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단상 8 - 빌 다이먼트의 무릎
보스톤코리아  2006-12-21, 01:20:52 
유경렬 목사
(나사렛 사람의 교회)

오늘 빌 다이먼트 형제가 있는 우번의 재활병원에 문병을 다녀왔다. 빌은 두 주전에 양쪽 무릎을 동시에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한창 보행기에 그 육중한 몸을 의지하여 걷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75년의 세월동안 빌의 커다란 몸과 부지런한 삶의 무게를 떠받쳐 온 그의 무릎의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진 것이 노년의 인생에 있을 수 도 있는 일이라고 쉽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를 처음 만나 알아온 지난 2년 동안 내가 그에게서 본 삶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 곳 레딩에 한인교회를 새로 시작하기로 교단과 함께 결정하였을 때 레딩주민으로 몰든 교회의 평신도 리더인 빌이 이 개척 프로젝트를 돕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미 직장에서 은퇴한 그는 연회 감독의 부탁으로 오래 된 교회건물과 뒷쪽의 낡은 교회주택 수리 작업을 나와 함께 돌보게 되었다.
빌은 그 때부터 지난 2년간 거의 매일 교회에 와서 많은 작업들을 기획하고 작업재료들을 구입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작업에 참여하는 일들을 반복해 왔다. 그의 약한 무릎은 이미 그를 절둑거리게 하고 있었다. 낡은 구조물들을 빼내던 습하고 냄새나던 주택 지하실에서 나무를 뽑고 페인트를 칠하던 뜨거운 여름 날 마당에서 변기를 고치던 추운 화장실에서 자재를 구입하던 홈디포에서 홍수로 계속 침수되고 있는 교회 지하실에서 그리고 교회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일과 이야기와 기도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그리스도인의 신실한 섬김의 실체를 보았다. 빌의 믿음과 헌신과 사랑은 삶에서 그렇게 실제적으로 명백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의 무릎의 사라진 연골은 그의 평생의 섬김의 삶의 증거로 나에게는 다가왔다.
지난 7월 첫 주일, 6.25 즉 한국전쟁 발발 기념일을 막 지내고 또 미국 독립기념일을 앞둔 그 주일예배 때에 우리는 한국전 참전용사 이기도 한 빌을 초청하여 그의 간증을 들었다. 수단에서 소아과 의사로서의 선교활동을 마치고 최근에 미국에 돌아온 큰 딸 웬디,  옆마을 웨이크필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막내 딸 베쓰와 가족들이 함께 와서 우리 작은 한국교회에서 자신의 삶을 간증하는 아버지를 성원했다.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살던 자신의 젊은 시절과 전쟁에서 돌아온 후 여전히 같은 생활을 반복하던 중 어떻게 하나님께로 돌아왔으며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가족들과 우리 앞에서 담담하게 간증하였다. 간증 후 나는 빌에게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섬김과 사랑의 교제를"  보여주었음을 말하며 우리교회 명예회원증을 수여하였다. 빌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나도 감격스럽게 보았다.  
두 주 전 무릎 수술을 받던 날, 이미 일반 병동으로 옮겼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교우들과 함께 찾아갔을 때 그는 이제 막 마취에서 깨어난 상태로 아직 회복실에 있었다. 여전히 마취의 영향으로 말을 많이 하고 눈의 초점이 잘맞지 않는 상태였다. (나중에 그는 그 날 우리가 찾아갔던 것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시편121편을 읽어 주었다.  "I lift up my eyes to the hills...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내용 없이 이 말 저 말을 쏟아 내던 빌이 무엇인가를 중얼대기 시작했다. "I lift up my eyes to the hills-where does my help come from..." 그는 그 성구를 눈을 감고 암송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말로만 표현하지 않으시고 직접 이 낮은 땅에 나와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다. 그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참 된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지 또한 우리가 오래 동안 잊고 살았던 참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사랑이 진실된 것임을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나타내셨다. 인간이 되신 하나님이 나의 믿음의 대상이며 따라가야 할 삶의 주인이 되시는 까닭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 대강절의 기간에 내가 기뻐야 할 이유는 나를 위해 이 땅에 몸으로 오셔서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인해서이리라. 나의 목회와 우리의 교회에도 이 사랑의 실체가 더욱 드러나기를 다짐해 본다.    
이 레딩 마을의 집들마다 이국적인 아니 미국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의 전구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이 때에 그래서 나같은 외국인이 낯선 마음과 고독한 마음을 더욱 가지게 되는 이 화려하지만 추운 절기에,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아닌 한적한 마굿간에서 조용히 나신  사랑의 실체되신 우리 주님을 더욱 가까이 느끼며 마음의 평화와 소망을 맛본다. 그리고 이 평화와 소망이 주를 따라 신실한 삶을 살아온 누워있는 빌 형제에게 그리고 헌신적 사랑의 증거로서 이제는 없어진 연골로 또한 거동이 불편하신 한국에 계신 나의 어머니에게도 임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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