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기로 바람을 탓하랴
보스톤코리아  2013-06-03, 12:18:35 
하늘은 맑지 않았다. 진분홍 꽃잎 덩어리가 짙은 녹색 잎과 조화로운데,  어두운 하늘이 엇박자를 놓았다. 회색 바람이 일어 꽃잎이 날렸다. 분분하다는 말인데, 여름과 가을을 건너 겨울이 벌써 닥쳤나 했다. 꽃잎이 눈雪처럼 날렸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휩쓸렸고 몰려 다녔다. 보스톤의 봄은 짧다. 노루꼬리라 했던가. 그렇다고 여름이 긴 것 같지도 않다. 겨울만 길다.  

독자제위의 안녕을 묻는다. 

봄이 온게 몇일 전인데, 벌써 꽃이 지는걸 아쉬워 한다. 바람이 분다고 꽃잎이 지는 건 아닐 것이다. 때가 됐으니  떨어지는 것일테고, 꽃이 져야 계절이 바뀐다. 자연은 시키지 않아도 그냥 피고 지니 신기하기도 하다. 이걸 섭리라 하던가. 조지훈선생이 ‘낙화落花’를 썼다. 이 또한 절창이다.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울고 싶어라.

아침에 보니 꽃이 지고 있었다. 울컥 올라오는 덩어리를 어렵게 뭉겨 밀어 넣었다. 울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백이 지는게 서럽다 했는데, 벚꽃이 져서 흩날리는 것도 처연하다.
갑甲과 을乙이 새삼스럽게 회자膾炙 되는 모양이다. 한국정부의 고위직에 있던 갑甲이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렀단다. 그것도 매우 중차대한 공무중에 을乙을 상대로 말이다. 그가 늘어 놓은 변명은 말같지도 않고 남탓만 하는 모양이다. 제가 흔들어 떨궈 놓은 꽃을 발로 차고는 바람을 탓한다. 꽃이 지는건 바람탓 만은 아닐 진대.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듣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갑甲의 상관은 우리 대통령일 것인데, 한복입은 모습이 매우 곱기도 하다. 사진으로  보면서 ‘승무僧舞’를 떠올렸다면 내가 너무  서두른겐가?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아마 승무와 같이 나오던 삽화를 내가 너무 자세히 보았던 모양이고, 그 그림이 내게 깊히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사춘기에 읽고 보아서 그런 모양이다. 아내가 한마디 거들지 않을리가 없다. ’이러쿵 저러쿵 한복이 예쁘네 곱네 타령하지 마라.’  ‘니 마누라나 예쁘다 해라.’ 고 말이다. 눈치하나는 구단이다. 하긴 한두해 같이 사는게 아니니 할말은 없다. 

갑甲이 될 마음은 없다. 예수믿는 이들은 자랑스런  을乙일 것이요, 하늘만이 갑甲이다. 하나님이 알파요 오메가라는 말이다. 대신 내 티셔츠의  상표는 갑(Gap) 이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요 시작과 끝이라’ 요한계시록 22;1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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