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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379회
보스톤코리아  2013-01-07, 12:33:10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한 해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십이월의 마지막 날 아침을 맞으며 끝과 시작의 경계에 서서 깊은 생각과 마주한다. 여느 해보다 내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면 그 무엇보다도 버거웠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지난 한해의 시간을 가만히 돌아보면 헛되지 않고 귀한 시간이었음에 감사하다. 이런저런 일과 이런저런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와 너무도 다른 또 하나의 나를 만났기에 인생의 공부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었다. 아직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 중반의 지천명(知天命) 자리에서 나의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떠져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듯 크게는 몇십 년 살아온 삶을 작게는 하루에 속한 순간의 찰나를 어찌 이렇다저렇다 말하며 나눌 수 있을까 말이다. 우리의 인생은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 자리에 맞는 그림을 찾아 하나씩 빈 공간을 채워가는 퍼즐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살았다. 여전히 미완성의 그림이지만 조급해하거나 보채지 않고 내가 그릴 수 있는 만큼만 차근차근 그려나가려 애쓰며 산다. 때로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앞서 발걸음이 빨라져 숨이 가빠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욕심부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누구를 의식하지 않는 나 자신의 발걸음으로 말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쉬이 느낄 수 있는 일이지만, 좋아서 취미로 하는 일이든 싫어도 건강을 위해 해야 하는 운동이든 간에 그 어떤 일에 욕심을 부리면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페이스를 제대로 알고 목표를 세우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며 오래도록 그 목표를 향해 끝까지 전진할 수 있는 이유이다. 나 아닌 남을 의식하다가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과욕을 부리다 보면 탈이 나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알아야 그 어떤 일의 시작에서나 그 어떤 관계에서나 큰 무리 없이 잘 적응하며 받아들이고 나눠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페이스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산을 오르다 보면 더욱 자신의 페이스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일이다. 앞사람이 빠른 걸음을 옮긴다고 해서 뒷사람이 바쁜 걸음으로 좇아온다고 해서 그 앞뒤 사람을 의식해 내 걸음을 빨리 움직이다 보면 몇 발자국을 가다가 그만 숨이 차고 지치게 되는 것이다. 산을 오르며 삶을 인생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목적지까지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의 페이스 조절이 제일 중요하고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빠른 걸음이 되어있음으로 스스로 느끼게 된다.

어디 산뿐일까. 그 어떤 스포츠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취미로 시작하는 간단한 운동도 그러하거니와 골프나 수영 그 밖의 여러 스포츠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자신만큼의 역량을 차근차근 다져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일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이 또한 자신의 페이스 조절이라는 생각이다. 그 어떤 일이든 관계에서든 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 둘 챙기며 살 수 있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날에 대한 두려움이나 염려는 놓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자신의 페이스 조절이 어렵다는 것은 마음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태반사인 까닭이다.

가정에서 자녀를 키우다 보면 그 교육을 통해서 느끼는 일이지만, 한 부모의 사랑과 교육 아래에서 자라더라도 모두가 성품이나 태도가 모두 다르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그 어느 것도 정답이 없다는 것이며 또한,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부모의 욕심으로 자식에게 바라는 높은 목표만이 같을 뿐 그 목표를 향해 걷거나 뛰거나 한들 모두 그 목표에 달할 수도 없을뿐더러 부모나 자식 모두에게 무거운 짐만 가중실킬 뿐이다. 부모로서 한 가정에서 제대로인 교육을 원한다면 똑같은 목표가 아닌 각자 아이들에게 맞는 보폭만큼의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학교수들이 지난 2012년 한해를 거세개탁(擧世皆濁) "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고 세상이 모두 탁하다"라고 표현한데 이어 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뽑았다. '묵은 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이다." 계사년은 뱀띠의 해이다. 뱀은 예부터 지혜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되는 동물이기도 하다. 뱀은 또한 자신의 묵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새살로 자신을 보호하며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이처럼 2013년 계사년 새해에는 누구의 눈치나 체면으로 살지 말고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새로운 각오이면 좋겠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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