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결산서
보스톤코리아  2011-10-31, 14:18:30 
오랜만에 밝고 반가운 소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에 현재 주둔하고 있는 4만 1천 명의 미군을 오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완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제 2003년 3월 20일에 시작된 이라크 전쟁, 일명 “부시의 전쟁” 이 9년 만에 일단락 될 양상이다.

부시는 “사담 후세인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제거와 확산 방지, 알카에다에 대한 테러 지원의 차단, 그리고 이라크 시민의 인권을 위하여 전쟁이 절대 필요하고, 지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서둘러 침공하였다.

전쟁 40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부시는 군함 아브라함 링컨 갑판에서 “임무완수”라는, 성급한 연설을 한 해프닝도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쟁 당위성 1번이었던 WMD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CIA와 UN이 2005년에 발표하였다. 유엔 안보리에서 WMD 보유의 증거로 이라크의 안스락스 세균 샘플을 제시하는 등 유엔의 지지를 역설한 국무장관 파월은 잠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또한 “후세인의 알카에다에 대한 테러지원”의 확증도 찾지 못하였다.

전쟁을 주도한 네오콘(신보수파)은 “이라크 국민은 미국 점령군을 환영할 것”이므로 전쟁은 식은 죽 먹기(cakewalk)라고 공언하였으나, 오히려 자살폭탄과 도로변 지뢰 등 끈질긴 저항을 지속하여 전쟁 조기 종결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전쟁의 가장 큰 공과는 가장 혹독한 독재자인 후세인이 제거되었고, 이라크 국민은 탄압을 벗어나 자유를 얻고, 우여곡절 끝에 헌법을 제정하고, 아직은 불안정하나 민주주의 정치 구도를 실현하게 된 것이다.

한편 전쟁으로 미국과 이라크는 막대한 인명과 경제적 희생을 치렀다. 2011년 10월 현재까지 미군의 사망자는 4,479 명이고, 부상자는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민간인 고용계약자의 사망은 1,537 명, 부상자는 5만이다. 정규군과 예비군으로 차출되어 이라크 전쟁에 투입된 연인원은 모두 1백 5십 만을 넘는다. 예비군의 전투참가로 이들의 생업이 중단 되었고, 가족은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얼굴만 내민 정도의 참전국은 36개로 한국도 한때 3,600 명의 군인을 파견하여 1명의 희생자를 내었다.

이라크는 인명과 재산상 가장 큰 피해를 입었으나 정확한 통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간인 사망자는 적게는 11만 명에서 많게는 1백만을 넘는다. 난민 수는 이라크 인구 3천만의 16%인 4백 7십만으로 이중 인접국으로 도피한 수는 2백만이 된다. 전쟁고아는 5백만으로 이는 이라크 어린이의 35%나 된다.

건물, 도로, 유전, 발전시설 등의 기간시설의 파괴와 손실은 6.25를 겪은 한국인은 상상할 수 있다. 미국의 전비는 2011년도 예산을 포함하여 모두 8천4백5억 10 불이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자 스티그릿츠 교수는 부상 군인의 평생 지원비, 오일 값 앙등, 전비로 인한 국가 채무 증가 등으로 인한 거시 경제에 최소한 3조억 불의 부담이 있었다고 계산하고 있다.

전면철수 결정은 정치권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 롬니 공화당 대통령지명 후보자는 “수천 명 미국시민이 피로 쟁취한 승리를 공연히 위태롭게 하고”, “철군결정이 노골적인 정치적 계산, 혹은 이라크 정부와의 협상에서 드러난 단순한 미숙함” 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는 “철수일정은 2008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부와 합의한 것”이며, “5천 명의 잔류 협상을 하였으나, 주둔 미군에 대한 사면권 요구를 이라크 정부가 거부함으로써, 주둔 미군이 이라크의 법적 제재를 받는 주둔은 수락할 수 없었다”라고 반박하였다.

미군의 전면철수로 이라크의 자존심은 높아졌으나, 정치적 혼란, 무장폭력의 난무, 이란의 영향력 증가라는 위험을 수반한다. 이라크의 3대 계파인 시아, 수니, 그리고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간의 골 깊은 갈등으로 예상치 못할 정국의 출현과, 불안한 치안상태는 더 악화 될 수 있다.

미국의 가장 큰 우려는 이란이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와 이란은 그간 호의적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중동지역 강자의 꿈이 있는 이란이 이라크의 내정과 외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단호하며, 또한 NATO 군사력이 터키 등 인근에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란의 경거망동을 사전에 경고하고 있다. 공화당 비난을 겨냥하여, 이라크 주둔여부의 최종 결정은 독립된 민주국가인 이라크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미국은 이미 전면철수에 대비하여 군사 요새나 다름없는 세계 최대 대사관을 바그다드의 이라크 정부 청사로 부터 1마일 거리에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풋볼 경기장 80개 크기의 대지에 7억불의 공사비로 자체의 상하수도와 발전시설, 학교, 쇼핑 몰까지 갖춘 소도시를 세웠다. 5천 5백 명의 미국인과 이라크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일 년 유지비가 12억 불이 된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에 강력하고 장기적인 주둔을 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무언으로 공포한 것이다.

종전의 시점에서 “이라크 전쟁은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한번은 짚어 보고 싶다. “의심이 나면 사전에 치자”는 부시의 pre-emption은 강자의 변이다. 전쟁 동기로 의심한 WMD 와 테러 연계는 아예 잘 못되었기에 더 그렇다.

가난한 이웃은 모두 도둑이 아니다. 작년 12월 튜니시아로부터 시작된 “아랍의 민주화 봉기”(Arab Spring)는 이집트, 최근 리비아까지 시민들이 자신들의 독재자들을 몰락시키고 민주화 길을 추구하고 있다. 9년만 기다렸다면 이라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막대한 인명과 재산의 희생 없이 이룰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가상도 해본다.

윤희경 (보스톤봉사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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