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 엄마와 함께하는 재정계획 (120): 한국학교 봄학기
보스톤코리아  2012-04-09, 15:58:33 
예년과 달리 성큼 와버린 봄 내음과 뒷마당에 활짝 핀 개나리를 보며 아담했던 초등학교를 기억해 본다. 2012년도 한글 봄 학기가 활기차게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세종학교 개교 30주년 때 쓴 글이다. 정확하게 10년 전 이야기다. 원고 마감 전 일주일에 있었던 이야기를 줄여서 올린다.

3월 17일 2002년 일요일
주일날 항시 하는 습관대로 교회 본당에 들어가기 전 도서실에 들렸다. 도서부 집사님이며 세종학교 교장 선생님께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하니 “한글학교 원고를 부탁했는데 어찌 되었느냐고” 눈을 살짝 흘기신다. 그 모습이 16살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다.
먼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 “어른들은 마을 반공, 우리들은 골목 반공”이라는 반공 표어를 써서 한글 사전을 한 번 받아 본 적 있지만, 그 후론 글을 써본 적이 없다. 더구나 주제가 한국어에 관한 것이니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다.

3월 18일 월요일
꿈속에서도 원고를 쓴답시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한국인이기에 한국말을 배워야 한다?, 뿌리를 알아야 한다?, 무슨 뿌리?, 반만년 역사를 가진 문화 전승?, 문명과 문화의 차이는?, 한 나라의 언어란?. 미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한국어가 필요한 이유를 연결해 보는데 꿈속에서조차 거의 포기 상태이다.

3월 20일 수요일
켄터키로 출장. 디트로이트와 달리 이곳은 완전히 봄날이다. 이렇게 따뜻한 날이면 옛날 양지바른 곳에서 머리를 감으시던 어머님 생각이 난다. 손자를 보기 위해 계획된 2주 방문이 7년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손자가 한국 방문하기만을 기다리신다. 할머니와 친척들과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3월 22일 금요일
오늘은 Oakville (Toronto)로 출장이다. 여기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밤사이 많은 눈이 왔다. 눈 내리는 모습을 보며 또 옛날 생각이 난다. 국어 시간이었다. 눈 내리는 날, 선생님께서 ‘백설부’라는 수필을 읽어 주셨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눈 내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왠지 막연하게 한국말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들도 한국말로 이러한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벌써 금요일, 원고 마감하기 전 하루 반만 남았다.

3월 23일 토요일
테니스를 하고 집에 오니 온 식구가 세종학교에 갔다. 온 집안이 조용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러한 시간을 가지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결혼하기 전 미국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생각했다. 동급생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던 이유로 한국학생(1.5, 2세)의 인생(?)상담을 특히 남녀 관계에 많이 관여하게 되었는바 종종 한국학생이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관계로 원하는 학생과 데이트 한 번 못하고 방학 때 집에 가서는 왜 한국말을 가르쳐 주지 않았냐고 부모님께 원망 (물론 많은 부모가 가르치려고 했겠지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한국말을 하고 이해할 필요성을 느꼈다.

며칠 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직접 아이한테 물었다. 너는 왜 한국어를 배우느냐고? 잠깐 생각을 하더니 대답이 한국에 가서 할머니, 그리고 한국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단다. 토요일 아침 만화 영화를 보고도 싶겠지만, 한글학교 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니 어릴 때 습관이 오랜 간다.

한국어를 배우면 왜 좋은가를 David Letterman의 Top Ten List로 정리해 본다.
10) 낫 놓고 기역자도 안다.
9) 아내가 토요일마다 한글학교 일을 도우면서 학부형들과 수다를 실컷 떨고 오는바 그만큼 내가 수다를 듣지 않아도 된다.
8) 가족들과 혹은 친지들과 함께 가라오케를 즐길 수 있다. (우리 집 아이도 칠갑산, 아파트, 남행 열차를 제법 부른다.)
7) 아이비리그에서 추천하는 주제과목 시험의 하나인 외국어에서 한국어를 선택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6) 한국 음식점 혹은 분식집에 가서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순대, 돌솥 비빔밥, 떡라면 등)
5) 한국도 경제적으로 발전하는바 전문 지식과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하면 큰 대접을 받는다.
4) 미국 아이와 다투다가 정말로 화가 나면 한국말로 욕을 해도 된다. (그래 너 잘 났다, 이~ 시키야..^^)
3) 운동 경기 때 (특히 태권도) 한국말로 코치해도 상대방이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2) 유언을 남길 때, 숨넘어갈 때, 정신 차려서 영어로 하지 않아도 된다.
Number one is:
1) 한국 며느리, 사위를 볼 기회가 한 층 높아진다.
개구쟁이 녀석들을 잘 가르쳐 주신 여러 한글학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명덕, Ph.D., Financial Planner &Registered Investment Adviser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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