉬이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을까. 엊그제는 뉴잉글랜드 한인회 제 35대 '한인회장' 선거가 있었다. 경선의 과정을 지켜보며 한 한인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뿌듯했다. 많은 한인들이 선거일의 일기(日氣)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그 정성에 감동을 받은 날이다. 또한 경선이 이루어졌기에 더 많은 관심과 한인들의 의식정도를 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물론 당선자는 한 후보자일 뿐, 둘이 될 수 없기에 다른 한 후보자는 낙선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승리자는 어느 한 후보자를 이겼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진정한 승리는 이제부터의 시작인 것이리라.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승리'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인회장 후보로서 내 놓았던 한인들과의 '약속'이다. 약속의 가치는 지켰을 때에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리라.

먼저 당선자께 축하를 드리며, 진정한 질흙으로 빚어 뜨거운 불에 달구어진 옹기[甕器]같은 사람이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주변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통기성(通氣性)을 가진 옹기[甕器]처럼 한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지혜롭고 여유로운 그런 한인회장의 멋과 맛을 누릴 줄 아는 풍유의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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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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