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 이유는 없다
보스톤코리아  2012-11-05, 12:18:16 
화려한 색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칼라사진도 좋지만, 때론 심플한 흑백사진이 더욱 매력적인 경우가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드라마틱한 독특함이 있다. 그리고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사진이 주는 강렬함은 때론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유명한 작가들의 흑백사진은 뇌리 속에 깊숙하게 박혀, 세월이 지나도 이미지의 잔상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흑백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물론 컬러 사진과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적인 기술적 요소들인 노출, 초점, 흔들림이 충족되었다고 가정하면, 흑백사진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는 바로 계조(Gradation)와 다이나믹레인지(Dynamic Range)이다. 이번 컬럼에선 사진에 있어서의 계조와 다이나믹레인지에 대해 얘기해 보자.

계조란 사진에서 가장 밝은 부위와 가장 어두운 부위의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계조가 풍부하다는 표현을 한다.

2진법으로 표현되는 디지털의 경우, 한가지 색상에서 256단계의 계조를 지닌다. 컬러사진의 경우는 RGB 3가지의 색신호를 가지므로 각각 256 X 256 X 256 = 1,677만 색상표현이 가능하게 된다.

참고로, 화학약품을 사용하여 현상과 인화를 거쳐 화학적 발색을 이루어내는 필름 인화물의 경우 2진법을 사용하는 디지털방식 보다는 아무래도 훨씬 풍부한 계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렇게 필름으로 현상한 인화물을 다시 스캔하여 디지털화 한다면, 디카와 마찬가지로 2진법의 디지털 방식으로 색 표현력이 줄어들게 된다.

흑백사진의 경우 프레이밍시 노출차가 크게 벌어져 부위별로 암부와 명부의 밝기 차이가 확연하게 날 경우는 극단적인 부위의 디테일은 암부와 명부 둘 중 하나는 날아가 버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한 정해진 범위 내에서의 계조가 한계적으로 표현되다 보니 디테일이 부족하게 표현이 되어 자칫 썰렁한 사진이 되기 쉽다.

쉽게 표현하자면 프레임에서 암부와 명부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면, 그물의 간격이 커져서 밀도가 작아 뻥뻥뚤린 허점이 많은 것과 같은 효과이며, 반대로 암부와 명부의 차이가 작아질수록 그물의 간격이 작아져 밀도가 높아 촘촘하게 허점이 없이 꽉찬 느낌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이다.

그리고 최종 결과물이 인화물로 표현이 되는 아날로그와는 달리 아직까지 디지털에서 극복할 수 없는 최대의 맹점은 바로 모니터이다. 모니터의 밝기와 표현되는 재생능력이 표준수치가 없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결국 최종 결과물도 개인별 모니터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캘리브레이션을 이용해 모니터와 함께 출력 장비간의 색상과 명도를 맞춰주고, 작업공간이 일정한 조도가 되게 유지해주며, 잡광이 모니터로 반사가 안되게 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흔히 카메라..특히 비싼 DSLR카메라의 화질을 논할 때, 선예도와 해상력, 화소와 감도 다음으로 가장 활발히 따지는 것 중 하나가 아마도 이 계조와 다이나믹 레인지일 것이다.

다이나믹레인지는 한마디로 말해 카메라가 가장 밝은 영역과 가장 어두운 영역 및 그 사이를 얼마나 넓게 표현해 낼 수 있는가를 말한다.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음악에서 한 음량에서 가장 조용한 소리와 가장 큰 소리의 차이를 일컫는 말.' 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이나믹레인지는 카메라 센서가 구분할 수 있는 밝기(brightness)의 범위이다. 밝은부분(255)과 어두운부분(0)에 얼마나 근접한 화소가 존재하여 그 차가 얼마나 큰가를 말하는 것 이다. 즉, 센서가 기록할 수 있는 가장 밝은 밝기와 가장 어두운 밝기의 비율이다.

예를들어 밝은곳과 어두운곳의 차가 크면 다이나믹레인지가 넓다. 어두운 실내 한곳에만 햇빛이 들어 그 부분만 밝은데 그 밝은 부분과 나머지부분을 다 날라가지 않게 표현해낸다면 DR이 넓은 것이고, 밝은 부분은 살았는데 어두운 부분이 새카맣게 나왔다던가 어두운부분이 그런대로 나왔는데 밝은 부분은 아무것도 분간 안 갈만큼 새하얗게 날라갔던가 하다면 다이나믹레인지가 좁은 것이 된다.

결론적으로 계조와 다이나믹레인지는 특히 흑백사진 작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며, 잘 이해하고 적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진에 있어서 굳이 풍부한 계조와 다이나믹레인지가 표현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때에 따라선 거칠더라도 혹은 단조로운 톤이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자. 계조와 다이나믹레인지를 위해 목숨을 걸 이유는 없다. 사진이론은 잘 이해하고 적용하되, 항상 자유롭게 촬영하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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