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행 / 후 / 기 : 흑룡의 해를 맞아 ...
보스톤코리아  2012-01-30, 12:54:15 
새해를 며칠 앞두고 나는 다가올 새해 첫날의 해돋이를 산정상에서 보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마주하며 한해의 결심과 각오 그리고 희망을 담아 간절하게 기원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아침잠도 없어진다고 하는데 아직도 올빼미형 인간인지라 전날까지도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다가 마치 운에 맡기듯이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면 가기로 마음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송년모임에서 마신 한잔의 막걸리와 반잔의 정종, 그리고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자마자 터트린 샴페인을 한모금만 마셨는데도 마구잡이로 섞어 마신 후유증에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것이 일출을 보기위한 행운이었던지 신새벽에 일어나 빨개진 토깽이 눈을 비비며 자욱한 안개사이로 산행장소를 향해 텅빈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어둠이 온 대지를 감싸고 있는 새벽5시 반경! 차갑게 내려앉은 아침의 공기가 상쾌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31명의 회원들이 일출을 보기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아직 포근한 잠자리에서 꿈나라를 헤매야 할 아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 아이들의 눈에 비치게 될 장엄한 해돋이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림엽서에서만 보던 멋진 경치를 실제로 바라보며 환성을 지르며 좋아하지 않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길가를 밝히던 가로등이 끊긴 산입구가 칠흙같이 어두웠다. 발아래를 비추는 희미한 손전등의 불빛에 의지하여 우리는 열지어 조심스럽게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푸른 빛이 도는 바위가 많다고 하여 blue hill로 불리우는 오늘 오르게 된 산은 2000피트가 넘는 높이를 오르던 정기산행과는 달리 삼분의 일도 미치지 않은 고작 645피트를 오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동네를 산보하는 기분으로 시작한 자연을 향한 교만함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머지않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등에 송글송글 땀을 배게 만드는 가파른 돌길도 있었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건너는 아기자기함과 가쁜 숨을 내쉬면서 오르다가 내닫는 평탄한 길도 있었다.한시간도 채 되지않은 짧은 오름길이었지만 산행에서의 모든 것을 두루 경험했던 인상적이고 재미난 산길이었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밝아오는 산정상에 이르자 1885년에 세워졌다는 돌로 쌓여진 기상대가 보였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오르니 일출을 볼 수 있도록 동쪽이 기다랗게 트여있었다.

저멀리 지평선이 블그스레 펼쳐져있고 거므스레 솟아있는 나무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마치 하얗게 넘실대는 파도처럼 보였다. 실로 거대한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 신비한 느낌이었다.

일출 시간이 가까와지자 넓게 퍼진 불그스레한 가운데에서 눈썹처럼 가느다란 붉고 노란빛을 띈 해가 조그맣게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시시각각으로 반원에서 동그랗게 커지더니 순식간에 주위를 환하게 밝히며 두둥실 떠올랐다. 이제 새해의 첫날이 힘찬 희망과 설레는 기쁨으로 밝아온 것이다.

가슴이 벅차오르며 마음속에서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그리고 행복한 삶을 바라는 염원이 간절하게 흘러나왔다. 아직은 개인적인 기복에만 머물고 있는 닫혀진 마음이지만 올한해도 자연과 벗하면서 장엄하고 경외로운 자연을 통하여 겸손함을 배우면서 따뜻하게 나눌수 있는 열린 마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오는 검은 용의 해라고 한다. 용중의 용이라 불리우는 검은 용은 하늘을 날고 바다를 지배하는 신성하고 힘이있는 상상의 동물로 옛부터 절대적인 권력과 힘을 상징하는 제왕에 비유되어왔다.
또한 용은 "미르"라는 우리의 고유어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뱀이 덕을 쌓고 500년을 살면 이무기가 되고 다시 500년을 살면 용이 되어 뿔이 돋는다고 한다.

산에 오르면서 서로 도와주며 배려하는 우리들은 그동안 조금씩 덕을 쌓아왔으니 얼마쯤은 용의 꼬리 모양이나마 닮아있지 않을까!

검은 용의 해를 맞이하여 모든 분들이 여의주를 물고 날아오르는 용처럼 기운차고 활기있게 생활하며 커다란 성취를 이루게 되기를 기원한다.

보스톤 산악회 부회장 현 정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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