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담자
보스톤코리아  2013-04-22, 14:26:44 
이전 컬럼에서 흑백사진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는데, 흑백사진의 묘한 매력에 대해 알아보았었다. 이번 컬럼에서 흑백사진에 대한 좀 더 다양한 고민을 해보도록 하자.
여러가지 색상으로 표현된 컬러 사진보다 단순하게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흑백사진이 주는 강렬함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뇌리 속에 깊숙하게 박혀, 세월이 지나도 남아있는 이미지의 잔상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흑백 사진은 단순히 흑과 백, 단순히 두 가지의 컬러로 구성되는 것 같지만 그 속의 무수한 톤의 단계를 통해 사진의 깊이를 표현한다. 필름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컬러와 흑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흑백 필름을 카메라에 장착하면 흑백으로만 찍히고, 컬러 필름을 장착하면 컬러로만 찍혔다. 그리고 필름의 농도와 감도, 톤을 필름 종류와 제조업체에 따라 골라가며 촬영했다.

디지털카메라에는 컬러와 흑백을 선택하여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흑백 사진을 찍을 경우, 일단 컬러로 촬영하고 후 작업으로 흑백 변환하는 것이 훨씬 정교하고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컬러 사진은 현실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따라서 사진가는 컬러 사진을 찍을 때 현실 속 각 피사체의 색채를 주관적으로 통제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살릴 필요가 있다.
반면, 흑백 사진은 촬영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촬영한 뒤의 후 작업이 훨씬 중요하다. 자칫 포샵작업이라하여, 잘못된 오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필름에서의 암실작업이 컴퓨터에서 이뤄진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자신이 표현하려는 주제에 맞게 부분적으로 밝게 혹은 어둡게 하는 등의 수정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어떻게, 어느 정도 수정하느냐에 따라 사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완전히 변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예전에 암실에서 어렵게 했다면, 지금은 포토샵 혹은 보정프로그램으로 보다 손쉽게 처리 할 수 있다.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 했다. 흑백 사진 역시 빛의 방향, 빛의 시간대, 빛의 질감에 의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빛을 읽으려면 다양한 촬영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좋다. 한 장소에서도 다양한 사진이 나올 수 있으니, 여러 노출과 데이터를 카메라에 입력해 촬영해 표현 방법을 익혀 보도록 하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프레임을 구성하고 좀 더 독특한 구도로 촬영하기를 시도해 보자. 가까운 것과 멀리 있는 것, 큰것과 작은 것, 강한 것과 약한 것 등을 프레이밍에 적용하면, 사진의 완성도가 휠씬 높아진다. 아울러 과감하게 구성된 프레임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톤들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독창적인 구성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같은 장면이라도 카메라의 노출에 따라 사진의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밝게 촬영하면 부드러운 느낌이 어둡게 촬영하면 강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사물이나 풍경을 보는 작가의 심리 상태와도 맞물려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톤은 결국 작가의 마음이 지향하는 풍경의 반영이다.

흑백 사진의 묘미는 후 작업을 통해 작가의 해석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필름 시절에는 암실에서 진행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등의 소프트웨어로 작업한다.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는, 절대 속임수로 사진을 왜곡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는 작업이라는 확신을 갖고 하자. 프로그램의 기능 자체만으로는 절대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없다.

컬러 사진과 흑백 사진 중 어떤 것이 더 뛰어나고 좋은 표현 방식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고 주제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흑백과 컬러를 동시에 섞어가며 촬영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흑백으로만 촬영한다면 촬영될 결과물을 어느 정도 예상하며 찍어야 하고, 이것은 곧 자신만의 촬영 데이터가 된다. 이렇게 촬영하는 것이 나중에 그 결과물을 정리해서 보여줄 때도 훨씬 정돈되어 보이고, 톤과 빛을 좀 더 정교하게 읽고 촬영할 수 있는 훈련이 된다.

마지막으로 너무 후보정에만 의존하지 말고, 촬영감각과의 균형을 맞추자. 동시에 흔한 잔기교에 빠지기 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느낌을 표현해보고,  흑백사진 특유의 감성을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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